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부터의 연대와 노동해방 정치투쟁으로
손배가압류를 분쇄하자!
“두산이 해도 너무 한다. ··· 재산가압류 급여가압류 노동조합 말살정책으로 ··· 출근정지가 끝나고 현장에 복귀했지만 무슨 재미로 생산에 열심히 하겠는가. 이제 이틀 후면 급여 받는 날이다. 약 6개월 이상 급여 받은 적이 없지만 이틀 후 나에게 들어오는 돈 없을 것이다.”(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 유서 중에서)
“하지만 이 투쟁은 반드시 승리해야만 한다. 잘못은 자신들이 저질러놓고 적반하장으로 우리들에게 손해배상가압류에 고소고발에 구속에 해고까지 노동조합을 식물노조로 노동자를 식물인간으로 만들려는 노무정책을 이 투쟁을 통해서 바꿔내지 못하면 우리 모두는 벼랑 아래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승리할 때까지 이번 투쟁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 유서 중에서)
“법에도 보장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수십억 원의 손배ㆍ가압류와 구속, 수배, 해고까지 당해야 하는 우리 노동자들의 삶이라면 차라리 이런 나라에서는 살아갈 가치를 느끼지 못해 옳지 않은 방법임을 알면서도 많은 동지들에게 욕을 먹을 각오로 죽음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세원테크 이해남 열사 유서 중에서)
위 글은 지난 2003년 민주노조 사수와 노동해방 쟁취를 위해 자신의 몸을 바쳐서 저항한 열사들의 유서 글 중 일부다. 손배가압류를 통해 회유하고 분열시키며 보복을 가하는 것, 각종 가처분을 통해 노동자의 손과 발을 묶는 것은 노동자 탄압의 대표적인 수단이며 이 악법들을 철폐하지 않는 한 노동운동의 힘찬 전진은 불가능하다.
열사들의 유서에는 손해배상가압류에 대한 처절한 분노와 절규가 담겨 있다. 열사들의 피맺힌 저항과 죽음을 계기로 손배가압류 문제가 쟁점화되었고, 손배가압류 철폐를 위한 투쟁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손배가압류에 맞선 투쟁의 중요성은 잊혀지고 있다. 이에 반해 자본가들은 더 악랄하게 더 잔인하게 이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손배가압류는 여전히 수많은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살인적인 무기다. 손배가압류 뿐만 아니라 각종 가처분이 증가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노동자들의 공동투쟁과 이러한 악법을 철폐하기 위한 정치투쟁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손배가압류를 이용한 악랄한 탄압
기륭전자 자본은 1차로 16명의 조합원들에게 16억, 2차로 14명에게 일인당 이십여억 가까이, 그리고 3차로 31명에게 22억 5천만 원 등 115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자본가들에게는 큰 돈이 아닐지 몰라도,1152억원이라는 돈은 64만원 몇 천원의 월급을 받고 뼈 빠지게 잔업특근을 해야 겨우 80만원 남짓 받았던 기륭 조합원들에게는 235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 푼 못쓰고 갚아도 갚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돈이다. 이것은 착취에 맞서 일어난 노동자들에게 가하는 자본의 무시무시한 보복 방식이다. 이것은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가하는 부유한 자본가들의 무자비한 보복이다.
기륭전자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에서는 몇 십, 몇 백억 원의 손배가 떨어졌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200여억 원, 하이닉스 14억 원, 익산CC 12억, 울산 플랜트 20억 등 비정규직 투쟁사업장에서는 손배가압류를 동원하는 자본의 비열한 탄압에 맞부딪치고 있다.
