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지킬때까지 우리의 투쟁은 계속된다.
노동자의 명절인 노동절 새벽에 우리 지회 조합원들이 또다시 목숨을 걸고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옆 신축공사장 고공 크레인 농성에 돌입하였습니다. 시카코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제 쟁취를 위해 투쟁했다면 우리는 정몽구회장과 현대하이스코가 지난해 자신들이 약속한 ‘확약서’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며 점거농성투쟁에 돌입하였습니다.
단순히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것이 그리도 큰 죄인가? 그것이 공장에서 쫏겨나야 할 엄청난 죄라도 되는지 현대하이스코는 하청회사를 강제폐업시키며 우리들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해고자로 전락시켰습니다.
그래서 해고자의 원직복직을 위한 11일간의 목숨을 건 1차 크레인 농성을 하였고, 그 결과 정부가 중재하고 정몽구회장과 현대하이스코가 약속한 해고자 복직을 주 내용으로 하는 ‘확약서’를 체결하였습니다. 단순히 종이 한 장에 불과한 확약서를 믿고 우리들이 크레인에서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재벌 순위 2위라는 사회적 책임이 분명한 현대기아차그룹이기에 정몽구회장이 성실히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으로 우리는 기꺼이 내려왔습니다.
우리는 정몽구회장과 현대하이스코가 자신들이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인내하며 기다려 왔습니다. 그러나 시일이 지나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몽구회장과 현대하이스코는 해고자들과의 약속을 지킨다고 하면서 징계받아 복직한 50여명을 폐업과 하도급계약 종료로 해고시키고 크레인 농성을 이유로 해고를 반복하는 작태를 보였습니다. 또한 66명에게 72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청구를 법원에 제기하는 것으로 확약서 이행에 답해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인내를 하며 정부기관과 시민단체, 지역민들에게 우리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기달려 왔습니다.
순천시청을 비롯한 지역의 기관과 단체들이 현대하이스코에게 약속이행을 요구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전국민중연대, 참여연대 등 많은 시민단체들의 성실한 약속이행 촉구가 줄을 이었지만 정몽구회장과 현대하이스코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였습니다.
서울 강남대로에서 진눈개비 내리는 날 오보일배를 하고, 금속노조가 총파업으로 공장정문앞에 모여 압력을 넣었지만 현대하이스코는 오만과 방자 그 자체로 대응해 왔습니다. 우리들이 기댈 수 있는 것이라곤 지키던 말던 아무런 법적 제재가 없는 확약서라는 종이 한 장인데 그것이 휴지로 변해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4월 19일 2차 크레인 농성을 감행하였으나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앞에 진압되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2차 크레인 농성으로 정몽구회장과 현대하이스코가 확약서를 이행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할 줄 알았으나 경찰의 폭력뒤에 숨어 배째라는 식으로 일관하였습니다.
이제 그 끝을 보기위해 오늘 3차 크레인 농성에 돌입하였습니다. 확약서 이행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그룹의 모든 의사결정과정의 최정점에 있는 정몽구회장입니다. 그래서 현대기아차그룹의 신축사옥에 목숨을 걸고 올라갔습니다.
이번 비자금사건에서 보듯이 정몽구회장의 한 마디에 약속이 지켜질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서 수천억원의 불법비자금을 조성하면서도 120여명의 목숨이 달려있는 해고자 복직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현대기아차그룹이 나서서 ‘확약서’를 이행할 것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요구는 아주 간단합니다. 지난해 목숨을 걸고 체결한 ‘확약서’ 그대로 해고자를 복직시키면 됩니다. 또한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손해배상청구를 철회하면 됩니다. 우리의 요구가 수용된다면 우리는 바로 크레인에서 내려올 것입니다.
크레인에 오르게 강요한 것은 우리 지회가 아니라 정몽구회장과 현대하이스코입니다. 약속이 지켜졌다면 왜 우리가 오르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약속이 이행된다면 우리는 바로 내려올 것입니다.
우리는 정몽구회장과 현대기아차그룹, 그리고 경찰이 목숨을 걸고 올라간 크레인 농성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에 둘 것을 요구합니다. 경찰이 또다시 강제진압에 나선다면 엄청난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농성자들이 크레인에 오를때 맨 몸으로 올랐기에 음식물의 반입을 허용하고 안전을 보장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한번 강조합니다. 약속을 지키십시오. 그러면 우리는 언제든지 내려올 것입니다. 우리의 요구조건은 너무나 간단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