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우리는 한 현장에서 일하면서도 서로 경쟁의 대상이었습니다. 임금을 더 받기 위해서는 옆의 동료보다 관리자에게 잘보여 호봉을 높이거나 죽도록 잔업· 철야에 매달리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러나 노조가 만들어지고 나서 옆의 동료는 같이 단결하고 싸워야할 동지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노조가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우리의 생활은 많이 다릅니다. 어떤것이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예)
① 그전에는 노동자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생활이란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술 한잔 먹고 신세 한탄 하거나 어린 친구들은 월급난 디스코 텍에 가는 정도였다. 노동조합이 생기고 난 후 탈춤도 배우고 열심히 갈고 닦은 노래실력으로 노래경연 대회도 나간다. 한탕하고 끝내는 문화에서 무언가 만들어 내고 그러면서 서로 하나되는 문화활동을 경험하게 되었다
② 같이 밤을 지새고 농성하면서 옆의 동료가 믿음직하고 든든하게 다가온다. 그전에는 시키는대로 일만하고 바른 소리 한마디 못하던 친구가 이렇게 어깨를 나란히 하니 서로 두려울게 없어지는 것 같다. 바보스럽게만 느껴지던 동료가 이제는 자랑스런 동지로 변했다.
③ 어느 사업장의 경우 많은 아줌마들이 자녀교육 때문에 항상 걱정이 있었는데 노조에서 공동 공부방(놀이방)을 만들어 자녀들이 함께 공부할(놀) 수 있도록 마련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④ 사회를 바로 보는 눈이 생기고 노동자인 것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되었다.
언뜻보면 작게 보이지만 노동조합을 통해서 우리는 이처럼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가진 것 없는 노동자가 돈가진 자가 제일인 세상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것입니다. 정주영 같은 이는 라면으로 끼니 때우며, 김우중 같은 이는 너무 바빠서 식사도 차 안에서 하며 사업을 일으켰는데 노동자들은 너무 게을러서 평생 가난할 수 밖에 없다는 억지가 진실인 것처럼 선전되는 사회에서 노동자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을 통해 우리는 더 이상 기계의 부속품이 아니라 당당한 인간으로서, 노동자로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흩어져 있을 때는 아무것도 못하던 우리가 뭉쳐서 우리의 힘을 확인하고, 세상이 어떻게 꺼꾸로 돌아가고 있는가를 알고 이것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아 온 것, 이것이 노동조합이 소중한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