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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노동부에서 비정규직이 줄었다는 엉터리 발표를 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이번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전체 노동자의 56.1%, 840만명에 이르고, 새로 취업하는 노동자 10명 중 7명이 비정규직이라고 하니, 앞으로 비정규직이 더욱 증가할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게다가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은 정규직 노동자의 절반 수준인 112만원에 불과하며 노동시간 역시 정규직에 비해 더 긴 것으로 보고되었다.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불평등과 빈부격차의 문제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전국 각지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이 들불처럼 퍼져나가자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비정규 입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기간제노동과 파견법 개정안이 핵심인 비정규입법의 내용을 뜯어보면 비정규직을 줄이기는커녕 비정규직 사용을 확대하면서 최소한의 제한마저 없애겠다는 자본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 3년간 고용보장? 평생 계약직!
정부안은 3년간 고용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3년 내에서 사용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즉, 기존의 3개월, 6개월 계약직은 계속 그대로 사용하고, 대신 정규직을 3년제 기간제로 사용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사용자는 3년마다 말 잘 듣는 노동자와 선택적으로 재계약을 체결하고, 노동자들은 3년마다 주기적 해고 및 재계약을 통해서 ‘평생 계약직’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합리적인 이유만 있으면 10년이고 20년이고 정규직과 동일한 일을 시키면서 절반의 임금만 주는 계약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정부의 개악안은 ‘사용 사유’의 제한은 전혀 없이, 사용 기간만 사용자들이 원하던 대로 확장시킴으로써 정규직을 기간제로 전환시키는 법이다.
■ 노동자의 권리? 이제는 회사 맘대로!
정부안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계약기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해고와 재계약 여부도 회사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으나 노동자는 정해진 계약기간 중에 퇴직의 자유가 제한된다. 중간에 그만둘 경우 회사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수도 있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재계약이 되지 않을까봐 두려워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3권은 딴나라 이야기가 될 것이고 비정규직노동자 내의 경쟁과 위계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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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견 공화국이 다가온다!
6년 전, 정부와 자본은 26개 업종으로 제한된 파견이라며 별 일 아닌 것처럼 너스레를 떨며 파견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했는가? 우리는 지난 6년의 경험을 통해서 파견법 제정 자체가 ‘불행의 씨앗’이었음을 뼈저리게 느껴왔다. 불법파견 노동자가 판을 치고 비정규직 수는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이에 대한 규제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제 네거티브 방식(안되는 업종을 명시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이 도입되면 대다수 노동자가 파견 공화국의 노예 노동자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이다. 일본의 경우 1995년 47만명이던 파견 노동자가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으로 확대된 이후 2002년에 213만명으로 증가했던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파견노동자는 기하급수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 제조업마저 강탈당하다!
현행법 하에서 제조업 내 파견은 일시적 인력 필요가 있을 경우 6개월 한도 내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안에 따르면 제조업 직접생산공정만 6개월이라는 기간 제한을 받을 뿐이고, ‘직접생산공정’을 제외한 간접공정과 지원부서는 3년까지 파견제를 허용하는 것이 된다. 결국 정부안은 제조업의 파견제를 합법화해주는 것이며 불법파견 싸움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든 투쟁을 무위로 돌리고 말 것이다. 머지않아 제조공장 내 정규직은 씨가 마르고 파견노동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게 될지도 모른다.
■ 기간도 무제한, 착취도 무제한!
법예고안대로라면 사실상 기간제 고용을 무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된다. 사업 기간을 정한 경우, 결원이 발생한 경우, 고령자(55세 이상)나 중고령자(50세 이상)인 경우, 전문적 지시·기술의 활용이 필요하거나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으로 일자리가 제공된 경우 무제한으로 기간제 고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모든 업무에서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 노동자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에 다름없다. 지금도 나이든 어르신들이 경비, 청소 업무에서 용역노동자로 대거 사용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업종제한도, 기한의 제한도 없이 노령자에 대한 엄청난 착취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 휴지기는 휴지(쓰레기)!
정부는 ‘휴지기간 도입’ 으로 파견노동자가 그렇게 크게 늘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는 착각에 불과하다. 오히려 동일 노동자를 3년 파견제→3개월 기간제(휴지기)→다시 3년 파견제로 사용하면서 ‘평생 비정규직’이라는 악몽의 쇠사슬을 이어주는 고리로 활용될 것이다!
GM대우 비정규직노동자들도 길게는 14년, 짧게는 몇 개월동안 불법파견 노동자로 살면서 비정규직의 서러움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껴왔다. 비정규직 개악안이 통과된다면 한번 비정규직은 평생 비정규직이 된다. 우리의 아들 딸에게 서러운 비정규직 인생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 이번 싸움에서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96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를 막아내지 못해 당했던 고통의 역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의 투쟁은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노동자의 단결된 투쟁으로 반드시 비정규직 악법박살내고 ‘노동자는 하나’라는 희망을 만들어내자!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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