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뿌려진 호소문의 내용과 지난주부터 진행된 투쟁상황을 정리한 글입니다.
<호소문>
1차 도급업체 스피드파워월드(주) 노동자들이 드립니다
비정규직은 사람도 아닌 개, 돼지인가?
기가 막힌다!!! 폭행당하고도 도리어 해고!!!
지난 12월 4일, A조에서 일하는 한 작업자(조립부 소속)가 공장에게 폭행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야간조였던 그 작업자는 안전교육이 끝나고 작업장으로 가기 위해 동료들과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공장이 갑자기 그에게 욕을 하며 달려들어 뒤에서 붙잡고 사무실로 끌고 가 밀치는 바람에 그 작업자는 뒷걸음으로 끌려오다가 넘어져 소파 모서리에 허리가 심하게 부딪히면서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그 작업자는 몇 달 전에 작업도중 허리를 다쳐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고통이 심해 넘어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공장은 “쇼하는 거니까 신경쓰리 마라”며 방치하였고, 결국 정규직 한 노조간부가 이를 뒤늦게 알고 달려와 구급차에 태워 성심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이 일이 있기 1주일 전, 이 작업자는 조립1부에서 차체1부로 일방적인 전보명령을 받았습니다. 웃기는 것은 이 작업자는 원래 차체 소속이었다가 일방적인 전보명령을 받아 조립1부로 옮긴 지 6개월도 채 안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조립1부로 옮기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작업도중 허리를 다쳤고, 그래서 전보명령을 취소해달라고, 아니면 허리가 좀 나을 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했지만 “아프면 그만두라”며 해고하겠다며 협박하였습니다. 결국 협박하다가 안되니까 말 안듣는다고 폭행까지 저지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작업자가 소장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소장이 “질 안좋은 애들이랑 어울려서 그렇다”고 말했다는데, 결국 전보명령의 이유는 사실 다른 곳에 있었던 것입니다. 질 안좋은 애들이란 바로 회사의 부당함에 대해 바른 소리, 옳은 소리 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가 막힌 일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폭행사건이 있은 지 이틀 후에 소장이 병원에 찾아와 “일하다 다친 게 아니기 때문에 산재가 아니라 병원비를 못 준다. 퇴원할 때 니가 계산해라”고 말했고, “출근하지 않으면 니 자리도 없어지고 무단결근으로 해고된다”고 협박했습니다. 그 작업자는 어쩔 수 없이 아픈 몸을 이끌고 12월 11일부터 출근했으나 그의 자리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와 있었고, 해고협박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병원에 입원한 그에게 치료비는커녕 월급마저 주지 않았습니다. 폭행한 공장은 껌 짝짝 씹으면서 히히덕거리며 돌아다니고, 점심시간에 탁구치고... 폭행당한 작업자는 온갖 모욕과 해고협박으로 피말리고... 이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더구나 당시 정규직 노동조합이 이 사건을 접하고, 피해자와 면담 후 업체 소장을 불러서 부당한 처사에 대해 시정약속을 받아냈지만, 업체 소장은 정규직 노동조합과의 약속을 무시하고 결국에는 1월 23일 해고를 통보하였습니다. 도급업체 관리자들이 정규직 노동조합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렇게까지 하겠습니까!!!
관리자는 사람이고 작업자는 개, 돼지인가!!!
그리고 얼마전 B조에서 조장과 작업자 간에 또다시 폭행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직장의 작업지시를 받고 조장이 작업자에게 차량점검일지 작성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싸움이 생긴 것입니다. 이 일로 작업자는 심하게 다쳐 병원에 입원하였고, 조장도 손가락을 다쳐 기부스를 하였습니다. 어쨌거나 회사일로 인해 발생한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버리고, “둘이 합의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2주가 넘도록 병문안 한 번 안가보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람한테 전화로 해고하겠다고 말하는 놈들이 도대체 사람이 할 짓입니까!
