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은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만드는 조직입니다. 이것은 아주 당연한 말이지만 노조의 주인이 노동자라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우선 노동조합의 주체인 노동자는 누구인가 생각해 봅시다.
이 사회에서는 자신이 어떤 위치, 조건에 있느냐에 따라 '계급'이 나눠지게 됩니다. 그리고 각자가 속한 계급에 따라 그가 하는 생각, 행동이 알게 모르게 달라지게 됩니다.
예를 들면 '어떻게 하면 이번에 임금인상을 많이 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하는 사장은 없을 것입니다. '이 돈으로 공장을 하나 더 지을까, 부동산에 투자할까'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 노동자도 물론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각 계급의 사고방식은 철저히 다릅니다. 따라서 노동자의 조직인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계급성을 담게 됩니다.
(1) 노동자의 요구와 목표를 가진 조직이다.
어떠한 '조직'이라도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목표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요구를 실현해 나가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생활과 근로조건 개선에 대한 요구를 실현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올바른 계급적 요구'를 찾아내어 '올바른 목표'를 세워 활동하는 것에 있습니다.
개개인으로 흩어져 있고 일상생활 속에서 자본가들의 선전 공세를 받으며 살고 있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를 명확히 하여 올바른 목표를 수립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떤 때는 자신의 이기적인 주장만 내세운다든지, 눈 앞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에서 교육과 실천을 통해 올바른 입장을 세우고 전체의 목표에 자신의 목표를 일치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2) 지속적으로 투쟁하는 조직이다.
또 노동조합은 계급조직이기 때문에 투쟁하는 조직입니다. 노동조합이 끊임없이 투쟁하는 조직이라고 한다면 어떤 조합원은 '너무 과격하지 않느냐', '어떻게 매일 싸움만 하느냐. 싸울 땐 싸우더라도 끝나면 서로 협조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느냐'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투쟁은 머리띠 매고 파업하는 것만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먼저, 왜 투쟁을 하게 된느가부터 살펴 봅시다.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자본가들은 이윤을 추구하고자 사업체를 돌리며 노동자들은 자신의 몫을 찾기 위해 투쟁합니다. 노동자의 임금이 인상되면 자본가의 이윤은 축소됩니다. 따라서 자본가 계급의 이해와 노동자 계급의 이해가 대립될 수 밖에 없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임금인상 때만 탄압을 하고 평상시에는 어떻게 노동자들에게 보탬이 될까 생각하는 자본가들은 없습니다. 일상시기에도 작게는 노동강도강화, 생산라인을 조정하는 등에서부터 크게는 산업구조 조정에 이르기까지 노동자들의 생존에는 아랑곳 없이 조금이라도 이윤을 더 늘리고자 하는 자본가들의 작업이 쉴 틈이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직무직능급, 기업문화, 임금억제 등을 관철시키기 위한 그들의 연구작업도 1년 내내 이뤄지고 있으며 노동조합의 활동 동향은 끊임없이 경찰이나 안기부에 보고되며 감시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은폐하기 위해 자본가들이 많이 쓰는 수법이 있습니다. 대우에서는 사장이건 노동자건 모두 '대우가족'이라고 떠들어 댑니다. 또 매스컴에서는 노사는 공동운명체여서 협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회사가 어려울 때 가족의 입장에서 우선 회사를 살리고 보자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한다고 해서, 회사가 잘 되어갈 때 알아서 노동자에게 더 돌려주는 경우가 있습니까? 조금의 여유자금이 생기면 자본가는 더 많은 축재를 위해 부동산에 투기하고 증권으로 재미 보기에 급급했을 뿐입니다. 노동자의 생존은 언제나 뒷전이었습니다.
이래서 노동자는 눈에 보이든 안보이든 노동자는 1년 365일 자본가와 대결 상태에 있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은 자신의 생활과 노동자 전체의 이익을 지켜나가기 위해 자본가와 끊임없이 싸워나가는 '투쟁조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일상활동에서의 친목모임부터 교육·선전·일상투쟁으로 조합원들이 항상 단결해 있어야 합니다. 노동조합이 지속적으로 투쟁하는 조직이어야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3) 전체 노동자 계급의 요구를 실현하는 조직이다.
단위 노조에서 임금을 많이 올린다고 해서 노동자들의 생활이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임금을 올린들 장바구니는 점점 가벼워지고 전세값 따라잡기에 가랭이가 찢어지고 세금은 턱없이 뜯기고… '노동자가 동네 북이다'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올만도 합니다. 게다가 부도·휴폐업으로 거리에 내몰리는 노동자가 어디 한둘입니까 ?
앞서 말한 것처럼 자본가들은 돈, 권력 다 쥐고 국가정책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같은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업종과 분야에 관계없이 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라는 회사의 노동자는 물가가 너무 올라 고생하고, '나'라는 회사의 노동자는 세금만 좀 덜내면 살만하고, 전세값은 '다' 회사의 노동자만 올려주어야 하고… 이렇게 각각 다른 것이 아니니까요.
각각의 사업장으로 나뉘어 있어도 같은 요구를 가질 수 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노동조합도 전체 노동자 계급의 요구를 가지고 싸우도록 만듭니다. 이런 계급적 요구는 더 나아가 자본가들에게만 유리하게 돌아가는 이 사회를 보다 민주적이고 민중이 더불어 사는 사회로 만들어야 하는 임무를 노동조합에 부여하고 있습니다.
2) 노동조합은 대중조직이다.
그러면 노동조합이 가진 또 하나의 면을 봅시다. 이는 노동조합은 대중조직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처음 노동조합을 만들었던 때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고 준비해 나가는 사람은 소수의 인원으로 출발했습니다. 회사에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스런 준비과정이 끝나고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공개되면 제일 처음하는 것이 조합가입원서를 받는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는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10이라고 생각하든 100이라고 생각하든, 노동법을 알든 모르든, 아저씨건 아줌마건 보다 많은 사람이 가입하도록 애씁니다. 노동자의 힘은 보다 많은 사람이 단결하는 것에서 나오기 때문에 학력·종교·나이 등에 상관없이 최대한 많은 조합원이 모이도록 합니다.
왜냐하면 노동조합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가입하고 활동할 수 있는 대중조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같은 노동자라고 해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만큼 대중적이면서도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는 조합이 되기란 쉽지 않은 노릇입니다. 어떤 조합은 조합원을 무시한 채 간부들끼리만 알아서 조합을 운영하기도 하고 어디에서는 서로서로 파벌이 생겨서 조합원들끼리 다투기도 합니다. 또 어떤 조합원들은 자신은 실천하지 않으면서 불만만 털어놓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대중조직이라는 것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갖고, 이것을 보장할 수 있는 올바른 조합의 체계와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