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M 노동자들에 대한 자본의 공격! 일부 언론에서 미국 GM의 노사협상을 노사상생의 모범이라며 한국에서도 배워야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GM에서 이뤄진 협상은 노동자의 희생을 통해 회사의 이익을 높이는 것으로 노사상생이 아니라 “노동자 죽이기”일 뿐이다.
9월 24일 미국 GM노동자들이 전국 73개 공장을 세우고 7만 3천 명이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이틀간 파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들의 경우 무엇을 위한 파업인지도 모를 정도로 제대로 조직되지 못했다. 협상을 위한 들러리 정도로 파업은 진행되었고, 이틀 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전미자동차노조(GM 노동자들이 속한 노조)와 GM의 잠정합의안이 나왔다.
전미자동차노조 집행부는 이번 합의로 “고용 안정을 쟁취했다 ”라고 조합원들에게 알렸다. 16개 공장에 신차가 투입될 것이라며 7만 3천명의 고용안정을 보장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실제 세부항목에는 노동자의 고용뿐만 아니라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독약과도 같은 조항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
❶ 13개 공장 폐쇄 - 잠정합의안 당시 9개 공장 폐쇄 얘기와는 달리 합의안에는 13개 공장폐쇄를 합의한 것으로 명시되었다. 그리고 16개 공장에 신차를 투입하기 때문에 고용이 보장될 것이라는 GM의 얘기와는 달리 10월 중순 경 신차 투입 예정공장인 햄트램크 공장에서 자동차 수요 감소를 이유로 767명의 노동자가 정리해고 되기도 했다. 크라이슬러에서도 전미자동차노조가 퇴직자의료보험 신설과 이중임금체계에 합의해주며 고용을 보장받았다고 밝혔지만, 노사합의 며칠 뒤 크라이슬러는 1만 2천명을 정리해고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❷ 이중 임금제(미국판 비정규직제도) - 일명 “비핵심” 직종에 신규 채용되는 노동자들은 절반의 임금을 받도록 하자는 회사의 요구를 수용하였다. 현재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의 평균임금 수준은 시급 27달러 수준이지만, 신규로 채용되는 '비 핵심' 일자리 노동자들은 절반 수준인 14달러의 임금을 받게 된다. 비핵심 직종은 서브 조립, 기계가공, 검사, 재료취급, 시설관리 등을 비롯해 이후 더 확대될 여지가 많다. 전체 일자리의 1/4 혹은 1/3정도까지 이중임금제의 적용을 받게 될 것이 예측되고 있다. 기존 노동자들에 대해 보장되었던 의료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중임금제로 GM은 한해 80억 달러(약 7조 5000억원)의 이익을 볼 예정이다.
GM대우 부평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0월 30일 외주화 반대와 해고자 복직을 위해 공장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자본은 외주화를 강행하고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기 위해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얼마 전 스피드 파워월드 신규 업체인 에이티엔티텍과 GM대우 정규직지부는 계약해지자 중 10명을 선별복귀 시킨다는 확약을 했다. “선별복직”이라는 해결책은 전체 해고자가 아닌 일부만을 복직시키는 것이기에 외주화를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선별복직 대상을 비조합원으로 제한했다. 회사는 노조에 가입하면 복직할 수 없다는 생각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선별복직 카드를 내민 것이다. 부평의 해고된 노동자들은 선별복직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밝히고 있다. 해고된 전체 노동자들의 복직과 외주화 저지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부평 동지들의 투쟁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자!❸ 퇴직자 의료비 지원축소 - 미국은 공공 의료보험이 없기 때문에 의료비를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 미국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회사가 노동자의 건강을 책임질 것을 요구하며 투쟁해왔다. 그런데 GM은 의료비 부담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려 했고 이번 협상에서 노조 집행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현재 수준의 의료보험 적용을 지속하는데 필요한 돈의 70%정도만을 받고 노조가 운영하는 퇴직자의료비 펀드(VEBA)를 통해 의료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GM은 퇴직자의료비 펀드로 의료보험을 종신으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필요에 따라 보험료를 올리고, 보험 적용범위를 줄일 수 있다고 합의안에 명시하여 이후 노동자들의 부담을 더 늘이도록 만들었다.
GM은 공장폐쇄, 해외이전으로 협박하며 노동자들이 임금을 줄이고 양보하면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속삭인다.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 GM의 노사협약이 상생의 길인 것처럼 포장하며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는 거짓된 환상을 퍼뜨리고 있다. 그러나 거창한 “고용안정 협약”의 뒷면에는 “노동자 죽이기”만이 씌어져 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