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저녁 6시경 현대자동차 1공장 대의원회가 ‘합의서 이행’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본관 2층을 점거했다. 18일 오후 6시 현재 5명의 대의원(백기홍, 이재복, 이진윤, 박창곤, 박철수)이 힘차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점거투쟁은 지난 3월 3일 주야 각 1시간씩 벌어진 1공장 파업의 연장선에 있다. 사측이 지난 몇 년 동안 물량을 갖고 농간을 부리거나 제멋대로 노사합의를 뒤집으며 현장을 탄압해왔는데, 다시 합의서를 위반하자 생계압박에 시달려 온 1공장 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한 투쟁이었다.
언론에서는 걸핏하면 귀족 노동자라 두들겨 패지만,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들 또한 수명을 10년 이상 단축시킨다는 야간노동을 하면서 뼈 빠지게 잔업과 특근을 하지 않으면 빠듯한 살림을 꾸려갈 수 없는 조건에 있다. 정규직의 조건이 비정규직보다 한결 낫긴 하지만, 정규직의 삶도 무척 고달프다. 문제의 본질은 정규직의 임금이 높은 게 아니라 비정규직의 임금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지도부의 우유부단함이 또 다시 투쟁의 분출을 가로막고 있다!
이번 본관점거투쟁은 애초 대의원회의 결의를 토대로 14일부터 시작된 프레스부 잔업거부 투쟁과 함께 전개되었다. 14일부터 계속된 본관로비 점거시도 끝에 15일 저녁 본관 2층 점거에 성공하자, 16일 새벽 400여 명의 조합원이 본관 앞에 모여 점거농성을 지지하고 합의서 이행을 요구하는 집회를 힘차게 진행했다.
그러나 조합원의 투쟁의지가 솟구치자마자 또 다시 지도부의 동요가 고개를 쳐들면서, 투쟁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16일 현대자동차지부 집행부는 점거투쟁 중인 동지들과 함께 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농성해제를 요청했다. 사측이 현장 곳곳에서 수많은 합의서를 파기하고 온갖 현장탄압으로 징계해고자가 속출하는데도 이제껏 규탄집회 한 번 열지 않았지 않는가?
17일 김동찬 사업부대표의 주도 아래 1공장 대의원회는 프레스부 잔업특근거부를 일방적으로 철회했다. 5명의 점거투쟁 동지들이 합의서 이행을 위해 결사적으로 점거투쟁을 하고 있고, 조합원들이 합의서 이행투쟁을 함께 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투쟁의 고삐를 늦추는 것은 결코 비판의 화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3월 3일 파업 다음날 일방적으로 파업을 철회하면서 투쟁 흐름을 꺾었던 모습이 다시 한 번 반복된 것이다.
지도부의 결단력 부족을 뚫고 당당한 노동자의 투쟁을 만들어 내자!
대의원회의 우유부단과 동요 때문에 현장은 무척 혼란스럽다. 그러나 본관 2층을 점거한 동지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들끓는 현장 노동자들의 진정한 목소리는 강력한 투쟁과 확고한 지도력에 대한 요구다.
참된 노동자라면 바로 이 순간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하게 결단해야 한다. 본관점거 투쟁을 확고하게 사수하자! 아래로부터 조합원의 힘을 다시 모아 투쟁의 흐름을 강력하게 되살리자! 합의서 파기와 현장탄압으로 선전포고를 감행하는 사측에게 당당한 노동자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주자! 노동자의 양심을 걸고 노동자투쟁의 대의에 충실히 복무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