얼마 전 현대 하이스코 자본은 하이스코지회를 상대로 72억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확약서 내용 중의 하나인 ‘민형사상 책임 최소화’는 결국 72억 원의 손배라는 잔인한 보복으로 되돌아왔다. 하이스코 자본은 합의서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합의서를 손바닥 뒤집는 자본의 속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러면서도 “손실액에 비해서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매주 적은 수준”이라며 마치 자신들이 자비를 베푸는 것처럼 사기를 친다. 72억이라는 천문학적 수치의 손해배상을 때리고도 매우 적은 수준이라고 사기치는 것! 이것이 자본가들이 생각하는 합의정신이고 최소화의 의미다. 이것이 그들의 계산법이다! 만약 이 계산법이 일말의 진실이라도 담고 있다면, 그것은 노동자의 투쟁 앞에서 자본가들이 잃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엄청나다는 것, 한마디로 노동자의 최소한의 요구에 대해서마저도 착취자들의 분노가 그만큼 엄청나다는 점을 보여줄 뿐이다.
“최소화, 손배 최소화 또는 상호 노력한다.”는 추상적이고 애매한 합의는 항상 이런 식으로 자본가들이 뒤통수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아니 자본은 이런 점을 철저히 이용하려 하며 세력관계가 노동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인 파업투쟁의 국면이 지나고 일상적인 국면이 열리면 백이면 백 합의안의 허점을 이용해 보복한다. 따라서 우리는 ‘최소화한다’, ‘노력한다’는 식의 추상적이고 형식적인 합의가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쟁취할 수 있도록 취선을 다해야 한다. 이후 자본이 뒤집더라도 우리가 정당성을 틀어쥐고 싸울 수 있도록, 자본이 자기 마음대로 도망가고 뒤집을 수 여지를 최대한 주지 않기 위해서 합의안 하나하나가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물론 아주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합의안일지라도, 그것은 노동자의 투쟁력과 단결력을 통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종이쪼가리에 지나지 않게 된다. 합의안은 일시적 휴전협정에 불과하고, 역관계가 바뀌면 휴전협정의 내용은 변하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투쟁력과 단결력이 합의안의 내용보다 강하다면 합의안 이상을 관철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약하다면 이후 노동자가 획득할 수 있는 것은 합의안 이하일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어떠한 합의안이더라도 법률적 해석의 영역으로 가면, 자본가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해석된다. 노동자계급이 전반적으로 가하는 강력한 압력이 없다면, 법률적 해석을 담당하는 자본가 정부기구들은 전적으로 자본가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의 핵심들을 보지 않으면서 단지 투쟁을 정리하기에 급급한 관료들은 노동자투쟁의 성과들이 헛되이 사라지는 것을 방조한다. 심지어 관례적이라는 이유로, 실무적이고 기술적인 이유로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서로 노력한다”, “최소화한다”는 식의 공문구, 아니 노사협조주의적 내용을 집어넣는다. 이것은 나중에 우리 스스로를 묶는 족쇄가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합의는 계급적 적대감과 투쟁의지를 약화시키는 재료가 되어, 노동자의 단결력과 투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72억 원의 손해배상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투쟁을 포기하면 손배를 취하하겠지만 계속한다면 너희들에게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노조를 포기하라! 노동자들이 다시 재기하지 못하도록 끝까지 밀어붙이기 위한 최후통첩, 바로 이것이 하이스코노조에 가해진 손해배상의 진정한 의미다. 게다가 투쟁하면 평생 빚쟁이가 되고 패가망신한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노동자들을 위축시키기 위해 자본가들은 손해배상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GS칼텍스는 구속 및 해고자 14명에 대해 제기한 11억 원 상당의 가압류를 여전히 풀고 있지 않다. GS칼텍스뿐만 아니라 건설운송, 효성, 태광 등 여러 사업장에서 자본은 투쟁이 종결된 후에도 끝까지 손배가압류를 풀지 않음으로써 잔인한 보복을 가하고 있다.
노동운동의 힘은 패배하고 쓰러지더라도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생명력에서 나온다. 그런데 손배가압류는 그 생명력을 겨누고 있다. 한두 명 또는 많아야 수십 명의 해고자들에게 수십, 수백억의 손해배상은 감당할 수 없는 천 근, 만 근의 돌덩어리다. 노동조합이 깨지고 해고가 되었어도 가압류는 계속 따라 다닌다. 주택, 보험료 등에 대한 가압류가 생존 자체를 가로막는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심지어 친척들의 삶이 무너진다. 한마디로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에 대한 ‘일시적 보복’을 넘어선 ‘영구적 보복’이 손배가압류의 핵심이다. 이것은 그렇지 않아도 경제적 가난 때문에 신음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부자들의 가장 강력한 보복이다.
