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투쟁에서 드러난 창원공장의 과제
26일 비정규직 지회 4시간 파업에 이어 31일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 잔업거부 투쟁이 있었다. 26일 비정규 파업은 비정규직이 라인을 세울 수 있겠냐는 의구심을 한번에 씻어버린 통쾌한 투쟁이었다. 올스톱시키지는 못했지만 가다서다를 반복한 라인은 비정규직도 창원공장의 하나의 주체라는 것을 증명했다. 며칠 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힘을 모으는 첫 공동잔업거부투쟁이 진행되었다. 이는 노동자는 하나라는 기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투쟁으로서 큰 의의를 가질 것이다. 비록 일부 정규직 대의원들의 반대로 한 장소에서 함께 어깨걸고 투쟁하지 못했지만 함께 투쟁했다는 것 자체로 진일보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진정 비정규직 정규직 구분을 떨치고 함께 투쟁하는 것은 이후의 과제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몫이다. 그런데 31일 투쟁은 우리가 좀 더 심도 깊이 고민해야 할 점이 있다.
우리의 실력이 뻔히 드러난 투쟁이었다.
31일 잔업거부 투쟁의 또다른 의의는 우리의 실력이 객관적으로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잔업거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라인은 완전 멈추지 않았다. 가공부를 비롯한 일부부서는 생산이 멈췄지만 조립을 비롯한 메인라인은 12잡으로 돌았다. 우리는 이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정규직이 모두 일손을 놓아도 라인은 돌아간다.
정규직 파업의 위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26일 비정규 독자 파업에 라인은 26잡으로 돌았다고 한다.(이는 회사의 대외용 통계이고, 실제 지회 통계로는 13잡이었다.) 그런데 정규직,비정규직 공동 투쟁에서는 12잡으로 라인이 돌았다. 단순하게 계산을 했을 때 비정규직 지회의 파업 위력은 9잡 정도이다. 정규직 파업의 위력은 14잡 정도라는 것을 알수 있다. 나머지 12잡은 무엇인가? 12잡은 원청관리자들과 미조직된 비정규직의 힘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창원공장의 힘의 배분은 다음으로 정리할 수 있다.
35잡= 9잡(비정규)+14잡(정규직)+12잡(원청관리자, 미조직 비정규)
위의 수치와 계산은 다양한 변수를 빼고 단순하게 정리한 것으로 숫자에는 큰 의미없고, 창원공장의 힘관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것이다. (더 정확히 계산하면 26일 파업 때는 미조직비정규직이 파업에 동참했기 때문에 20잡 이하로 돈 것이 맞다.)
정규직의 힘은 점점 약해지고 있고 비정규직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 쪽수로 하더라도 정규직이 1300명 비정규직이 1000명 가량 되니 비율이 1:1에 가까워지고 있다. 여기에 직훈생, 공고생, 우즈벡 더불어 관리자까지 합하면 창원공장에서 정규직의 힘은 절반이하로 보아야 한다. 이는 심각한 상황이다.
2001년 울산 효성공장의 투쟁이 보여준 교훈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비정규직이 공장안에서 늘어날 땐 그것이 문제가 될 줄 아무도 몰랐지만, 회사의 정리해고 위협이 들어오고 파업이 시작되자 정규직은 자신들의 뼈아픈 실책을 절감했다. 비정규직이 조합원 대비 66%나 되는 상황에서 파업은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공장은 쌩쌩돌아갔다. 뒤늦게 하청노동자의 정규직화를 내걸고 투쟁동참을 호소했지만 평소 동료로서 함께 생활하지 못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상황을 주관적 희망이 아니라 객관적인 눈으로 보아야한다.
이영철 대의원해고와 안광식 가공부 대의원에 대한 고소고발은 우발적으로 발생한 일인가? 노조집행부와 회사와 더 긴밀하게 대화를 했다면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인가? 그런 생각은 정말이지 오산이다.
