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드디어 특별단체교섭에서 도급화 문제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다. 도급화를 받아들이면 비정규직 중 35명을 정규직으로 발탁채용하겠다고 제시한 후 6차 교섭에서는 50명의 정규직화 안을 제시했다. 자본은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결정을 결코 하지 않는다. 50명쯤 혹은 좀 더 정규직화하더라도 도급화가 이뤄지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이득이 된다고 회사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회사의 해결책은 다음을 의미한다.
1. 50명을 정규직화하면 비정규직 문제를 GM대우 원청이 직접 해결하려고 노력했고 그 성과라고 언론플레이할 토대가 마련된다. 그동안 비정규직 고공농성과 부평에서의 정리해고로 비정규직 탄압기업으로 알려진 것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꼼수이다.
2. 50명 정규직화 시키면 도급화를 통해 나머지 1000여명의 비정규직은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쓸 수 있다.
3. 회사의 제시안이 합의가 되면 불법파견 문제를 피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닉 라일리 전 사장이 법원에 나가는 일 없이 좋게 마무리될 수 있다.
4. 도급화로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분리시켜서 통제하기가 쉬워진다.
꿀 발린 사과를 깨물 것인가
회사는 50여명의 정규직화라는 달콤한 사탕을 앞세워 도급화를 받아들이게 하려는 수작을 부리고 있다. 35명에서 50명으로 숫자가 늘어날 때마다 노동자들의 관심은 몇 명이냐에 집중되고 있다. 비정규직들 역시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계산하는 데 바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규직화라는 맛있어 보이는 사과 속에 숨어있는 ‘도급화’라는 독약을 베어 먹어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도급화를 받아들이는 순간 회사는 빠르게 도급화를 진행시킬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확대되어 갈 것이다. 도급화는 결국 정규직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다. 지금 50명 정규직화를 회사가 선심 쓰듯 내놓고 있지만 5년 혹은 10년 뒤에는 500명의 정규직의 일자리를 내놓으라고 목줄을 죄어올 것이 뻔하다. 회사가 50명, 아니 100명을 정규직화 시켜준다 하더라도 전체 공정의 직접고용이라는 노동자의 대의와 맞바꿔서는 안된다.
발탁채용으로는 노동자의 단결력과 투쟁력을 성장시킬 수 없다.
회사가 제시하는 방식으로 발탁채용이 될 경우 노동조합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칠 것은 뻔하다. 회사의 입맛에 맞는 기준을 내세워서 정규직화가 진행된다면 이후 어떤 비정규직이 노동조합활동을 하려고 하겠는가? 이러한 방식의 정규직화는 비정규직을 관리자에게 줄세우기 하는 결과만을 낳게 될 것이다. 동료들을 믿고 함께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관리자의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이 더 확산될 것이다. 이미 경험하지 않았는가!!
50여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회사는 비정규직 문제는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생각한다. 불법파견 판정을 받지 않았으면 기존에 하던 대로 절반의 임금으로 비정규직을 쓰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는 법적인 문제만 해결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는 불법파견 판정으로 생긴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 문제란 동일한 노동을 하지만 절반의 임금으로, 비인간적 대우를 받으며 일하는 잘못되고 불합리한 현실을 의미한다. 노동자들의 고통의 족쇄인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책은 일부 정규직화가 아니라 비정규직이라는 제도가 없어지는 것뿐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체 일자리의 정규직화!
창원공장은 이미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상태이고, 법에 따라 2년 이상된 비정규직은 전원 정규직화되어야 하며 2년 미만의 장기직과 단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직접고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식당, 청소, 경비 등의 노동자들을 포함해 창원공장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직접고용, 정규직화되어야 한다. 10년, 20년 전만 하더라도 전체 노동자는 하나였다.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정규직이었다. 일하던 장소와 하는 일은 똑같은데 고용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다. 그 모든 것이 회사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수작이었다.
장기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자!
회사가 제시한 도급화와 그 대가인 정규직 발탁채용을 받아들이게 될 경우 현장의 단결력은 급격히 약화될 것이다. 도급화가 이뤄져 정규직노조의 현장장악력은 약화될 것이고, 비정규직은 개별화되어 집단적 힘을 갖추기 더 어려워질 것이다. 발탁채용이라는 단기적 이익으로 노동자 단결력이라는 장기적 이익이 훼손될 것이다. 당장 우리의 요구처럼 모두가 정규직화되는 것은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모두가 단결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뿐이라면, 장기적으로 전체 업무의 정규직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우리의 대안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