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지난 6일 대전광역시 태평동 B아파트 앞. 51일째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건설운송노조 태안·서해분회 레미콘기사 조합원들이 무기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운반단가 인상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지난 6월17일 파업에 돌입했지만 태안레미콘과 서해산업은 ‘꿈쩍’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달 28일 각 대표이사들은 △1년간 재계약 △기름값 전원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한 합의서에 서명했지만 다음날인 29일 태안레미콘과 서해산업 실질 소유주인 정동평 태안·서해 회장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당시 합의서 이행을 촉구하던 교섭단에게 태안·서해 정 회장은 “매월 1억원씩 적자가 나고 있어 태안레미콘은 폐업시키고 서해산업은 휴업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 합의 자체가 무산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
합의서 이행을 촉구하며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민형 분회장은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정 회장의 이같은 태도는 조합원들을 협박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 회장이 살고 있는 63평형 아파트는 시가 3억6천만원에 해당되는, 레미콘 6대를 살 수 있는 거액으로 고작 부부 2명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며 반문했다.
이어 이 분회장은 17년 전 태안레미콘을 세운 뒤 회장은 지금까지 서해산업을 비롯해 최근에도 충남 서산에 25억원을 투자, 신규회사까지 설립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동안 태안레미콘, 서해산업에서는 레미콘기사들에게 딱 한번 5천원 정도의 운반비 단가인상만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서해산업에서 10년째 근무했다는 최아무개씨는 “오후 늦게까지 진행되는 야간 작업시에 저녁식사를 제공해 달라고 했지만 밥은커녕 500원짜리 컵라면도 주지 않았다”며 “처음 일할 때는 회사 창립 원년 멤버니 함께 잘 해보자고 감언이설로 달래더니 10년이 넘도록 자신의 배만 불리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옆에 있던 오아무개씨도 “특히 서해산업은 레미콘 주유자체를 자신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주유소에서 할 것만을 요구하고 있다”며 “다른 곳보다 유가비가 비싼 그곳에서 기름 넣을 수 없다고 말하면 ‘일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겠다’며 해고 위협도 서슴치 않았다”고 최씨의 발언을 거들었다.
이어 오씨는 “회사는 레미콘기사노동자들은 사업주라며 노동자성을 부정하면서도 말없이 하루를 쉬면 3일씩 배차중지(운행중단)를 시키는 등 일요일조차 마음대로 쉴 수 없게 하고 있다”며 “어디 그뿐인가, 노예 부리듯 갖은 욕을 섞어가며 무시하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민형 분회장은 “10여년 간 인상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운송비 단가를 현실화하고 아무런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해고된 조합원의 복직을 요구하는 우리의 요구가 부당한가”라며 반문한 뒤 “당연한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서 회장과 회사는 이해할 수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할 것 이라고 밝혔다.
한편 태안·서해분회는 지난달 13일 충남지노위 조정종료 이후, 89.9%의 찬성으로 파업에 돌입해 50여일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애초 1박2일간 정 회장집 앞 노숙농성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조합원 릴레이 농성으로 전환해 정 회장을 만나서 사태해결에 대한 답을 들을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계속키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