벌써 두달전의 일도 잊었는가? 가공부 물량부족으로 잔업취소한다는 회사의 방침으로 노동조합을 분열시키려고 했던 일을 잊었단 말인가? 그리고 KD 물량 빼돌리기가 단지 조합과의 대화가 되지 않아서 답답해서 하는 회사의 피치못할 하소연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대의원 해고와 고소고발은 GM자본의 철저한 계획하에 진행되는 것이다. 그 계획의 목적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1. 노동조합의 무력화
2. 도급화 시행
KD와 가공부만 깨면 대부분의 부서는 회사의 방침에 따라 정리할 수 있다는 판단을 GM자본은 하고 있다. 그래서 KD와 가공부 대의원에 대해 징계,해고를 날리는 것이다. 회사를 물렁물렁하게 보는 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만용이다. 자본의 목적은 단 한가지이다. 이윤의 획득! 이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한솥밥먹었다고, 회사의 한 가족이라고 얘기하는 사탕발림에 속는 것은 2001년 부평의 투쟁을 못본 사람들의 어리석음일 뿐이다.
비정규직은 자본의 안전판이다!
31일 잔업거부 투쟁에서 보았듯이 비정규직은 정규직 고용의 안전판이 아니다. 정확하게는 정규직 고용의 위협이다. 비정규직 확대는 자본의 안전판일 뿐이다. 비정규직이 한명한명 늘어나는 것과 함께 정규직의 목에 정리해고의 올가미가 죄어올 것이다.
회사는 이렇게 얘기한다.
“회사가 어려울 때, 생산을 줄여야 할 때, 비정규직을 짜르고 정규직의 고용은 보장하겠다. 비정규직 늘리는 것 동의해달라!”
그러나 생각해보라! 회사가 어려울 때 제일 먼저 할 일은 연봉이 높은 사람부터 모가지를 쳐나가는 것이다. 관리자들 짜르고, 그 다음은 정규직이다. 정규직 한 명 짜르면 두세명의 비정규직을 쓰는데 누가 정규직을 그냥 놔두겠나? 자본의 정리해고 공식은 언제나 다음과 같았다.
회사경영의 어려움=>희망퇴직=> 정리해고=> 노조의 반발 진압 =>비정규직 고용 확대
현대자동차의 경우를 보자. 98년 투쟁에서 4000명 정리해고 통보를 하기 전에 이미 희망퇴직으로 5000명을 길거리로 내쫓았다. 회사가 어려워서라는 이유로! 강력한 공장점거 투쟁으로 정리해고는 일정하게 막았다. 그러나 그후 5000명이 나간 그 자리에 1만명의 비정규직이 들어왔다. 이런 상황은 현대자동차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동일한 양상이 벌어져왔다.
그런데 이제 현대자동차 노조의 상황을 보라! 대의원이 산재발생을 이유로 라인을 멈췄다고 회사는 해고와 고소고발을 날렸다. 전 위원장에게 경비가 주먹을 날린다. 관리자들은 매일 밤 조합원들을 밖으로 끌어내어 공짜술을 퍼먹이며 “무쟁의를 위하여” 건배를 제안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자본이 던져놓은 비리라는 덫에 걸려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 최대의 노동조합이라는 현대자동차의 현실이다. 현자노조 몰락의 시발점이 바로 비정규직의 확대였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진정 고용안정의 무기는 공장의 다수가 단결하여 투쟁하는 힘이다. 창원공장은 공장에서 일하는 다수가 단결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회사에서 창원공장을 끊임없이 공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장의 다수가 단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자본의 목적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미조직 비정규직을 함께 조직해야 한다!
14잡의 힘을 가진 정규직과 9잡의 힘을 가진 비정규직 지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힘을 모아서 12잡의 힘을 가진 미조직 비정규직을 조직해야 한다. 정규직노조만의 힘도, 비정규직지회만의 힘도 자본과 맞짱 뜨기에는 부족하다. 둘의 힘을 합쳐야 하고 전부를 조직해야 한다. 노동자의 가장 큰 힘과 무기인 단결력! 그리고 투쟁력!을 최대한 끌어모아야 한다.
9월 말 KD 대정의 업체폐업을 시작으로 비정규직지회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될 것이다. 비정규직지회가 만약 깨진다면 정규직은 이후 더욱 고립될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정규직 대의원에 대한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현장은 관리자들에게 꽉 잡힐 것이고 직,공장의 막강파워는 부활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비정규직지회도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눈앞의 이익에 몰두해선 안된다. 멀리보고 현재에 대응해야 한다.
자본가는 장기적인 이익(노동조합의 무력화)을 위해 당장에 비용이 들더라도 달콤함으로 노동자를 유혹한다.
여기에 맞서려는 노동자는 단기적인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인 이익을(노동자의 단결) 우선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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