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발 관여하지 말고, 제발 인사권에 개입하지 말기 바랍니다. ”
그동안 ‘관리자들에 대한 태도가 불손하기 때문’, ‘근태가 좋지 않기 때문’ 이라며 억지스럽게 이유를 만들어내던 코세스텍은, 노동부 김종식 근로감독관에게 “형평성에 어긋난다.” 라는 지적을 당하자, 다시 태도를 바꿔 “계약이 만료되었기 때문” 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공정(42번, 리어엑슬 탑재)에 신규인원을 투입하였습니다.
그런데, 출근투쟁 2일째가 되는 지난 주 금요일부터 이 신규인원이 물리적으로 저를 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였습니다. 코세스텍이 일방적이고 비합리적으로 계약연장을 거부했으며, 6개월 계약직으로 일하는 누구도 이런 일방적인 계약연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차근차근 설명하였습니다.
하지만, 대화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화 자체를 거부당했습니다. 신규인원은 “당신의 계약연장 거부 문제는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도, 42번 공정은 자신의 일이라며 물리적으로 저를 밀어냈습니다.
이는 “나에게는 인사권이 없다”면서도, 계속 비킬 것을 요구하는 직/공장의 태도와 한치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계약연장 거부 문제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면서, 그리고 인사권이 없다면서, “어쨌든 계약이 만료되었으니 나가라.” 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일관성이 없는 태도입니다.
신규인력과 직/공장이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일관성 없는 태도를 취하는 데에는 사실 이유가 있습니다. 중립적인 척 행세를 하지만, 자신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실제 코세스텍과 그 배후에 있는 GM대우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동안 유인물을 통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습니다. 코세스텍과 GM대우는, 상시적인 업무에 6개월 계약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 근태와 작업태도에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연장을 거부하는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합리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회사 마음이니까’ 혹은 ‘어쨌든 계약은 만료되었으니까’ 라는 억지로 일관한다면, 저는 더 이상 대화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우리는 주면 주는 대로 받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하인이 아니라,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고백한대로,
제발 관여하지 말고, 제발 인사권에 개입하지 말기 바랍니다.
“ 형님들, 사측이 먼저 원하청 연대를 합니다. ”
지난 금요일, 저를 밀어내는 신규인력에 맞서 공정의 일부라도 작업을 하려했으나, 오후부터는 그것마저도 하지 못해 피켓팅을 해야 했습니다. 직/공장이 공정의 업무를 분담했기 때문입니다.
직/공장이 평소와 다르게, 적극적으로 라인을 탔던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제가 공정의 일부라도 작업하는 것을 막고, 하루 이틀이 지나며 지쳐 결국 라인에서 멀어지고 출근투쟁을 포기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실로 대단한 원하청 연대가 회사측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귓속말을 나누는 직/공장과 업체 관리자들, 이들의 협력에 의해 제가 출근투쟁에서 밀려난다면, 비정규직들 내에서는 ‘거봐. 해봤자 안되잖아. 그냥 조용히 살자.’ 라는 노예의식이 확산될 것입니다. 그리고, 코세스텍과 원청 관리자들은 비정규직들을 조종해 무난하게 조립 1과 트림/샤시 생산라인의 50%(8job)를 자신들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창원지부 대의원 형님들에게 찍소리도 못하는 업체 관리자들이지만, 이들은 ‘두고보자’며 발톱을 숨기고 있을 뿐입니다. 형님들도 아시겠지만, 진정한 실력은 ‘누가 큰소리를 칠 수 있느냐’ 가 아니라, ‘누가 라인을 장악하느냐’ 이기 때문입니다.
형님들도 보셨을 겁니다. 비정규직 개악법안에 맞서 형님들이 4T 파업을 하시는데, 정작 비정규직 동생들은 나서지 못했습니다. 저희들이 먼저 죄송합니다. 당장 저부터 동생들을 설득하고 동참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코세스텍이 언제든 쓰고 버리며 선별한 말 잘 듣는 친구들로 라인을 메운다면, 이런 비극은 현재 천막농성 중인 비정규직지회와 곧 임단투에 돌입하는 형님들 모두에게서 계속 되풀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런 현실에 너무나 애가 탑니다.
형님 동생들이 다함께 마음 먹었으면 합니다. “최소한, 회사측의 원하청 연대 보다는 잘하자!”
동생들도 노력하겠습니다. 우리는 단 한 번도 이러한 차별과 갈등을 요구한 적도, 원한 적도 없습니다. 형님들과 함께, 웃으며 건강하게 마음 편히 일하고 싶을 뿐입니다.
2006년 3월 6일 월요일, 출근투쟁 3일째를 맞으며
조립1과 샤시2직 조합원 오성범 (011-9945-8905, will84@naver.com)
‘합리적 사유 없는 3개월 수습사원 부당해고’ 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
(2006-03-05 머니투데이)
사용자가, 정식 사원으로 채용되기 전의 시용(試用)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수습사원)를 해고하거나 기간 만료시 본 계약 체결을 거부하려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1998년 한미은행(현 한국씨티은행)의 경기은행 인수 과정에서 해고된 경기은행 전 직원들의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나온 판결로, 수습사원을 해고할 때는 보다 엄격하고 타당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시용기간 중의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기간 만료시 본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주어진 해약권의 행사로, 통상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되지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은행이 각 지점 별로 고용해지와 관련한 평정등급 인원 수를 할당한 점, 업무적격성 등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이뤄진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가 원고들과 근로계약을 해지한 데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미은행의 경기은행 직원에 대한 고용승계 과정에서 해고된 민씨 등은 "당시 채용요강에 '시용기간'에 관한 언급이 없었고 시용 조건부 근로계약임을 고지한 바도 없었다"며 한미은행을 상대로 해고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서동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