앉은 자리에서 책 한 권을 다 읽었네여. 부끄럽게도 이런 일이 참 오랜만이라, 왠지 뿌듯 하더군요. 『노동자와 노동자』 잘 읽었어요. 추천사를 전해듣고는 꼭 한번 봤으면 했는데 여기서 읽게 되는군요. 여기서 나가게 되면 후에 짧은 서평을 옮겨 보지요.
유치장 구석에서 마지막 장을 넘겼습니다. 시계를 보니, 저녁 9시가 넘어가네요. 한 해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다 동지들과의 대통주 한 잔이 간절해 편지나 한장 적어 봅니다.
밖은 어떤가요? 기름값이 없어 난로 피우는 것도 줄여야 한다던데... 이래 저래 답답한 연말입니다.^^; 그래도 내년 생각하면서 웃어야지요. 원래 송년회든 송별회든 보내는... 건 즐겁게 웃으면서 해야 뜻깊은 거라... 그쵸?^^
여기는 그럭저럭 보낼 만 하답니다. 이틀째는 참 힘들었는데, 구속이 결정되니 오히려 맘이 더 편하더군요. 지금은 경찰관들이 "당신들이 좀 나갔으면 우리도 편하게 있지 않느냐"고 이런저런 신세한탄을 덧붙이고 있네요. 마침, 경찰관 한 명이 과로사한 뉴스가 나와서 분위기가 좀 어둡답니다. 연말 연시 가족들이랑 못 있고 일 해야 하는 경찰관들도 참 가엽지요. 이래서 경찰에도 노조가 있어야 합니다.^^a
TV에서 계속 한 해를 돌아보라네요. 무엇 하나 이룬 것이 없어 돌아봐 봤자 나올 것도 없지만, 한 번 슬쩍 돌아봅니다.
2004년 12월은 참 꿈에 부풀었었는데... 그래서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때 생각했던 거 이루어진거 하나도 없지만.... 이루어진거 하나도 없어서 제가 여기에 있는 거니깐^^ 그래서 참 좋아요. 그 때 생각했던 거 이루어졌으면, 뭐... 별로 생각하기 싫네요. ㅠ.ㅠ
편지에는... 많은 얘기 하지 않을게요. 나가서 술 한잔 하며 할 얘기를 쌓아둬야 하니깐. 곧 있으면, 재야의 종소리가 울리겠군요. 소원들은 생각해 두셨나요? ^^
한 해 잘 보내시길 바래요. 저는 잘 보내고 있으니깐 동지들도 잘 보내야 되요!
이래저래 쓸 말이 많지 않네요. 힘들 때 마다 동지들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그러니 동지들도 힘내세요.
한 해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고마웠습니다.
내년에 뵙겠습니다. 꾸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