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끊임없이 남한 노동자 투쟁의 중심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어 왔다. 자본과 비교해서 열악한 힘의 열세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씨를 말리고자 하는 자본과 정권의 악랄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동지들은 너무도 열악한 처지에 굴복할 수 없었다.
최근의 이랜드 투쟁에서 보인 자본과 정권의 그 파렴치함은 극에 달했다. 줄곧 비정규직 보호 법안이라더니, 실제 비정규직 노동자 양산 및 탄압 법안이라는 것이 드러나자 마자, 폭력으로 입을 막아보려는 자본과 정권의 파렴치함은 단지 이랜드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과 정권, 각종 자본의 여론들은 정규직의 노동자 정신을 무참히 짓밟기 위해서 ‘정규직 이기주의’와 비정규직에 대한 동정 여론을 한껏 떠들어 왔다. 그러나 막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그 치가 떨리는 차별과 상황을 얘기할라치면, 더욱 극심한 탄압으로 파괴하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올해 또 다시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을 시작했다. 과거에도 500여명의 용역깡패를 라인에 투입시켜 노동자들의 일터를 난장판을 만들더니, 다시금 자본(원청)은 폭력배들을 투입했다. 구구절절히 원청 자본의 탄압과 멸시를 설명하기가 벅찰 정도로 그 동안 무수한 탄압들이 진행되었다.
자본이야 노동자 계급과 적대적이니 원래 그렇다 치자!
그런데, 우리가 어이없는 것은 기아차 정규직 집행부에서 보이고 있는 비정규직 동지들에 대한 태도이다. 이미 올해 초에 산별노조 내 기업별 지부 편제를 들고 나오더니, 급기야 투쟁적인 비정규직 지회의 조합원들을 빼내가기를 했었다. 이는 사실상 같은 금속노조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조직적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같은 공장안에서 노동자의 이해관계를 함께 나누기는 커녕,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최소한의 지지, 연대를 조직하기는 커녕, 투쟁성을 고사시키기 위해 벌이는 이런 믿기 힘든 일이 같은 공장의 정규직 집행부로부터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기아 비정규직 동지들의 투쟁이 실제로 벌어지자, 자본에서나 할 소리로 투쟁의 힘을 빼고, 왜곡을 하고 있는 것도 다름아닌 현재의 정규직 ‘집행부’이다. 이는 우리 어용화된 버스현장에서 사측의 탄압보다 더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는 어용노조 집행부들의 행태와 상당히 흡사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기아차 정규직 노조 집행부에서 열악한 버스 현장의 어용노조와 유사한 행태를 해서야 되겠는가?
최근 FTA 투쟁에서만 보더라도 남한의 대공장 정규직 집행부들의 관료화와 조합주의의 강화는 심각하다. 단지 내 앞 가름만 하겠다는 실리주의는 과거의 노동자 단결 투쟁과 연대 정신을 상당부분 갉아 먹은 듯이 보인다. 자신의 것만을 찾으려 하다가는 이미 전반적으로 뒤처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결국 자신의 것도 찾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이러한 대공장 정규직 노동운동의 침체 속에서 현재의 남한 노동자 투쟁의 명맥을 유지시켜 주고 있는 것이 바로 최근의 비정규직 투쟁이다. 이는 비정규직 스스로가 조직하고, 투쟁의 구심으로 자신의 독자성을 지키면서, 조합주의적 대공장 지도부들에 대한 견인과 여전히 역사적으로 내재해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계급성, 투쟁성을 일깨우는 역할을 통해서 전체 운동의 한 축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정규직 투쟁이 독자성과 전체 계급운동의 일환으로 양면적으로 보이지만 통일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노동자적인 시각에서 최근 기아차 정규직노조 집행부의 태도는 상당부분 동떨어져 있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지금처럼 전국적인 노동자 투쟁 전선이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현실적인 요구와 함께 전국 노동자 투쟁 전선의 사명까지 잃지 않고 있는 기아 비정규직 동지들의 투쟁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한다.
기아차 비정규직 동지들의 투쟁은 단지 자신의 밥그릇에 국한된 투쟁이 아닌, 전체 남한 노동자 투쟁의 중요한 구심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단지 비정규직의 이해관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관료화되고 조합주의에 갈수록 포섭되고 있는 정규직 노조 지도부들에 대한 비판적 구심으로서, 여전히 남한 민주노조운동의 전투성을 간직하고 있을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견인의 보루로서 역할해 줄 것을 진심으로 기대한다.
동지들의 올해 투쟁! 반드시 승리하자! 우리도 아직은 전국적 전선의 구심으로 서지는 못하고 있지만, 꾸준히 그러한 목표를 가지고, 동지들의 투쟁을 우리의 것으로 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과 연대를 약속한다! 투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