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Category |
|
 |
|
|
|
|
어용세력과 노조관료들과 '다함께' 하는 국제사회주의자 |
|
플레하노프 : 그들은 총을 들지 말아야 했다 ; 최일붕 : 그들은 투쟁을 하지 말아야 했다?!
어용세력과 노조관료들과 '다함께' 하는 국제사회주의자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이하 비정규직지회)의 도장부 점거파업이 자본의 하수인들이 저지른 백색테러에 의해 9일 만에 막을 내렸다. 이번 파업 투쟁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어용세력들은 기아자동차 내에서 비정규직지회 활동가들뿐만 아니라 모든 민주노조운동세력들에 대하여 대대적인 이데올로기 공세를 가하고 있다. 어용세력들은 비정규직지회를 공장 밖으로 축출하는 것은 물론, 기아자동차 현장 안에서 민주노조의 씨를 말리겠다는 기세이다. 한편 기아자동차지부(이하 기아지부)의 최근 임시대의원대회(10월 9일)에서는 비정규직지회와의 조직통합 합의가 부결되었다. 그리고 기아지부는 사실상 비정규직 지회를 와해시키는 직가입 캠페인을 계속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참으로 관료화된 정규직 노조와 어용세력의 공세 앞에서 투쟁하는 민주노조가 와해되고 있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반전·반자본주의 노동자운동’을 표방하는 <다함께>에서 비정규직지회의 파업에 대해 “초좌파”라는 평가를 내리며 사실상 어용세력의 폭력만행과 기아지부의 투쟁회피를 두둔하는 기사가 파업 직후에 나왔다. <다함께>의 기관지 『맞불』 57호에서 전지윤이 비정규직지회 이동우 부지회장의 자기 방어 행동을 “폭력을 조장했다”고 하는가 하면 이어 58호에서는 <다함께>의 수장인 최일붕이 직접 나서 투쟁의 정당성 자체를 부정하고 이번 점거파업을 비정규직지회 활동가들의 “엘리트주의”와 “정규직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초좌파 전술”로 치부했다. 그리고 다시 61호에서는 레닌의 『좌익 공산주의 : 유아적 혼란』을 거론하며 기아지부 대의원대회(10월 9일)에서 조직통합이 부결된 원인을 비정규직지회의 ‘초좌익’적 행동에 돌리며 비정규직지회 해산을 들먹이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공감"을 얻는 투쟁은 무엇인가?
<다함께>의 수장인 최일붕은 이번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투쟁을 전반적으로 비정규직 활동가들이 “전투성에 도취돼 정규직 조합원의 선진적 부분과도 정서적으로 유리”된 채 이루어진 투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이 일어난 이유는 “정규직 조합원들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작용”한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전투적 노동자 단체들의 용감하고 헌신적인 지지를 넘어 정규직 노조원 다수의 동정과 그 선진 대중의 실질적 지지를 받았다면 회사 측은 큰 압력을 느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평가는 그 동안 기아지부의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배신적 행위들에 대해서 은폐하는 것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2005년 임단투 당시까지만 해도 용역깡패들이 비정규직지회를 침탈하자 자발적으로 이를 막아설 정도로 전투성을 보여주었다. 반면 정규직노조 집행부는 비정규직지회를 통제하려고 애썼으며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지회에 대해서 양비론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더 나아가 매도하는 경우도 보였다. 심지어 기아지부 화성지회장 이종대는 어용세력들의 관제집회에 참석해 “저들은 비정규직이 아니다. 협력업체의 정규직이다”라며 어용세력의 악선동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러한 가운데 자본의 사주를 받은 어용세력들은 정규직노동자들에게 회사 살리기 이데올로기를 유포시켰으며 그 결과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서 정규직노동자들의 정서는 이반되어갔던 것이다.
△ 비정규직지회에게 도장부점거 중단을 종용하는 기아지부의 소식지 함성44호. 기아지부는 비정규직 파업이 회사를 망하게 한다는 자본의 말을 앞장서서 노동자들에게 퍼뜨렸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아지부는 다시 연대투쟁을 조직하기는커녕 더욱 더 비정규직지회를 압박하고 통제하려고 시도했다. 가령 작년 임투 때에 식당 조합원들이 파업에 들어가자 당시 기아지부에서는 정규직 조합원들의 식사를 위해서 식당 조합원들의 파업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는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무시했다. 최일붕의 머릿속에나 있는 관념과는 달리 비정규직 활동가들이 기아지부와 독자적으로 행동한 것은 “부정적 편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수년간의 현장 활동의 결과였다. 비정규직 활동가들이 정규직 노조와 독자적으로 행동한 것은 “초좌파”라서가 아니라 기아지부의 계속되는 통제에 의해서였던 것이다.