“손위 동서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사측에서 여기에 가압류를 했습니다. 동서 얼굴 보면 미안하고 너무 막막합니다. 지금은 가족 행사가 있어도 가급적 안 마주치려고 피해 다니는 신세입니다.”(효성해복투 정용준씨의 증언)
“가압류 당한 한 조합원의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가야 되는데 월급에 개인보험료에까지 가압류를 걸어 병원도 못 가고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흥국생명 조합원)
우리는 이런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손배가압류가 없다면 해고는 되었지만 자유롭게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압류가 계속 따라다니는 한, 이것을 풀기 위해서는 활동을 중단하고 돈을 벌던가 아니면 후퇴 정도가 아니라 완전 백기항복을 해서 자본가의 주문대로 복종해야 한다. 그나마 노동조합의 힘이 남아 있을 때는 투쟁으로 손배가압류를 풀어내거나 합의할 때 취하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힘이 바닥나거나 몇 명 혹은 몇십 명의 해고자만 남았을 때 손배가압류를 풀어낼 수 있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대공장 해고자의 경우 노조에서 임금이 지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소사업장, 비정규직 해고자의 경우는 장기간의 임금지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조건에서 이들 중소사업장, 비정규직 해고자, 활동가에게 손배가압류는 사실상의 사형선고와 마찬가지다. 전투적 투사들에게 가장 잔인한 보복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본이 노리는 것은 분명하다. 다시 재기를 꿈꾸지 마라, 아니 재기를 꿈꿀 수조차 없게 만들어 버리겠다! 그런데 손배가압류에 혼자 쓰러져 신음하다 포기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노동운동의 미래는 밝을 수 있겠는가?
조합주의적 전망으로는 풀 수 없다!
손배가압류, 가처분 등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동지들의 문제가 단순히 그 동지들만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연대와 실질적인 공동투쟁 전선은 열리지 않고 있다. 많은 동지들이 손배가압류로 활동을 포기하고 있고 장기투쟁사업장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데 이 사업장들은 손배가압류 때문에 처절히 신음하고 있다. 심지어는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공세적 투쟁이 손배가압류를 풀기 위한 수세적 투쟁으로 뒤바뀌는 일까지 빈번이 일어나고 있다.
손배가압류 문제로 싸우고 있는 해고자들에 대한 민주노조운동의 지원과 연대를 창출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대부분의 투쟁사업장에서는 손배가압류, 가처분이 쟁점이 되고 있다. 이들 투쟁사업장을 하나로 묶어 손배가압류, 가처분 문제를 공동의 요구로 모아내고 이들 악법을 철폐하기 위한 공동의 투쟁전선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 측면에서 금속노조가 2004년에 노조활동을 이유로 손배가압류를 하지 않는다는 중앙교섭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일보전진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당시 중앙교섭 참가사업장 중 손배가압류가 직접 걸려 있는 사업장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자본의 부담이 적었고 자본이 이를 양보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국내투자 활성화 노력 등 노사협조주의적 안들을 관철시켰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런 치명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의 합의안이 금속노조의 많은 사업장에서 손배가압류를 제한시킬 수 있는 방어막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금속노조의 신생 사업장, 특히 비정규직 사업장에서는 아직도 손배가압류가 자행되고 있으며 금속노조 이외의 사업장에서는 손배가압류가 무차별하게 활개치고 있다. 최근에는 철도, 지하철, 도시철도 등 공공 부분에서도 손배가압류는 대표적 탄압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상황은 손배가압류 문제가 한 단사, 한 산별만의 싸움으로, 그래서 자본의 손배가압류 사용을 제한하는 것으로는 풀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손배가압류 문제에 대해서 “적법한 단체교섭과 쟁의활동일 경우 배제, 폭력파괴행위에 대해서 적용 가능, 신원보증인 연대책임 제외” 등의 내용이 담긴 노동법 개정안을 2004년에 제출했다.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아닌 한 쟁의행위를 이유로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못하게 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경우에도 노동자들의 생존 및 노동조합의 존립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배상 범위를 제한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폭력파괴행위에 대해서 손배가압류를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는 노동자들의 파업은 합법적인 파업만이 가능하며 불법파업에 대한 손배가압류를 사실상 인정하는 논리다. 게다가 폭력파괴행위란 규정은 자본가정부의 해석 여부에 따라 적법파업에도 상당히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이 점에서 민주노동당의 개정안은 대단히 소심한 수준에 머물러 있고, 자본가 법률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 한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또 하나 명심해야 할 점은 이것마저도 손배가압류를 철폐하기 위한 단호한 투쟁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실 이 법안은 2004년 11월에 제출되었지만 현재까지 한 번도 제대로 심의되지 않았다. 결국 손배가압류에 대한 합법주의적 태도로는 손배가압류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왜 그런가?
