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지회에게 주어진 기회!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뒤 3개월이 지나고 있으며 8월 12일은 2차 개선계획안 만료시기이다. 그러나 GM자본은 이번에도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가 분노해 마지않는 도급화계획을 내놓을 것이다. 어쩌면 더 구체적으로 세종, 대정의 도급화와 생산부서의 도급화 그리고 일부 정규직화의 떡고물을 던질 지도 모른다.
일부 정규직화의 카드를 들이밀 경우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노조에 조직되어 있지 않은 비정규직 특히 장기계약직의 경우 정규직화에 목을 걸고 복지부동할 것이다. 아니 구사대 노릇까지 할 지도 모른다. 다수의 단기계약직은 정규직화는 너무 멀게 느껴지며 오히려 고용을 유지하는데 도급화가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가질 것이다. 자연스럽게 다수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은 회사의 계획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이렇게 GM자본은 일부 정규직화로 조합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세종,대정을 메인라인 노동자들로부터 고립시키고 비정규직 노조를 깨는데 나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노조가 사활을 걸고 전면전에 나서야 하며 이 투쟁으로 성과를 기대하기 보다 투쟁을 통해 투철한 간부를 양성하는 것에 핵심과제를 놓아야 할 것이다.
다행히 이 상황은 가장 나쁜 경우이며 아직 비정규직 지회에는 많은 기회가 주어져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지회에게 주어진 시기와 기회를 단호하고 과감한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으로 돌파하지 못하고 설마설마하며 복지부동하거나 비정규직의 처우개선 노조의 유지 수준에서 멈추려 한다면 이는 재앙이 될 것이며 노조는 빈껍데기만 남게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몇가지 살펴보자!
1. 전국적인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의 물결
현대자동차 울산, 아산, 전주 비정규직 노조가 대중적 조직의 기틀을 마련하고 투쟁에 나서고 있다. 울산만 조합원이 2000명을 넘어섰으며, 실제 집회나 투쟁에 나서는 조합원만도 1000명을 넘는다. 전주공장은 이미 부분파업을 통해 라인을 멈추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힘을 증명했다. 아산 역시 아산도 의장부 5개업체의 특근거부 투쟁을 시발로 더욱 강고한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현대차 3개 노조는 모두 불법파견 직접고용, 정규직화와 원청 사용자성 인정을 요구하며 불법파견 업체는 제껴버리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이미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압도적 찬성으로 마치고 쟁의조정신청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8월을 투쟁의 시기로 놓고 조직력과 투쟁력을 높이기 위한 예열작업에 들어갔다.
더불어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역시 노동부 재심사에서 전원이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다. 기아차 역시 사내하청지회를 설립하고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적인 투쟁의 전선이 열리고 있으며 공장을 뛰어넘은 노동자의 연대와 단결의 기풍을 만들어낼 조건이 열리고 있다. 혼자 싸우는 것보다 동지들과 함께 싸우는 것이 두배, 세배 큰 힘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히 일이다.
2. GM자본의 정규직노조에 대한 공격
가공부를 고립시켜 노-노 갈들을 일으키려는 시도를 우리는 이미 지켜봤다. 창원공장 내에서 단결력과 투쟁력이 가장 높다는 가공부를 깸으로써 정규직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겠다는 의도를 GM자본은 뚜렷이 드러내었다. 정규직의 힘을 다 빼놓고 나면 다음 단계는 당연히 현장 도급화이다. 싸울 힘이 없다고 판단되면 자본은 과감하게 치고 들어올 것이며 도급화는 순식간에 이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규직의 전환배치, 희망퇴직, 해고 등이 이어질 것이고 비정규직에 대한 통제강화가 함께 따를 것이다. 그림은 다음과 같다.
가공부 고립--> 정규직 노조 힘 약화--> 도급화 --> 정규직 구조조정/ 비정규직 통제강화
GM자본의 전략적 판단은 정확하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가공부가 깨지면 비정규직 지회 역시 살아남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다. 따라서 가공부의 문제는 비정규직 지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규직에 대한 공격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정규직노동자들은 투쟁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이다. 현 상황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연대하고 단결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함께 싸울 기회를 GM자본이 제공해 주고 있다.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정규직 철농장 옆에 비정규직도 천막을 치고 함께 농성에 돌입하자. 연대의 정신을 비정규직이 보여주자!
지금까지 정규직의 도움이 노조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과 같이 반대효과도 있다. 한편으로 정규직은 “비정규직은 우리 도움 없인 안돼... 고마운줄 알아야지...”하며 비정규직을 불쌍한 노동자로 보며, 다른 한편으로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도움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못해... 기다리자”며 수동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것은 정규직-비정규직이 동료로서 어깨걸고 단결하는데 장애요소가 된다. 이런 왜곡된 의식이 확대되면 정규직은 여전히 우월의식을 비정규직은 정규직 눈치보기가 반복된다. 우리가 이렇게 또다시 주눅들기 위해 투쟁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당당한 노동자로 자기 삶의, 현장의, 세상의 주인이 되기 위해 노조를 만들고 투쟁한 것이다. 이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자신의 힘으로 투쟁해야 하며 정규직의 문제에도 비정규직이 함께 나서야한다. 특히 선봉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비정규직의 헌신성과 역동성, 과감한 투쟁력을 볼 때 정규직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대단하고 고맙다”며 평등한 동지로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3. 단기계약직 투쟁의 유지
KD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똘똘 뭉쳐 있기 때문에 KD단기 계약직 동지들의 투쟁이 유지될 수 있었다. 세 달 동안 돈을 못받아도 실업급여와 지회 조합원들의 성금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지회의 단결된 힘이 단기계약직 투쟁이 유지되는 버팀목이 되었다. 이는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멈춰서서는 안된다.