최일붕은 비정규직 지회가 “정규직 노조원 다수의 공감을 얻었다면 이번 파업은 노동자의 단결이라는 노동자 투쟁의 최대 수확을 거뒀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는 하나마나한 이야기이다. 일단 “정규직 노조원 다수의 공감”이라는 것을 아무 것도 없는 진공상태에서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분명 노동계급적 단결이라는 의미에서의 “공감”이어야 할 것이다. 즉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본에 맞선 공동의 투쟁이라는 “공감”인 것이다. 하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다수가 그러한 “공감”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자본은 사내하청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작했고 업체들은 교섭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규직 노조원 다수의 공감” 운운하는 것은 비정규직 지회에게 투쟁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점거 시작부터 기아지부는 비정규직 투쟁을 엄호하기는커녕 비정규직지회 지도부에게 점거를 우선 풀고 조직통합을 선언하라고 압박하기만 했으며 급기야 사실상의 연대 단절을 선언했다. 기아지부가 파업 기간 내내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비정규직지회 파업을 어떠한 관점에 서 있었는가는 기아지부 함성소식지 44호에 실린 김상구 지부장의 말에서 명확하게 나타난다.
“비정규직지회의 심경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기아노동자 3만 4천의 생존의 문제이기에 도장공장의 점거를 풀어줄 것과 어렵다면 도장공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줄 것을 호소한다.” (기아차지부 함성소식지 44호)
여기에서 김상구 지부장은 사실상 비정규직 파업이 회사를 망하게 하려 한다는 자본의 논리를 그대로, 그것도 앞장서서 이야기했던 것이다. 물론 이 소식지에는 사측의 폭력유발을 경고하는 대목이 들어 있다. 하지만 기아지부의 점거 해제 요구는 어용세력들이 비정규직지회를 침탈하는데 있어서 명분과 자신감을 더해 주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어용세력과 구사대는 비정규직 파업을 침탈하더라도 이를 막기 위해 소위 ‘민주노조’라고 하는 기아지부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어용세력들은 기아지부의 통제마저도 거부하고 과감하게 비정규직지회는 물론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했던 정규직 활동가들에게까지 테러를 감행했던 것이다.
따라서 “파업 중에 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소속 조합원들을 퇴근시켜, 조업 중단이 ‘사고’로 처리되고 정규직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이 발생해, 이들의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할 때도 비정규직 활동가들은 정규직 노조 지도부 탓만 했”다는 최일붕의 주장은 기아지부의 배신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마땅히 민주노조라면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불만을 가질 때, 계급적인 관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아지부는 그런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기아지부의 배신적 행위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이 “정규직 노조원 다수의 공감”을 운운함으로써 최일붕은 그 당시 “정규직 노조원 다수의 공감”을 얻고 있던 어용세력에 부화뇌동하고 있는 것이다.
조직통합은 어떻게 추진되었는가?
비정규직 지회가 정규직 조합원들의 “공감”을 얻는 투쟁을 해야 했다고 주장하면서 최일붕은 비정규직지회가 지나치게 독자성을 주장했다고 비난한다. 그리고 비정규직 지회의 활동가들이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가 조직 통합을 하면 정규직 노조 지도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단속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면서 이를 “정규직 노조원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멸시하고 배척하는 경우에는” 이것이 “정당화”되지만 “올해 기아차의 경우는 후자였다”라고 말하며 모든 책임을 정규직 노동자들을 “신뢰”하지 않은 비정규직지회에게 떠넘기고 있다.
일단 조직을 통합하면 무엇인가 계급적으로 잘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최일붕의 사고는 조직형식주의적이다. 우리는 최일붕의 주장과 반대되는 것을 통합금속노조 출범 원년의 해에 너무나도 뼈저리게 보고 있다. 3만의 중소사업장과 비정규직 노조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금속노조는 완성차 대공장 노조들과 통합하여 17만의 산별노조가 되었지만 하이닉스 해고자 청산, 현대차 무쟁의, 졸속적인 산별중앙교섭 등에서 보이듯이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들만 일어나고 있다. 대공장들에서는 산별 무용론을 넘어 탈퇴론이 제기되는가 하면 중소사업장들에서는 대공장들 때문에 발목 잡혀 원래 하던 투쟁도 못한다는 원망들이 나오고 있다. 그것만 보더라도 계급적 내용을 채우지 못하는 조직통합은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 현실에서 입증되고 있다.