자본가들에게 손배가압류는 합법적이면서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노조를 깰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이 사회의 생산수단은 자본가들이 소유하고 있고 이 생산수단의 보호, 유지는 자본가들의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 또한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노동자들을 고용해서 착취할 수 있는 권리, 즉 이들이 ‘업무’라고 하는 권리 역시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 한마디로 자본주의 법률의 가장 근본적인 기능은 생산수단 소유자들의 착취의 권리들을 지켜주는 것이다. 손배가압류에는 착취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자본주의 법률의 정신이 가장 잘 묻어난다. 이 법을 관통하는 정신은 “자본가들의 이윤을 위해 임금노예로서 열심히 착취당하기를 거부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자본가들의 재산에 대해 피해를 입히는 범죄인으로 보는 착취자들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을 바탕으로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손해배상가압류를 청구할 권리를 가지며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완전히 합법이다. 반면에 노동자들이 합법적인 파업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자본가들은 자신이 불리하면 직장폐쇄, 용역깡패 투입, 직권중재, 정리해고 등 수백, 수천가지의 합법적, 불법적 방법으로 탄압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가들이 쳐놓은 법의 테두리를 지키고자 한다면 투쟁과 파업은 패할 수밖에 없다. 자본가들이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고 그들의 법을 통하여 노동자들을 억누르는 사회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파업에 손배가압류라는 방식으로 수천, 수만 년 계속 대응할 것이고 탄압할 것이다.
불법파업 뿐 아니라 합법파업에 대해서는 온갖 방식으로 불법의 올가미를 씌워 손배가압류를 때리는 상황에서, 그리고 손배가압류의 적법성 여부를 다름 아닌 자본가들의 공동의 위원회인 정부의 법원이 판정하는 이상 손배가압류가 공정히 진행되도록, 남용되지 않도록, 신원보증인이 아니라 지도부에게만 적용되도록 하는 것을 통해서는 손배가압류의 억압을 절대 끝장낼 수 없다. 노동자들은 자본가들과 이들의 정부에 맞선 단호한 투쟁을 통해서만, 경찰, 군대, 감옥 등 자본가 국가의 물리력을 깨뜨리기 위한 정치투쟁의 힘을 통해서만 손배가압류를 부수어나갈 수 있다. 손배가압류가 노동자투쟁의 힘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고, 투쟁의 수위를 높이는 자극제 이상이 될 수 없음을 자본가계급과 정부가 느끼는 순간에만 손배가압류는 무력화될 것이다.
손배가압류는 자본가들이 지배하는 이 사회체제에서 그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노동자들을 억누르기 위해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탄압수법 중 하나이다. 따라서 이러한 탄압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며 자본주의 체제의 고유한 현상이지 단지 법을 남용하거나 자의적으로 적용해서 생기는 우연적인 결과가 아니다. 파업의 권리 확대, 직권중재제도 철폐, 노조활동으로 인한 손배가압류 금지, 나아가 모든 파업에 대한 손배가압류 금지 등을 쟁취해 나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를 그대로 인정하고 손배가압류가 무분별하게 자행되지 않도록 규제하는 데 우리의 요구를 제한해서는 안 되며,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단호한 투쟁을 통해서만 우리의 권리를 진정으로 지켜나갈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손배가압류 문제의 완전한 철폐는 자본주의를 철폐하고 노동자들의 생산수단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사회를 스스로 운영해 나갈 때만이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자본가 국가들의 반동적 법률 및 억압기구들과 단호히 싸워나갈 때만이 손배가압류를 무력화시켜 나갈 수 있다.
