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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노동뉴스]GM대우창원, 고립되는 비정규직 투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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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으로 등 떠밀더니 “지금 다 어디 갔지”
GM대우창원, 고립되는 비정규직 투쟁
“비정규직 철폐”. 850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민주노총의 구호가 공허하게 들리고 있다. 50억 비정규기금 모금, 비정규권리입법쟁취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계의 다짐에도 '현장'은 아직 '냉랭하다.' <매일노동뉴스(레이버투데이)>는 4회에 걸친 기획을 통해 현재 투쟁중인 비정규직사업장 중 정규직노조의 연대 수준을 되짚고 정규직, 비정규직 활동가로부터 침체된 현장조합원 정서의 원인과 분석을 직접 듣는다.<편집자 주>
GM대우 창원공장 출입이 까다로워졌다. 비정규직지회가 천막농성에 돌입하고 출입증 패용이 의무화된 마당에 기자, 그것도 <매일노동뉴스> 기자의 방문을 회사가 달가워할 리 없다. 회사가 감시하고 있는 비정규직지회 농성장에 간다고 할 수도 없고, 정규직지부 비대위를 내세웠다. 그러나 웬걸, 정문 경비들이 비대위에 연락한 결과 “만날 일 없답니다. 돌아가십시오”라는 짧지만 강경한 답이 돌아왔다. 낭패다. 부랴부랴 회사 노무팀에 사정을 하고서야 겨우 공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12일, 회사의 배려(?)로 기자는 노동자들을 만났다.
한층 까다로워진 공장 출입
“넌 많이 받았네.” “형님 놀 때 전 야근·특근 했잖아요.”
9월분 급여명세서를 한 장씩 들고 비정규직 너댓이 말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얼마나 많이 받았기에? 부러움 받는 6년차 김아무개씨의 명세서엔 117만4320원이 찍혀 있었다. 한꺼번에 지급된 월차수당 4개와 특근 1개를 빼고 나면 83만원 정도란다. 부러워하는 10년차 배아무개씨는 특근과 월차수당이 없어 82만6434원이 전부였다. 둘 다 파업기간 20시간이 무노동무임금으로 빠지긴 했다.
말잔치에 돈 드나. 계속 말만 풍성하게 쏟아진다. “월급이 120만원도 안되기 때문에 이래뵈도 이 급여명세서가 손배가압류 걱정 없는 꽤 쓸만한 놈이라구. 허허.”
점심시간, 식당에서 밥을 한술씩 뜨고 비정규직지회 사무실 한켠에 모인 비정규직들이 이렇게 자신들의 처지를 숫자로 적나라하게 확인하고 있었다. 이마저도 이번으로 끝이다. 이들이 소속돼 있던 하청업체 (주)대정이 9월30일로 폐업했기 때문에 지금 손에 쥔 것이 월차·연차수당까지 다 정산된 마지막 명세서다.
이번 달부터는 실업급여로 살아야 한다. 급여 말고는 모아둔 돈도, 다른 돈 나올 구멍도 없기 때문에 집단적으로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6개월은 버틸 수 있다. 오늘 새 침낭도 들어왔다. 침낭에 각자의 이름을 적으며 누군가 “장기전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고 운을 떼자 또 한번 사무실이 왁자지껄해졌다.
ⓒ 매일노동뉴스
‘쥐꼬리’ 손배 걱정은 없다
(주)대정 폐업과 함께 돌입한 ‘직접고용, 불법파견 정규직화 쟁취’ 천막농성이 오늘로 13일째를 맞았다. 투쟁사업장답게 농성장엔 깃발도 나부끼고, 공장 건물 곳곳에는 선명한 투쟁구호가 적힌 선전물이 부착돼 있다. 출퇴근시간과 점심시간에는 선전전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투쟁가 소리에도 불구하고 농성단이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감이나 술렁거림은 감지되지 않았다. 점심시간, KD부서 앞에서 비정규직지회가 선전전을 갖고 동참을 호소해보지만, 비정규직이고 정규직이고 모두 귀찮은 듯 무표정한 얼굴로 식당으로 향한다.
오히려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 것은 회사가 고용한 경비용역들. 식당에서도, 각 공장 출입구에서도 덩치 좋은 사람들의 위치를 확인해 둬야 안심이 되는 듯 했다. 식당에서 배식을 받기 위해 기자 앞에 선 한 노동자는 “저기 청바지 입고 덩치 좋은 놈이 그놈이여. 우리는 대번에 안다니까”라며 나름의 식별법을 설명했다. 우선, 덩치가 크고 대부분 머리가 짧다. 둘째, 위압감을 조성하며 감시의 눈초리를 보낸다. 셋째, 작업복에 이름표가 없다. 넷째, 낯선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비정규직지회의 현장순회 투쟁도, 선전물 부착도, 집회도 모두 경비용역들과 회사 관리자들에 의해 감시 또는 차단당하고 있다. 권순만 비정규직지회장은 “우리가 현장순회라도 하려고 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무더기로 몰려오기 때문에 천막농성장을 벗어나 뭘 한다는 것이 어렵다”며 “겨우 선전전과 조합원 교육만 할 수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밥줄이 잘린 채 벌이는 투쟁이 공장 안에서 조차 울림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천막농성장 안으로 점점 웅크려들고 있었다.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이렇게 외면당하는 이유가 뭘까.
