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기계약직, 미조직 동지들을 방치한 참혹한 결과
지금까지의 투쟁에서 지회의 투쟁력이 최대로 발휘되었던 것은 지난 26일 독자파업이었다. 26일 투쟁에서 우리는, 많지는 않지만 메인라인의 미조직된 비정규직 동지들과 단기계약직 동지들을 투쟁대오로 결집시키는 크나큰 성과를 발휘했다.
이것은 단지 몇 명이 나왔느냐 하는 수치 이상의 성과였는데, “지회가 단기계약직 동지들과 함께 하는구나.” “지회가 미조직 비정규직 동지들과 함께 하는구나” 라는, 현장 밑바닥으로부터의 믿음을 심어주었다는 의미에서 이후 일당백의 효과를 발휘할 성과였다.
이날 집회투쟁에 함께 했던 동지들이 현장에 들어가서, 같은 처지에 있는 주위 동료들에게 투쟁경험과 자신감을 불어넣었다면, 지회의 대중장악력과 투쟁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늘상 평가하듯이, 우리는 26일 투쟁에 결합한 단기계약직 및 미조직 비정규직 동지들을 보호하지 않았다. ‘보호하지 않았다‘ 라고 극단적으로 말하는 것은, 현장의 탄압이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마무리 집회에서 어영부영 해산한 동지들은 작업장에서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야했고, 정규직 전환, 계약갱신에 있어서 실질적인 불이익을 받았다. 우리도 알고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후에도 이 동지들을 보호하기 위한 항의방문 한번 제대로 전개하지 않았고, 이후 최소한의 현장순회도 조직하지 않으면서, 이 동지들을 고립시켰다. 현장 탄압에 대한 확인서를 받아내는 것 만이 우리가 취했던 조치였다.
물론, 확인서를 받아내고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하려한 투쟁을 폄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작업장에 고립되어 있는 동지들의 심리적 부담을 생각했다면, 10명~20명의 대오일지라도 일단 달려가서 엄호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했다.
단기계약직과 미조직 동지들에 대한 조직화가 단지 숫자 이상인 것 처럼, 이 동지들을 방치한 결과 역시 숫자 이상이다. 우리의 호소에 이끌려 집회투쟁에 결합했다가 온갖 부당노동행위를 당하며 고립된 이 동지들의 모습을 지켜본 작업장의 단기계약직 미조직 동지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우리 지회가 자신들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아니 그 힘이 약해 보호하지는 못하더라도 함께 싸워준다는 믿음은 힘없이 땅에 떨어졌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 지회가 처한 현실의 위기이다.
조직화의 포기는 곧 소수자 노조로의 전락이다.
심각한 우려는 지회 내에서도 발견된다. 지회가 처한 현실의 악조건에 낙담한 나머지 단기계약직 미조직 비정규직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이 미약하지만 포착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선의에서 우러나온, 보호하지 못했던 동지들에 대한 미안함으로부터 나온 행동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실수에는 두가지 실수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고통스러운 반성을 거친 실수는 이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약이 되지만, 고통스러운 반성을 피하고자 그저 낙담하기만 한 실수는 이후 똑같이 반복되어 독이 되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단기계약직 동지들의 계약해지를 방기하는 것, 미조직 비정규직 동지들의 조직화를 포기하는 것은, 우리 노동조합을 장기계약직들의 소수자 노조로 전락시키는 ‘독‘과 같다. 소수자 노조는 아무리 투쟁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자본가들의 심장인 라인을 장악하지 못할 것이며, 급소를 한 대 가격하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 열대 백대를 가격해야 하는 고난한 과정에 놓일 것이다.
가장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했다.
지난 과오를 뼈아프게 반성하고 이제서라도 단기계약직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해 일어날 것인가, 소수자 노조로 전락할 것인가? 선택은 동지들에게 달려있다.
실수는 반성하고 딛고 일어서면 약이 된다. 단기계약직 조직화로 일어서자!
동지들, 결심했다면 실천하자!
당장에라도 계약해지 된 단기계약직 조합원, 비조합원들의 업체에 대한 항의방문을 조직하고, 항의방문의 결과와 성과를 유인물로 배포하자.
단기계약직 동지들을 대상으로 한 지회 차원의 유인물을 배포하고, 중식선전전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현장순회를 다시 시작하자. 라인 한번 훑고 나오는 현장순회가 아니라, 악수 한번이라도 대면접촉하는 현장순회로 얼굴과 이름이라도 익혀나가자.
현대자동차 울산 비정규직 동지들이 2,000여명을 조직화 했던 사례를 기억하자. 쟁대위와 확간회의에서 힘있게 결의해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 과제를 수행하지 못해, 불행하게도 소수자 노조로 전락한다면 그 결과는 끔찍할 것이다.
현장의 단기계약직 동지들이 지회에게 느끼는 갈등이란, 비정규직 동지들이 정규직 동지들에게 느끼는 갈등과 다를바가 없다. 자본이 정규직 노동조합을 박살내기 위해 비정규직을 만들어내었듯이, 자본은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박살내기 위해 단기계약직을 더욱 확장시킬 것이고, 현장은 갈기갈기 찢겨 나갈 것이다.
동지들, 단호하게 선택하자! 힘차게 비정규직 대중의 희망으로 구심으로 일어서자.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투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