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3일 창원지회 지회장 명의로 특단교섭과 관련된 성명서가 나왔다. 창원공장의 위기 상황에서 ‘창원공장의 미래발전전망이 확보되고 조합원 동지들의 완전고용이 보장된다면’ 사측의 안을 받는 결단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특단 교섭의 내용을 보면 창원공장의 발전전망도, 정규직들의 완전고용 보장도 확실하게 약속된 것이 없다. 오히려 ‘라인재배치’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된 도급화를 받아들임으로써 정규직의 일자리는 더욱 위협받는 결과만 초래될 뿐이다. 비정규직의 처지 역시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용궁구경 시켜준다는 달콤한 말에 혹해 간을 빼앗기는 토끼 꼴이 될게 뻔하다.
현자노조가 우리에게 보여준 교훈
회사는 조금만 양보하라고 하지만 노동자가 한 발 물러서면 회사는 그 뒤로 열 걸음 물러날 것을 요구한다. 현대자동차의 상황을 돌이켜보자. 2000년에 현대자동차 정갑득 위원장은 완전고용보장서를 합의하면서 비정규직 투입 상한선 16.9%에 합의했다. 정규직의 고용을 위해 합법적인 하청을 인정해 준 것이다. 그 결과 지금의 현대자동차는 16.9%를 훨씬 넘어 만여명의 비정규직이 일하는 비정규직의 천국이 되어버렸다. 결국 회사의 노림수는‘ 16.9%’라는 비정규직 비율이 아니라 ‘합법적 하청 도입’이었던 것이다.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
창원공장 역시 마찬가지다. 회사는 라인재배치, 즉 부분적인 도급화에 대한 정규직 노조의 합의를 받아냄으로써 이후 도급 가속화에 날개를 달겠다는 꿍꿍이다. 한 번 도급화가 추진되면 문제가 생겨도 그것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지금은 조그마한 구멍이지만 언젠가 봇물처럼 터져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모두 쓸어가 버릴지 모른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 제대로 싸우는 것이 필요하다.
누구를 위한 특단교섭인가
특단교섭과 관련하여 창원지회는 ‘창원공장 비정규직 전체 직접고용과 정규직화’라는 요구안을 결정하였고, 이는 너무나 정당하고 올바른 요구이다. 그러나 회사는 특단교섭, 그리말디 간담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회사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끊임없이 회사의 안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가 내놓은 안은 노동자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고 받아들여서는 안되는 요구이다. 회사가 더 이상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기울이지 않는다면 특단교섭은 중단해야 한다.
도급화는 비정규직노동자에게도 중요한 문제이다
이번 특단교섭은 정규직에게만 사활이 걸린 문제가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중요한 문제이다. 도급화 이후 마른수건을 쥐어짜듯 비정규직을 부려먹을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정규직과 함께 해야 한다.
그러나 비정규직지회투쟁이 회사의 탄압에 깨지고, 고공농성 이후 쓰라린 좌절을 맛보면서 정규직노조에 대한 배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이만큼 당했으니, 정규직도 당해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비정규직들도 많이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규직의 처지가 열악해진다고 비정규직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없다. 정규직의 고용불안과 노동강도 강화는 고스란히 비정규직에게 이어진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불신을 걷어내고 하나의 노동자로!
비정규직이 다시 당당하게 투쟁하기 위해선 비정규직의 노력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전체 노동자가 단결하기 위해선, 쓰라린 배신감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선 정규직노동자들이 비정규직에게 먼저 다가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배노동자로서, 먼저 조직된 노동자로서 자신의 투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나의 대열로 뭉칠 수 있도록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번 도급화 반대 투쟁이 이전의 상처를 회복할 좋은 기회일 수 있다.
단결만이 승리의 유일한 열쇠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의 고용을 위협하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킬 도급화를 함께 반대해야 한다. 현장에서 아래로부터 시작해야한다. 쉽지 않은 일인 게 분명하다. 하지만 어렵다고 주저앉아 포기하는 순간 우리의 처지는 더욱 밀려날 게 뻔하다. 앉아서 당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보자. 그리고 노동자의 생존권, 노동자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하나로 뭉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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