평온한 현장, 덩치들만 ‘긴장’
창원정규직지부 집행부는 9월30일 신임투표에서 조합원 34%의 지지를 받는데 그쳐 총사퇴했다. 사실상 집행부가 진행한 비정규직사업에 대한 찬반투표였던 신임투표 결과는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이 외면당하는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현장에서 정규직조합원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고, 관리자 눈치를 봐야하기도 하고.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을 지지하는 정규직 조합원이야 농성장에서 만날 수 있었지만, 비우호적인 조합원은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만나기 힘들었다. 어렵사리 정규직 조합원 몇 명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말을 붙여볼 수 있었다.
한 정규직 조합원은 “전반적인 정서”라는 것을 강조하며 “그냥 회사가 시끄러운 것이 싫고, 해결할 힘도 없으면서 괜히 불법파견 진정을 넣어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책임이 집행부에 있는 것 아니냐”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불법파견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일까. 그는 “그걸 반대할 사람이 어디 있느냐”면서도 “아무리 대기업이라지만 한꺼번에 정규직화 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우선은 급여인상이나 고용보장 등 작은 것을 요구하고 차차로 큰 것을 요구해야 하는데, 집행부는 무조건 전원 정규직화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옆에 있던 다른 정규직조합원이 거들었다. “투쟁을 하려면 조직력도 만들고, 교육도 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집행부만 너무 앞서간 것”이라며 “노조가 비정규직사업 외에 조합원들 복지를 위해서도 뭔가 해야 하는데 그런 것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데 대한 불만이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 매일노동뉴스
“회사 시끄러운 게 그냥 싫다”
좀 더 깊은 속내를 듣고 싶었지만 더 이상은 불가능했다. 대신 한 정규직 조합원과 전화통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들어봤다. 이 조합원은 집행부 비정규직사업 찬성론자다. 그는 “현장에서는 정규직들이 비정규직에 대해 상대적 우월감을 가지는데,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면 똑같이 일해야 하고, 임금과 복지도 똑같이 나눠가져야 하기 때문에 이대로가 좋다는 이상한 생각이 있다”며 “불법파견 정규직화에 찬성한다면서도 갖고 있는 이런 밑바닥 정서가 사실은 극복하기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정규직조합원 1,300명 중에서 기본적으로 현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장 등 400명 가까운 조합원들이 회사의 논리에 충실한 분들”이라며 “이런 현장 구조가 있기 때문에 교육이고 투쟁이고 소용이 없었던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정규직 조합원들의 이런 반응은 “비정규직 사업은 인정하지만 방법과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며 집행부 신임투표를 만들어낸 대의원들, 즉 지금의 창원정규직지부 비대위의 주장과 일치한다. 이승철 비대위의장은 “정규직화 힘드니까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는 쪽으로 먼저 가야 한다는 주장이 현장에서는 많았지만 집행부는 끝까지 비정규직 사업에 매달리는 모습만 보였다”며 “조합원들에게 현안사업에서 돌려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정규직지회가 원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장을 설득하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부분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한 간부는 “현장이 대의원들에게 장악됐다고 불만만 가질 것이 아니라 집행부가 직접 현장을 설득했다면 이런 결과는 없을 것”이라며 “비정규직지회를 만들게 해놓고는 이렇게 물러나 버리는 것은 하지 않느니만 못한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사퇴한 집행부도 조합원들의 정서를 몰랐던 것은 아니다. 전억철 전 수석부지부장은 “집행부가 벌였던 비정규직사업의 관점은 대의적인 측면에서 흠 잡을 데가 없었다고 자신하지만 현실적인 집행에서는 잘못한 점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구체적으로 전 수석은 “불법파견 파정 받은 843명 전원 정규직화만 요구했지, 회사가 도급화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단계별 정규직화와 고용유지 등으로 접근하지 못한 것은 집행의 묘가 없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설득 해보기나 했나”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은 차츰 고립되고 있다. 사퇴 후에도 비정규직투쟁에 함께 하겠다던 전 집행부의 결합도 이뤄지지 않고, 비대위는 “정규직지부와 비정규직지회가 연대해야 승리할 수 있지만 답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자체 동력도 떨어지고 있다. 공식적으로 파업을 접지는 않았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로 (주)대정 소속이었던 조합원 30여명만 농성에 결합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7일 창원공장을 방문한 이성재 대우차노조위원장은 비정규직지회와의 간담회에서 “현실을 냉정히 봐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고용유지가 해답”이라고 밝히고, 회사에도 KD부서 하청업체 선정시 우선 채용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며, “채용은 하청업체에서 하는 것이므로 우리가 강요할 것은 아니지만 제안은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비정규직으로 간접고용 되는 원상복귀를 언급한 이 위원장의 해법은 당장 정규직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GM대우에서 직접고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비정규직지회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것이다.