△ 기아 비정규직지회에 대해서 악선동을 한 『맞불』58호의 기사. 최일붕은 이 기사에서 비정규직 활동가들이 정규직에 대한 편견과 엘리트주의에 빠져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공감 없는 투쟁과 지나친 독자성을 주장했다고 왜곡하고 있다. (출처는 『맞불』홈페이지)
이번 조직통합 추진 과정도 그러하다. 이미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을 비정규직지회로 조직하고 있었다. 다른 사업장들에서는 비정규직이 거의 조직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아지부는 비정규직지회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직가입을 추진했다. 그것도 금속노조 규약을 어겨가면서까지 추진했다. 금속노조 규약 44조에는 “1사 1조직을 원칙으로 한다, 단 해당단위의 결정에 따른다”라고 나와 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해당단위라는 것은 이 조항을 신설하게 된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비정규직, 사무직 조직단위임이 분명하다”라는 해석을 내린 바 있다.
그러므로 “올해 기아차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최일붕의 ‘추측’과는 달리 기아지부는 비정규직 직가입 과정에서 이미 비정규직의 조직체로 있던 비정규직지회를 무시함으로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멸시하고 배척”했다. 기아지부의 직가입 추진이 비정규직 지회의 와해와 통제를 위해서 실시되었다는 것은 비정규직 직가입자가 화성을 제외한 다른 공장에서는 거의 전무했다는 점, 직가입 대상에는 1차 하청만이 포함되어 있고 2,3차와 식당노동자들은 제외되어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명백히 드러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최일붕은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들은 80퍼센트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정규직 노조와의 통합을 가결시켰는데 “비정규직지회 간부들은 통합 실행을 꺼렸다”라고 사실까지 왜곡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했다. 하지만 비정규직지회의 조합원들이 “80퍼센트라는 압도적 찬성”을 한 것은 단순히 “조직통합”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계급적 조직통합”을 위해서 필요한 4대 조건(△독자적 요구안 수립과 파업권 보장 △2,3차 하청 노동자의 조합원 가입 보장 △기아지부 대의원의 30% 비정규 할당 △사측의 구조조정 공세에 맞선 원하청 노동자들의 총고용 쟁취와 공동투쟁)이다.
이에 대해 기아지부는 비정규직지회가 제시한 통합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조건 직가입만을 고집했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을 해친 것에 대한 비판은 비정규직 지회 집행부가 아니라 기아지부가 받아 마땅하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조차 왜곡하면서 최일붕은 비정규직지회의 활동가들을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지회 간부들의 "엘리트의식"?
또한 최일붕은 투쟁에 참가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활동가들이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전술상의 주요한 결정”에서 대중을 배제하고 자기들끼리만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전술상의 주요한 결정은 점거 농성자들이 직접 또는 대표자를 뽑아 토론을 통해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농성자들은 몇 백 명밖에 안 돼, 총회 형식으로 직접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었다”라고 점잖게 타이른다.
