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7일 GM대우 2007년 감사보고서가 공개되었다. 2007년 GM대우는 12조 513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5426억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한국의 고임금 때문에 경영이 어렵다”라며 “GM의 투자를 얻기 위해서” 풀맨, 잡수 증가, 도급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회사 측의 얘기와는 너무나 상반된 결과이다. 공개된 장부가 이정도이니, 숨겨진 내용까지 포함하면 어떨지 충분히 예상이 된다.
이런 사기 행각은 미국 GM이 더 가관이다. 미국 GM의 경우 2007년 386억 달러(38조 6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적자는 실제 적자가 아니었다. 386억 달러는 세금 공제와 관련하여 “회계 변동”으로 발생한 단순한 서류상의 손실이었다. 장부를 가지고 적자를 만들어낸 후 그것을 핑계로 노동자들에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있다. 회사가 어려우니 미국 공장 4만 6천명을 대상으로 조기 희망퇴직을 받겠다는 것이다. 회계 장부 상의 숫자놀이로 노동자들에게 사기를 친 것이다.
그런데 거짓말과 사기로 노동자를 공장에서 쫓아내고, 노동강도를 높이고, 비정규직을 늘여서 얻은 이득이 흘러가는 곳은 어디인가? 386억 달러의 적자로 경영이 어려웠다는 2007년 GM그룹 회장 닉 왜고너의 연봉은 오히려 올라갔다. 미국 노동자들의 의료비 지원을 40%나 줄여놓고 회장 연봉은 165만달러에서 220만달러(22억)으로 33% 인상되었다.
회사가 숫자놀이로 사기를 쳐 노동자들을 삶을 악화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선 회사의 장부가 전면적으로 공개되어야 한다. 이중 장부를 포함한 모든 내용을 공개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회사가 어렵다며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기 행각을 깨부술 수 있다.
창원공장에서 벌어지는 합의서 파기와 같은 일들이 다른 회사에서도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 탄압에 대한 대응은 차이가 있다. 현대차 울산 1공장 노동자들의 합의서 파기에 맞선 투쟁은 창원공장 노동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현대차 울산 1공장 노동자들은 3월 3일과 4일 1시간씩 파업을 벌였다. 라인을 끊고 주야간 2000여명의 조합원들이 파업 집회에 참여하여 힘차게 투쟁을 시작했다. 4월 14일에는 프레스부가 잔업거부 투쟁을 벌였다. (프레스부 파업은 1공장뿐 아니라 전체 공장의 라인을 멈추게 한다) 그 다음날인 15일 1공장 대의원회가 본관 2층 점거에 돌입하였고, 16일 새벽에 400여 명의 조합원이 본관 앞에 모여 점거농성을 지지하고 합의서 이행을 요구하는 집회를 힘차게 진행했다.
현대차 울산 1공장 노동자들의 투쟁은 현대차 자본이 합의서(하루 잔업 2시간, 월 특근 2회 보장)를 일방적으로 깨 월 100만원 가량의 임금을 삭감시키며 생존권을 짓밟은 것에 대한 분노로 시작되었다. 합의사항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상황을 인정하고 넘어간다면 이후 더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분노와 위기의식만으로 투쟁이 만들어지진 않았다. 작년의 경우 조합원들의 파업요구에 파업찬반투표까지 진행했지만 투쟁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투쟁을 두려워한 대의원들이 개표를 하지 않고 투표함을 봉인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현장의 활동가 일부는 이런 문제에 대해 눈감지 않고 비판적으로 문제제기하며 투쟁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올해 조합원들의 투쟁의지를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현장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꾸준히 조합원들과 대화하고 토론한 것이 컸다. 조합원들은 작년 일을 경험삼아 올해 대의원 선거에서는 믿을 수 있는 전투적인 활동가들을 대거 당선시켰다. 이러한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를 기반으로 원칙을 지키며 투쟁하려는 활동가들이 조합원들의 구심적 역할을 함으로써 울산 1공장 노동자들의 투쟁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현재 3명의 대의원이 본관 점거 농성을 진행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자본의 공세에 반격의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는 현대차 노동자 투쟁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위축되고 있는 현장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이 투쟁이 승리할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자본의 잘못에 대해 정확하게 제기하며 노동자의 자존심을 지키는 투쟁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투쟁임이 분명하다. 현대차 동지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자.
지난 4월 20일은 차체부서협의를 통해 이미 차체체육대회를 하기로 합의한 날이다. 그동안 팍팍하고 고된 노동으로 쌓여왔던 스트레스도 날리고, 소원했던 동료들과 친목을 다질 수 있는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모처럼 봄바람도 쐬고, 기분좋은 햇살에 막걸리 한잔 하면서 맘껏 뛸 수 있는 날이 아니던가? 그러나! 이 모든 기회가 사측의 합의 파기와 갑작스런 특근강행으로 물건너가고 말았다. 노동자들의 일정은 고려하지 않고, 오직 물량을 맞추기 위해 일방적으로 특근을 밀어붙인 것이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깰 수 있는 “노사합의”라면 그런 합의는 하나마나 한 것이다. 노동자들이 특근 날에 다같이 특근을 째고 소풍을 갔다면 회사는 아마 게거품을 물며 난리를 쳤을 것이다. 방귀뀐 놈이 성낸다고, 합의를 파기한 놈이 더 당당하니, 참 우습다.
97~98년 IMF위기 때 자본가들은 명예퇴직, 희망퇴직이라는 사탕발림으로, 혹은 노골적인 정리해고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쫒아냈다. 이에 맞서 노동자들은 ‘실질임금 삭감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제안했다. 또한 주40시간 노동제가 제기되었을 때에도 줄어든 시간만큼 일자리 나누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관철시킬 만큼의 강력한 투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요구는 실현되지 못했다.
법정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이지만 자동차산업의 노동자들은 주 60시간을 일하고 있다. 기본급이 작기 때문에 잔업, 특근을 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잔업, 특근 없이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월급제를 실현한다면 이런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그리고 잔업, 특근 없이 하루 8시간, 주5일 노동으로 진정한 의미의 주5일제를 쟁취한다면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통계청의 조사에 잡힌 실업자만 207만명을 넘어서고, 일할 능력은 있지만 일자리를 가지지 못하고 가사노동, 취업준비, 학업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비경제활동인구가 1500만명에 달한다. 주간연속 2교대는 높은 청년실업률을 줄이고 전체 일자리를 늘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자본가들은 기업의 규제 철폐, 기업 성장으로 일자리를 늘일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를 해고하고 오히려 그 일자리를 기계로 대체하며 고용없는 성장을 확대하고 있다. 자본가들은 결코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없다. 일자리, 특히 비정규직이 아닌 질좋은 일자리는 노동자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 주간 연속 2교대로 노동시간을 단축시키고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늘리는 것, 그것이 바로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노동자의 해결책이다.
이 간단한 해결책은 단지 다음만 겁내지 않으면 된다. 수백조원의 돈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고, 삼성이라는 한 재벌 기업만 하더라도 무려 4조 5천억원을 비공식 로비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대자본가들의 엄청난 이윤을 노동자들이 가져오는 것! 그것만이 전체 노동자의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