다시 비정규직 하라고(?)
투쟁을 벌여놨지만 아무도 책임지지도 해결하지도 못하고 있다. 11월쯤 다시 뽑힐 새로운 정규직지부 집행부가 다시 이 문제에 총력을 기울일지도 의문이다. 투쟁에 결합하고 있는 한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얼떨결에 정규직지부에 의해 비정규직지회가 만들어지고 투쟁이 시작됐는데, 우리만 짤리고 싸워야 하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집행부의 의지는 있었으나 현장에서 거부당한 창원공장에서는 요즘 “현대자동차 이상욱 집행부의 판단이 가장 현실적이고 똑똑한 것이었다”는 푸념이 흘러나오고 있다.
GM대우창원, 세종도 폐업(?)
대정과 유사한 협박성 호소문 조합원에게 발송
9월30일 하청업체 (주)대정 폐업으로 72명의 비정규직조합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직접고용 투쟁을 벌이고 있는 GM대우 창원공장에서 또 따른 하청업체인 (주)세종이 협박성 호소문을 소속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발송해 비정규직지회가 폐업을 암시한 ‘협박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호소문이 날아온 것은 7일. 호소문은 “계속해서 원청회사의 생산계획에 차질을 주고 작업현장을 어수선하게 한다면 회사와 사원들의 앞날은 어떻게 되겠습니까”라며 “회사와 GM대우가 기다려줄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고, 바깥의 현실은 아직도 춥다”고 적고 있다. 또 호소문에는 “그 어렵고 암울했던 IMF 환란시절에도 굳건한 의지로 이겨냈고 심지어 대우그룹이 부도가 나고 임금동결, 상여금 반납 등 고통을 감내하면서 회사는 여기까지 왔다”며 “이제 GM대우도 부평공장을 인수하는 등 정착해 안정기로 접어들고 있어 조금만 더 참고 인내하면 우리가 바라는 바를 이룰 것으로 본다”고 밝히고 있다.
비정규직지회는 이에 대해 “대우그룹 부도 당시 고통분담은 노동자들과 합의없이 업체의 일방적인 지시로 이뤄진 것이고 이후 회사가 정상궤도에 올랐어도 비정규직들의 고통분담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도급화를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지회를 깨기 위한 폐업카드를 즉각 멈추라”고 요구했다.
(주)대정과 (주)세종은 소유주가 같은 사실상 한 회사이기 때문에 (주)대정의 전철을 밟아 세종 또한 폐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비정규직지회는 강하게 제기한다. 권순만 지회장은 “(주)대정에서도 폐업 전 이 같은 호소문이 날아왔고 곧 이어 계약해지와 폐업 절차를 밟았다”며 “조합원들을 위협하는 것이든, 진짜 폐업절차든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GM대우비정규직지회 12명 채권가압류
세종, 입원 후 복귀한 조합원에게 대기발령
GM대우 창원공장 하청업체로 9월30일 폐업한 (주)대정이 소속 노동자 16명을 상대로 제기한 1,600만원 채권가압류가 9월 22일 창원지방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에 따라 12명의 노동자들은 9월분 마지막 급여와 퇴직금의 일부가 가압류됐다.
이 같은 사실은 9월 급여가 부족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 조합원들이 (주)대정에 확인을 요구하면서 11일에야 드러났다. 비정규직지회는 “가압류의 부당성을 떠나서 가압류를 하면서 통보도 안하는 법이 어디 있냐”며 반발하고 있다.
대정이 손배를 신청한 것은 지난 6월22일 (주)대정이 KD부서에 관리자 12명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과 충돌이 빚어지면서 발생했다. 권순만 지회장은 “노조와 협의하지 않은 인사였기 때문에 당시 창원지방노동사무소 근로감독관이 입회해 상호 법적책임을 묻지 않기로 중재하고 작업에 복귀했는데, 고발과 채권가압류까지 갔다”며 “폐업으로 계약해지된 노동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회사와 근로감독관의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9월29일 비정규직지회 파업시 현장순회투쟁 중 사측과의 충돌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복귀한 조합원에게 (주)세종이 대체인력이 투입됐다며 대기발령을 내려 비정규직지회가 부당노동행위라며 창원지방노동사무소의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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