아래로부터 연대를 만들어내자!
가처분 문제 역시 심각하다. 출입금지 가처분, 퇴거단행 가처분, 업무방해 가처분, 집회금지 가처분, 시설물침해 가처분 등 온갖 가처분이 우리 손과 발을 묶고 있다. 가처분으로 인한 제약이 무시 못 할 정도로 크고 특히 투쟁력이 약한 사업장에서는 치명타를 입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적인 법적 대응에 머물고 있다. 자본과 정부는 우리 노동운동의 계급적 단결과 이로부터 뻗어 나오는 정치투쟁력이 약해지고 있는 틈을 치밀하게 파고들고 있다. 합법에 길들여진 노동운동을 이러저러한 법률로서 제압하는 것만큼 손쉬운 방법이 어디 있는가? 악법은 어겨서 깨뜨린다는 투쟁의 정신이 사라지고 소심하고 비굴한 타협의 정신이 자리 잡히게 되면 자본은 더 치밀히 악법의 굴레를 동원하고자 한다. 노동자들이 법률적 한도 내에서만 투쟁하는 이상, 이 법률적 테두리를 좁게 만드는 것은 더욱 유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합법적 울타리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손배가압류 가처분의 올가미를 벗어던질 수 있는 길을 찾아내야만 한다.
먼저 손배가압류, 가처분 문제가 걸려 있는 해당 사업장 동지들의 단결과 연대를 강화하고 공동의 전선을 칠 필요가 있다. 2003년에는 열사들의 목숨 값으로 그러한 전선이 강제되었다면 이제는 투사들의 치밀한 계획과 협동 아래 공동의 전선이 설치될 필요가 있다. 관료들의 형식적인 계획이 아니라 투쟁사업장 동지들, 그리고 그 투쟁을 엄호하고 연대하는 선진노동자 동지들이 손배가압류 문제를 정면으로 내걸고 공동투쟁의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흐름을 만들어내기 위해 투쟁하고자 하는 동지들은 손배가압류, 가처분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동지들, 특히 중소사업장과 비정규직 해고자 동지들에 대한 지원과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중소사업장과 비정규직 사업장에서 해고된 상황에서 손배가압류로 고통 받고 있는 동지들은 자본과 정부의 억압을 가장 많이 짊어지고 있는 동지들이다! 수억, 수십억의 손배가압류가 미치는 살인적인 고통 속에서 투쟁의 전망을 찾고 있는 동지들이다! 태광과 효성, GS칼텍스, 레미콘, 사내하청, 하이닉스, 하이스코, 기륭전자 등 우리 주위에 바로 이러한 동지들이 싸우고 있다. 바로 이 동지들에 대한 지원과 연대행동을 강화하면서 노동자들의 눈과 귀를 이 문제에 집중시켜야 한다. 공동의 투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정치적 전망과 결단, 힘을 모아내야 한다. 손배가압류, 가처분 투쟁사업장이 단결하고 투쟁을 확산시키며 다른 동지들을 합류시킬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대하고 함께 투쟁하자! 2006년 한 해를 손배가압류, 가처분 문제를 다시 한 번 노동운동의 전면에 부각시켜 이 살인적인 악법을 철폐하는 투쟁의 동력을 만들어 내고, 이것을 노동자계급의 정치투쟁의 전진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아내는 한 해로 만들자!
노동해방연대(구 미래연대)
이메일 nhaebang@jinbo.net
홈페이지 haebang.jinbo.net(주소창에서 “노동해방”을 치면 바로
들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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