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노동자민중이 죽어가고 있다. 아니 자본과 정권이 죽이고 있다. 하중근 열사와 김동윤 열사, 한미FTA반대를 외치며 분신한 허세욱 열사의 피 끓는 분노와 외침이 아직 우리들의 가슴속에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이렇게 귓전을 맴돌고 있는데!!
인천 전기원 노동자인 정해진 열사가 분신하고 운명했다. 그런데 정해진 열사가 운명한지 채 5일이 안됐는데 또 다시 화물연대 서울우유지회 두 명의 조합원 동지가 노동조합 파괴공작과 단체교섭 체결 거부에 항의해 분신했다. 폭력경찰은 동료들의 분신에 경악하고 분노하여 투쟁하던 서울우유지회 조합원 동지들의 머리를 방패로 찍고 52명 조합원 동지들 전원을 연행해 갔다.
참으로 경악스럽다. 피가 거꾸로 솟구친다.
열사를 추모하고 열사의 죽음에 대한 분노를 모아 대오를 모으고 복수를 준비할 시간도 없이 노동자들이 죽어간다. 노점상들이, 철거민들이 죽어간다. 도대체 누가, 얼마나 또 참혹하게 죽어야 한단 말인가?
2003년 노동자대회를 앞두고 연이어 분신했던 열사들의 기억이 떠올라 또 다시 몸서리가 처진다. 2003년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은 명백히 자본과 정권의 타살이었다. 비정규직 철폐, 노조탄압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목숨을 내던지는 최후의 항거였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연이은 노동자들의 분신은 자본과 정권의 탄압이 저지를 명백한 타살행위다. 예고된 끔찍한 죽음이다.
화물연대와 공동파업을 앞둔 철도노조에 사법부는 51억 손해배상을 판결로 노동자들의 투쟁을 잠재우려 하고 있고, 화물연대 조합원들에게는 ‘휴게소 난동’이니 하며 파렴치한 폭력범으로 온갖 매도를 다하고 있다.
살인자를 처단하라!
정해진 열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파업투쟁 정당하다”, “유해성을 구속하라”고 외쳤다. 그동안 비정규직으로의 삶의 설움과 분노가 오죽했겠는가? 초장시간 노동 철폐, 정당한 단협 쟁취 요구를 묵살하고 폭력으로 탄압한 사장이 정해진 동지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130일이 넘는 파업 투쟁 동안 사측의 노조에 대한 협박, 한국노총을 동원한 폭력, 교섭회피를 방관해 온 노동부 또한 죽음을 방조했다.
한국전력 공사에서 도급을 받는 여러 전기 공사 업체들은 지금까지 허위로 노동자를 신고하는 위장하도급, 허위 근로 대장을 통한 탈세 등 온갖 위법과 편법을 자행해 왔다. 이렇게 불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도 모자라 전기 공사 업체들은 열악한 근무 조건과 장시간 노동을 강요해 현장 노동자들은 전봇대 추락, 감전 위험으로 몰고 갔다. 2006년에만 현장 감전 사고를 당한 노동자만 전체적으로 128명이나 되었지만 그 중 산재처리 비율은 20% 정도이다.
최근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전국의 노동현장에서 과도한 노동강도와 현장통제, 위험천만한 노동조건 속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열악한 노동조건을 바꿔보고자 비정규직 노조라도 만들어 투쟁하려면 자본은 온갖 폭력과 협박으로 노조를 파괴하려 한다. 같은 인천지역 GM 대우 비정규직도 노조를 건설하자 해고 및 구사대를 동원한 폭력으로 노조를 파괴하려 했다. 이러한 살인적인 노조 탄압에 박일수, 전응재, 정해진 등 수많은 열사들이 죽음으로 저항하고 폭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전태일 열사 이후 피어린 투쟁으로 쟁취한 우리의 성과마저 자본가들은 빼앗으려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단체협약 체결하라’ 이것이 정해진 열사의 요구였던 것이다. 정해진 열사의 죽음과 화물연대 서울우유지회 조합원 두 동지의 분신은 포항, 광양, 충남, 울산, 여수 건설노동자들이 피와 땀과 눈물로 지키고자 했던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사수하고 초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투쟁과 다르지 않는 것이다. 열사의 분신과 죽음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이 땅 전체 노동자들의 처절한 요구 바로 그 자체였다.
살아 싸우자!
정해진 열사가 운명한 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부 장관을 만나 특별근로감독과 유해성 사장 구속 수사를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를 ‘법으로’, ‘정부와의 대회’로 해결하려 했지만 나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비정규직의 삶은 오히려 후퇴했고, 비정규직의 투쟁은 자본과 정부의 압도적인 힘과 탄압 속에 신음해 왔던 것이다.
민주노총은 더 이상 노동부를 찾아가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 민주노총은 자본과 정권에 노사정 타협으로 뭔가 따낼 수 있다는 환상을 거둬야 한다. 노동부에 대한 굴욕적 호소가 아닌 오직 노동자의 투쟁만이 160여일을 계속해 온 인천 전기분과 파업 투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이랜드, 뉴코아 동지들의 투쟁과 장기투쟁사업장들의 처절한 투쟁, 열사들의 분노를 모아 비정규직 철폐와 차별과 설움이 없는, 노동자들이 더 이상 죽어나가지 않는 세상을 향해 전국적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대선 시기, 또 다시 대권 주자들은 저마다 자신만이 서민을 위해 나라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노동자 민중을 현혹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또한 ‘대선으로 심판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나라경제를 살린다는 저들의 구호 아래 얼마나 많은 노동자 민중들이 착취와 억압의 사슬에 갇혀 있어야 했던가?
민주노동당은 한국노총에 대한 사과부터 철회하고 투쟁에 나서야 한다. 정해진 열사가 살아생전 파업투쟁을 할 때 사장의 친척으로 조직된 한국노총은 용역을 동원한 폭력으로 투쟁을 탄압했다. 이런 한국노총에 사과한다는 것은 노동자들에 대한 배신적 행위이다. 자본가 정당과 다를 바 없는 표심 잡기 행보만으로 악랄한 자본가들의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노동자들의 분신은 처절한 저항의 몸짓이자, 절망의 몸부림이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더 이상 죽지말자! 살아 싸우자!
-부당 노동행위, 폭력적 노조 탄압 자행하는 유해성 사장을 구속하라!
- ‘노조’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에 대한 폭력 탄압 자행하는 한국노총 해체하라! 민주노조 사수하자!
- 한국노총에 사과한 민주노동당은 각성하고 투쟁에 나서라!
- 열사의 뜻 받들어 파업투쟁 승리하고 비정규직 철폐하자!
2007년 10월 31일 전국노동자정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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