KD 출투는 초기 단기계약직 노동자들이 쉽게 투쟁을 시작하는데 일정한 도움이 되기는 했다. 출근투쟁은 초기에는 일정한 의의를 가지지만 현 시점에서는 효과적 전술이 되기 힘들다. 해고된(해고를 인정하지 않지만 실제 해고되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을 복직시키는 방법에선 전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KD 동지들을 직접고용하게 만들려면 해고자를 복직시켜야 되겠다는 판단을 GM자본이 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출근해서 자기 일자리만을 지키는 것으로 이뤄지기 힘들다. 출근투쟁이 GM자본에 큰 타격을 입히거나 단기계약직 15명을 복직시키지 않으면 오히려 그 영향력이 메인라인에게까지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복직시키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라는 생각을 GM자본이 갖도록 해야만 KD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따라서 더 적극적인 전술을 사용해야 한다.
우선 KD 투쟁의 요구를 분명히 해야한다. 이것은 생산부서로 출투를 확대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지점이다. 하청업체로의 해고자 원직복직인가? 아니면 GM대우의 직접고용과 정규직화인가? 이를 분명히 해야한다. KD 출투 동지들은 직접고용과 정규직화를 내걸고 싸우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분명하게 선전해야 한다.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다시 들어가기 위해 몇 달동안이나 임금도 받지 않고 투쟁할 사람은 없다. 힘들더라도 정규직으로 돌아가겠다는 분명한 목표와 희망이 있을 때만이 출투는 메인라인으로 확대될 수 있다.
둘째 kd 출투 동지들의 투쟁을 전 공장차원으로 확대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중식선전전 뿐만 아니라 출투도 진행하고, 반복해서 생산부서로 현장순회를 해야 한다. 정규직 천막 옆에 농성텐트를 쳐야한다. 이는 정규직과의 연대를 형성하는데도 기여할 것이다.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말 열심히 투쟁하는구나, 원칙을 가지고 힘들게 투쟁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 KD 투쟁은 전공장의 지지와 엄호를 받으며 힘을 키워갈 수 있다. 나아가 천막을 치고 GM자본과 직접 싸울 때 공장 밖에서의 연대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조합원들의 자발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힘은 조합원 개개인이 노조를 사수해야 한다는 굳건한 신념을 어느 정도 획득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그리고 개개인의 힘이 집단화하는 정도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서 조합원들이 노조의 주체로 투쟁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다. 아직 노조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상집과 대의원들이 미숙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조합원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실수도 한다. 중요한 점은 실수를 하는 것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는 것이다. 이들이 실수를 하기 때문에 지회장이, 상집이 모든 일을 다 맡아서 하려해서는 안된다. 이들이 경험을 쌓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지 말고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원칙 중 하나는 “뛰어난 개인의 판단보다 집단의 토론을 통한 판단이 더 올바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회장이나 상집이 이렇게저렇게 하라고 지시하면 대의원, 조합원들은 나의 결의와 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수동화된다. 하지만 대의원과 조합원들이 토론을 통해 스스로 결정하면 그 결정은 자신이 직접한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조합원이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는 것, 즉 조합원의 자발성을 존중하는 것은 노조의 힘을 성장시키고 투쟁을 확대하는데 핵심적인 과제이다.
마지막으로 노동자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자민주주의의 핵심원칙은 비판의 자유와 행동의 통일이다. 노동조합은 대중조직이다. 조합원들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가질 수는 없다. 따라서 조합원 개개인의 생각은 존중되어야한다. 집행부와 생각이 다르다고 하여 조합원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묵살해서는 안된다. 비판의 자유와 토론의 자유는 보장하되 행동할 때는 통일적이어야 한다. 비판의 자유가 확대해석되어 조합원 개개인이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본과의 싸움에선 힘을 최대한 결집해야만이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과 논쟁은 자유롭게 이뤄지되 결정이 내려지면 이에 반대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결정에 따르고 행동에 동참해야 한다. 만약 그 결정이 실천을 통해 틀렸다고 입증되면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이 자연스럽게 주도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원칙을 가지고 이뤄져야 한다. 내 의견만이 옳다고 주장하고 행동에 동참하지 않거나 소수파의 의견을 억압으로 눌러 버리면 노동조합의 단결은 깨어질 것이다.
비정규노조는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지만, 조합원들의 높은 열의를 볼 때 성장가능성은 무척 크다. 필요한 것은 조합원들의 열의를 받아안고 곧게 인도할 방향이다. 이 방향은 몇 사람의 결정으로 이뤄져서는 안되며 대의원대회를 통해, 조합원총회를 통해 민주적으로 토론되고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비정규노조에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한다면 미래는 밝다. 노동자의 대의와 뚝심을 가지고 현재의 상황을 돌파해 나가자!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노동자들이 평등하게 살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비정규직노조의 힘을 보태자!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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