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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노동조합체계 하에서 연대투쟁을 하는 것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노동자의 통일 대오를 만들려면 조각이불 깁듯 해야하는, 기업별 노조체계 때문입니다.
자본가들은 역사 이래로 노동자를 될 수 있으면 단결하지 못하도록 떨어뜨려 놓으려 해 왔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강조하고 고참과 신참을 갈라 놓으며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를 구태여 나누려 합니다. 그리고 기업별로 발묶어 놓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별 노조는 약간의 장점도 있지만, 가진자들에 의해 강요된 조직이라는 점에서부터 많은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1) 기업별 노조의 한계
우선, 기업별 노조는 자신이 속한 기업을 중심으로 생각하게 하여 전체 노동자가 하나라는 생각을 가로막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우리 노조가 살아야 연대도 하는 것 아니냐' 하면서 전체 투쟁에서 빠지는 노조들을 봅니다. 현재 기업별 체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으나 이는 바로 '회사가 있어야 노조도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으로 연결됩니다. 전체 노동자야 어찌 되었건 일단 우리가 임금 좀 더 받고, 우리 내부의 힘을 좀 다지고... 하다 보면 어느 새 전국조직은 약화되고 연대투쟁의 힘은 바람빠진 공이 되기 쉽습니다.
또, 기업별 노조의 협상 대상은 단위 사업장의 자본가이기 때문에 전국적 요구를 갖고 투쟁하기 힘듭니다. 회사의 경영상태나 지불능력에 따라 임금인상이 좌우되고 교섭에서 정책적 요구나 정치적 요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경제투쟁에만 머무르게 됩니다. 결국 그러다 보면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조합이기주의에 빠지든지 어용노조가 되기 쉽습니다.
(2) 산별노조란 무엇인가
이에 비해 산별노조는 '하나의 산업에 단 하나의 노조'가 있는 것입니다. 화학이면 화학노동자 전체가, 금속이면 금속노동자 전체가, 운수면 운수노동자 전체가, 어떤 사업장에서 일을 하든지 관계없이 혹은 잠시 실업상태에 있을지라도 단일한 조합의 조합원이 되는 체계입니다.
이런 체계에서는 금호타이어의 노동자와 성남의 영세사업장의 제화공노동자가 같은 조합의 조합원이 되어 단일한 요구를 가지고 자본가 집단과 공동으로 교섭을 벌입니다. 교섭이 결렬되면 지도부의 방침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전국은 화학노동자의 파업의 물결이 넘치게 되어 거의 전 화학산업이 마비되는 큰 힘이 발휘됩니다. 이 힘은 92년도 독일에서 일어났던 2차 대전 후 최대규모의 전국파업에서 이미 입증되었습니다.
이처럼 대공장에서 일하건 작은 공장에서 일하건, 여자건 남자건, 숙련공이든 미숙련이든지 모두 노동자라는 조건으로 하나되는 체계가 바로 산별노조인 것입니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생각과 의식의 폭도 훨씬 넓어지고 투쟁의 위력도 엄청나게 큽니다.
끊임없이 노동자들을 갈라 놓으려는 자본가들에 맞서 산별 노동조합을 건설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외국에서는 산별노조를 쟁취하기 위해 몇 백년 동안 투쟁한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가 산별노조로 나가는 길 역시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까지 노동조합의 역사가 투쟁의 역사였듯 앞으로 만들어 가야할 산별노조도 투쟁없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노동자들의 이익이 더 이상 단위 사업장의 투쟁으로는 사수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하고 요구를 모으고 공동의 투쟁을 만들고 연대를 수행할 수 있는 조직으로 뭉쳐가야 합니다.
이 사회의 노동자는 모두 공동운명체입니다.
계급적 입장에 선 민주적인 노조,
정치투쟁도 위력적으로 벌일 수 있는 산별노조,
이것이 바로 우리 노조의 모습이며
조합원의 튼튼한 어깨로 지고 나가야 할 임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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