하지만 어떠한 노동조합에서든지 투쟁의 시기에는 쟁대위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게 마련이다. 최일붕은 노동조합투쟁은 일종의 전투라는 것, 전투에는 전투를 지휘할 일사분란한 지휘체계가 필수적이라는 것조차 모르는 것 같다. 또한 투쟁 전술의 결정이 일부 활동가들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결정되었다는 최일붕의 ‘소설’과는 달리 쟁대위에는 지회의 상집간부들은 물론 현장에서 충원된 조합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최일붕은 마치 파업 시 부르주아 언론들이 하듯이 지도부와 점거 농성에 참여한 조합원들을 최대한 분리시키려고 하지만 그것은 최일붕의 머릿속에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최일붕은 왜 이러한 ‘소설’을 쓰고 있는가? 그것은 다시 비정규직 지회와 활동가들에 대한 자신의 악선동을 합리화시키기 위함이다. 최일붕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정규직 지부로 직가입한 ‘이적자’들이 ‘비이적자’들의 파업에 동정적이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비정규직지회 활동가들은 “정규직 노조로 이적하는 노동자들을 “맨날 파업하는 게 싫어 옮기는 자들”로 매도”하는 초좌익주의자들로 비난한다. 최일붕 덕분에 비정규직 지회 활동가들은 졸지에 ““맨날 파업하는 게 싫다”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노조원이길 택하는” 이들 이적자들이 “효과를 내는 파업을 원하고, 파업에 참가해도 보호받기를 원하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대중의 정서를 파악하지 못하는 자들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적자들에 대한 소위 “매도”가 활동가들이 아니라 지회에 남는 것을 선택한 조합원들의 당연한 정서라는 점을 최일붕은 모르고 있다. 만약 비정규직지회가 직가입자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했다면 이들을 자신의 조합원이라고 굳이 주장할 필요가 있겠는가? 오히려 비정규직지회는 직가입한 ‘이적자’들이 비정규직지회의 조합원이라는 점을 수차례 재확인하려고 했다. 다만 ‘이적자’들이 금속노조 위원장의 ‘이적’ 승인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비정규직지회의 5월 파업에 참여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하지 않은 자들에 대해서 비정규직지회는 금속노조에 중징계를 요청했을 뿐이다. 파업 불참자에 대한 징계는 향후 투쟁에서 동요하는 ‘제5열’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정당한 노동조합의 조치이며 모든 민주노조가 실시하는 조치이다. 파업 불참자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가 이후 노동조합 파괴의 출발점이 된 사례는 현대중공업, 서울지하철, 서울도시철도 등에서 나타난 바 있다.
최일붕은 기아지부의 집행부가 정규직 조합원들에 의해 선출된 지도부이기 때문에 이를 비판하는 것은 “그들을 직접 선출한 정규직 현장 조합원들의 다수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함께>는 민주주의의 형식을 빌미로 기아지부를 두둔하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노동자들과의 연대투쟁을 회피하고 구사대들에게 폭력침탈의 빌미를 제공한 기아지부 집행부야말로 민주노조의 정신인 자주성과 계급성을 훼손하면서 노동계급을 “모욕”한 것이다. 게다가 이를 두둔하고 비정규직지회의 조합원들의 다수가 선출한 비정규직지회 지도부와 현대자본에 맞선 파업투쟁을 “초좌익”이라고 비난하는 최일붕과 <다함께>야말로 “엘리트주의”에 사로잡혀서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과 노동계급을 “모욕”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투적’ 정규직 활동가들과 비정규직지회의 오류
그렇다면 투쟁 막바지지에 비정규직지회와 정규직 활동가들의 퇴각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일각에서는 어용세력들이 테러를 감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점거농성 해제와 통합선언은 불가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당시의 힘의 관계에서 자본과 어용세력이 압도적인 물리력을 가지고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용세력의 테러에 대해서 기아지부가 사실상 명분을 제공한 시점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지지가 일부 활동가 이상으로 확대되기 힘들었던 것도 분명하다.
△ 비정규직지회와 정규직 활동가들의 오류는 그들의 ‘초좌익적’ 전술이 아니라 더욱 투쟁이 지속되어야 할 때, 투쟁을 지속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비정규직지회 지도부와 정규직 활동가들의 동요가 있었다. 비정규직지회 지도부는 어용세력들의 공세가 거세지자 기아지부와 통합협상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한편 <현장공동투쟁>에 참여한 기아자동차 내부의 ‘민주파’ 활동가들의 다수는 어용들의 테러에 적극적으로 맞서지 못했다. <현장공동투쟁> 내에서 상대적으로 전투적인 세력으로 존재했던 <금속노동자의힘> 또한 일련의 폭력 사태에 직면하여 동요하며 다수의 회원들이 점거 중단을 선택하는 상황에 이르렀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기아지부는 비정규직지회의 완강한 투쟁 때문에 더 이상 직가입을 통한 비정규직지회에 대한 와해공작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5일에 걸친 어용들의 관제시위와 구사대의 테러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농성을 해산하지 않았다. 250명이나 되는 조합원들은 김수억 지회장이 농성 해제와 조직통합을 선언할 때까지 투쟁 현장을 굳건히 지켜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점거를 유지하는 것은 적어도 어용세력의 공세 속에서 무력화된 기아지부 대신 현장에서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민주노조운동의 거점을 지킨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의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비정규직지회와 정규직 활동가들은 점거파업의 중단 그 자체는―비록 전술적으로 분명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충분히 고려할 수도 있는 전술의 변화라고 변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파업의 중단 과정과 그 이후의 일련의 전개 과정에서 비정규직지회는 더 커다란 오류를 범했다. 비정규직지회 지도부는 사실상 무조건적인 통합을 선언했으며 조합원들이 총회에서 결정했던 통합의 4대 조건들을 더 이상 주장하지 않았다. 이는 사실상 투쟁의 기조를 저버리는 백기투항이었으며 향후 비정규직지회와 ‘전투적’ 활동가들의 입지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는 관료화된 기아지부의 통제를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비정규직지회는 향후 어용세력의 준동에 맞선 투쟁을 가져가는데 한계를 지니게 되었다.