그러다가 지난 1월 18일, “내일 2시에 인사위원회가 있으니 참석해라”며 전화로 통보하였습니다. 그러나 병원에 입원해 있는 작업자는 참석이 어려우니 연기해달라고 요청하였으나 묵살하였습니다. 뻔하지 않습니까! 참석하던 안하던 해고는 결정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한쪽팔에 기부스를 한 조장 역시도 빠진 사람이 많아서 일할 사람이 없다고 일을 시키며 인사위원회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 놓고는 퇴근하고 가는데 전화로 “해고됐다. 그동안 수고했다”고 통보하였습니다. 우리 작업자들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렇게 하겠습니까! 관리자놈들이 우리 작업자들을 인간으로 생각한다면 이러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래저래 돈 떼먹으면서 일만 열나게 시키고, 필요 없어지면 자기들 마음대로 짜르고... 우리가 무슨 개, 돼지도 아니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사람 가지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인사위원회는 뭐 때문에 하는 것입니까? 똑같이 잘못해도 공장/관리자는 사람이고, 조장/작업자는 개, 돼지입니까? 이게 어디 사람이 할 짓입니까! 소장은 A조 일과 B조 일은 다르다고 합니다. 도대체 뭐가 다릅니까? 지나가는 개를 붙잡고 물어보십시오! 어이가 없고, 분통이 터집니다. 조장과 작업자 둘 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한 집안에서는 가장인데, 어떻게 여기서는 개, 돼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을 수 있습니까! 정말 이럴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정리해야 할 놈들…이번 기회에 다 짤라!!!
정말이지 우리 작업자들을 개, 돼지 취급하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외주화니 뭐니 해서 설 지나고 나면 다들 짤릴 거라고 하는 말 때문에 안그래도 불안해죽겠는데 얻어맞고 짤리기까지 하니까 억울해서 미칠 것 같습니다. 소장은 남의 일이니까 딴 사람들이 신경쓸 게 아니라고 하는데, 어디 이게 남의 일입니까? 관리자놈들은 우리를 개, 돼지 취급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최소한의 사람의 도리가 뭔지는 압니다.
1월 22일부터 우리 작업자들은 잔업거부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회사는 업체 인원 중에서 차체에서 일하고 있는 직조장들과 어디선가 급히 구해온 아르바이트생들을 투입하여 방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모조리 다 짜르겠다고 합니다. 어차피 외주화 되면 정리해야 하니까 이번 기회에 싹 다 짜르겠다는 것입니다. 말로는 “걱정하지 마라. 고용은 보장될 것이다”라고 하지만, 한두번 속은 것도 아니고 우릴 개, 돼지 취급하는 놈들의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그럼 사장이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확약서라도 써달라고 요구했지만, 그건 또 안된답니다. 그럼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어차피 짤릴 거, 지금 짤리나 한두달 후에 짤리나 똑같은 거 아닙니까!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죽기살기로 끝까지 싸우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설사 우리가 지더라도 절대로 우리만 죽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를 개, 돼지 취급하는 놈들을 저대로 두고 억울해서 어떻게 우리만 죽겠습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울 것입니다. 어차피 우리는 개, 돼지이고 개, 돼지가 무슨 수단과 방법을 가리겠습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 우리의 요구 >>>
1. 부당하게 해고된 3인에 대한 해고를 즉각 철회하고 원직복직 시켜라!
2.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소장을 즉각 파면하라!
3. 사장은 이번 일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
4. 외주화와 관련하여 고용을 보장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라!
5. 이번 일과 관련하여 작업자들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을 것을 약속하라!
<지난주부터의 스피드 상황 정리>
지난주 월요일부터는 B조(야간) 전체가 잔업거부에 들어갔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전체 작업자가 자신의 문제라는 생각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자체적으로 제작한 선전물을 들고 1식당앞 야간 중식 선전전을 전개하기도 하고, 작업거부를 통해 약 30여분 정도 조립 라인을 세우기도 하였다. 맞고도 해고당한 비참한 상황을 알리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회사의 태도는 완강하다. 오히려 작업자들의 정당한 저항에 대해 손해배상, 집단해고, 고소․고발을 추진하고 차체 스피드에서 근무하는 작업자들을 퇴근도 시키지 않고 회사내 사무실에서 재우며 조립부 잔업거부시 대체 근로를 시키기도 하고 10여명의 아르바이트를 뽑아 라인에 투입시키기도 하였다. 더 나아가 작업자에 대한 개별적인 면담과 협박을 통해 회유를 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집에 연락을 하여 가족들에게 위와 같은 사실을 알리며 불안감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확대시키기도 하였다. 해당 작업자들이 싸움을 시작한지 2주째에 접어들었지만 회사의 반응은 냉담하다. 폭행을 행사한 관리자를 비호하며 맞고도 해고당한 작업자를 복직시키라는 정당한 요구를 무참히 짓밟고 있는 스피드라는 회사의 최후가 어떨지 우리는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하청업체 스피드는 공장의 모든 노동자들의 귀와 눈이 이 사안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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