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성서공단 내 도어록을 만드는 현대금속(주)에서 금속노조 탈퇴를 내용으로 하는 <노사관계 설정전략> 문서가 발견돼 금속노조 및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전근대적 노조파괴공작을 묵과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일 금속노조 현대금속지회(지회장 직무대행 마상숙)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공장가동중단에 따른 사장실 항의방문 진행 중 결제서류함에서 A4용지 총5페이지 분량으로 작성된 <노사관계설정 전략> 문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탈퇴가 최종 목표”
이 문서에 따르면 ‘노사관계 재설정 실천 목표’ 항목에 “금속노조를 탈퇴하도록 해야 함, 대화와 협력이 가능한 인물이 향후 노조를 대표할 수 있도록 해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함, 생산기지의 축소와 외부 생산의 확대로 노조의 운신의 폭을 줄임”이라고 쓰여 있다.
또 올해 교섭과 관련해서도 “중앙교섭에서 회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항이 타결되는 경우에는 즉각 중앙교섭 위임을 철회할 것을 고려하고 지부·지회교섭의 경우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소송, 합법파업에 대해서는 직장폐쇄로 대응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적혀 있다.
지회가 공개한 이 문건에는 특히 “지회의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비해 자회사인 현대ML에서 수출물량 등 생산이 가능하도록 생산·품질관리, ML에서 노무관련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철저히 노무관리를 한다”, “직장폐쇄 준비, 직장폐쇄 비상운영지침 마련, 파업시 비조합원을 활용해 생산이 가능하도록 준비한다”는 등 구체적 지시사항이 명기되어 있다.
이밖에도 “노조에 대해 고소·고발 등 다방면의 압박을 가함”, “파업과 직장폐쇄 등 노사간 충돌을 통해 일정 부분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회사가 원하는 목표(금속노조 탈퇴)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며, 최종 방안으로 하반기에 있을 조합 선거에서 우호적 인물이 당선될 수 있도록 사전 공작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노조를 한다는 이유로 똥물을 뒤집어쓰던 70년대도 아니고, 파업투쟁을 전개하다 식칼테러를 당하던 80년대도 아닌, 2005년 한복판에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접한 심정은 비통함과 분노가 교차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마상숙 현대금속지회 지회장 직무대행은 “6월초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문서대로 회사는 금속노조의 중앙교섭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달 25일부터 공장가동을 하지 않는 등 자신들의 시나리오대로 노조탄압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5년판 ‘노조파괴 시나리오’
실제로 지난달 22일 회사쪽은 '전직원 일동 명의'로 유인물을 배포 “금속노조 중앙회와 지부의 조정을 받고 있는 현대금속지회가 우리 삶의 터전인 현대금속을 사지로 이끌고 가고 있어 방관할 수 없다”며 “두번 다시 현대금속과 관련 없는 파업을 강행할 시 전 직원들은 이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같은 날 관리직 직원들 역시 “금속노조 탈퇴를 요구함과 동시에 정상조업 촉구, 금속노조 탈퇴시 100% 고용안정 보장 요구, 구조조정과 임금삭감 철회”를 노조와 회사쪽에 동시에 요구하는 등 금속노조 탈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금속노조 대구지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 지난달 27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민주노총 금속노조 탈퇴를 목표로 한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진행해 온 현대금속 자본이 처벌되지 않고서는 헌법에 의해 보장된 노동3권도, 노동관계조정법도, 모두 무의미해진다”며 현대금속노조탄압분쇄를 위해 휴가가 끝나는 직후부터 대구지부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 투쟁을 결의했다.
현대금속지회도 회사쪽의 공장 정상가동을 촉구하며 현재 출근투쟁을 계속 벌이고 있으며 교섭해태·거부 및 최근 발생한 부당노동행위 등을 내용으로 회사쪽을 고소·고발했다.
한편 회사쪽은 이러한 금속노조, 현대금속지회의 주장에 대해 “이러한 문서를 만든 적이 없으며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관련 사실을 일체 부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