어용세력과 구사대의 테러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했으며 또한 민주노조를 와해시키려는 관료들과 어용세력의 공세에 대해서도 일관된 태도를 취하지 못한 결과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의 권리는 더욱 제약을 받게 되었다. 심지어 9월 18일 본조 부위원장 선거와 경기지부 선거에서 조합원들의 투표가 어용세력과 기아지부에 의해 가로막히는 상황에서도 비정규직지회는 이를 막아내지 못할 정도로 힘이 약화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따라서 ‘전투적’ 정규직 활동가들과 비정규직지회 지도부가 시종일관 ‘초좌파적’으로 행동했다는 최일붕과 <다함께>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비정규직지회와 정규직 활동가들은 담대하게 투쟁해야 할 때, 담대하게 투쟁하지 못한 것에 대해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어용과, 관료와, 다함께 하는 <다함께>
한편 지난 10월 9일 열린 기아지부 임시대의원대회에서는 결국 어용세력의 주도로 조직통합마저도 부결되고 직가입 캠페인을 계속 추진하기로 결정이 났다. 이는 명백히 투쟁하는 민주노조인 비정규직지회를 파괴하기 위한 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도 <다함께>는 비정규직지회를 탓하며 비정규직지회의 해산을 선동하고 있다.
8월 말부터 벌어진 비정규지회의 점거 파업은 성공하지 못했고 정규직 비정규직의 갈등을 폭발시키는 결과만 낳았다.…따라서 이제 가능하고 필요한 전술은 비정규지회를 해산하고 모두 정규직 노조로 가입해 그 안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단결 투쟁을 구축하는 길이다. 이것은 비정규직 투사들에게 쉽지 않은 결단이겠지만 “[대중이 그곳에 있다면 심지어] 반동적인 노동조합이라도 참가해서 활동해야 한다”(≪공산주의에서의 ‘좌익’ 소아병≫)는 혁명가 레닌의 충고를 기억해야 한다. (『맞불』 61호, 2007.10.17)
한 마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정규직과의 갈등만을 야기한 하지 말았어야 하는 투쟁이었고 비정규직 활동가들은 무조건 굴종하고 기아지부에 흡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함께>는 레닌까지 들먹이며 젊잖게 충고하고 있다. 맞다. 우리는 대중이 있는 곳이라면 반동적인 노동조합에도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용에 굴복해 이미 존재하고 있는 민주노조를 해산하는 것이 레닌의 가르침은 아니다. 그것도 1차 하청만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2차와 3차, 식당 노동자들은 가입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직가입을 비정규직지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역시 <다함께>와 최일붕이 자처하는 ‘국제사회주의자’의 태도는 아닐 것이다.
현재 직가입 캠페인은 비정규직 대중이 참여하는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대중의 상당수를 배제하고 있으며 이들의 노동조합의 권리를 파괴하면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함께>가 그토록 강조하는 ‘대중’이 직가입 과정에서 배제당하고 있으며 그 상당수는 직가입이 완료되면 사실상 노조를 가질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기아지부의 직가입 캠페인에 대해서 지회를 해산하고 직가입을 받아들이라는 <다함께>는 누구의 편에 서 있는가? 그들은 바로 자본과 그 하수인들에 굴종하고 있는 노조관료들의 편에 서 있는 것이다. 이렇게 최일붕과 <다함께>는 １９０５년，러시아 노동자들이 총을 들지 말았어야 한다고 했던 플레하노프처럼 반동의 편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