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이 무기계약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은 무기계약이라는 고용형태가 올바르기 때문이 아니다.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비정규직 법안의 법조문을 근본적으로 거스르는 무기계약이라는 신종 비정규 직군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앞으로 ‘온전한 정규직 쟁취’라는 미래를 계획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서울메트로에서 진행하고자 하는 무기계약은 온전한 정규직화도 아니요, 아무런 처우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단순한 고용형태의 수평적 전환에 불과하다. 아니 오히려 근로조건이 하향 평준화되는 개악에 더 가깝다.
그 이유는 무기계약 전환을 통해 임금이나 여타의 근로조건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오히려 정년만 단축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하철공사 운영진이 이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이런 개악안을 던졌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들은 철저하게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근로조건이 상이한 비정규직 조합원들 간의 불신과 반목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더 나아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 균열을 가져오게 하기 위한 철저한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는 서울지하철공사는 “몇 명을 정규직화 했다느니” 하는 터무니없는 사실을 갖고 대외 홍보에 나설 것이다. 몇몇 생각 없는 언론은 이 사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지하철공사가 제출한 보도자료를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기사화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지하철공사가 원하는 시나리오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하철공사 운영진이 모르는 게 하나가 있다. 우리 노동자들이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차량지부의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지하철 공사의 의도를 정확히 꿰뚫고 있으며, 이 사태를 기점으로 조합원간의 단결을 강화할 계기를 만들고 있으며, 공사를 압박하는 행동을 조직할 계획을 갖게 되었다. 더 나아가 궤도연대에서는 야비하기 짝이 없는 조합원 분열용, 실적 쌓기용 무기계약 전환을 폭로하는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우리 궤도비정규현장실천단도 이 계획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을 결의하면서 서울지하철이 노동자들의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고용의 문제를 갖고 장난을 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지하철공사는 이 싸움이 전체 궤도차원으로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태해결을 하는 것이 노와 사 모두를 위해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