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혁아...우리 왜 그랬을까...
그냥 찌그러져 살 껄...뭐한다고 노동조합 만들었을까?...
그냥 수그리고 살 껄...뭐한다고 머리띠는 동여맸을까?...
그리 아까운 생떼같은 목숨, 이리 갈 줄 알았으면...
2.
25M 송전탑.
사방엔 바람막이가 될 만한 것도,
쏟아지는 폭우를 잠시 비켜갈 만한 것도 없는데...
어쩌나...어쩌나...
3.
4공장 농성장.
동지들은 바닥과 천장만 지킨다.
퉁퉁부은 얼굴, 검게 그으른 얼굴들
뭐가 좋다고 그리들 웃어대는지.
오늘 저녁 바람막이로 둘러놓은 비닐 한 장
내일이면 원청 관리자들 또 하이에나들처럼 달겨 들겠지.
4.
5공장 파업 농성장
100일 문화제 지나고 나서부터는 파업농성이 몇 일째인지 세아리는 사람이 별로 없다. 정말 ... 얼마나 지났을까?
처음에는 낯선 얼굴들이 지금은 식구같다.
미운정이 더 무섭다고 했던가...그 말이 틀리진 않을 것 같다.
마음은 처음과 지금이 다르지 않지만 힘들지 않았다고 아프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싶진 않다.
때론 서로에게 아픔이었고, 때론 서로에게 큰 힘이었던 우리 식구들.
만일 헤어지게 된다면 엄청 울게 될 것 같다.
5.
기혁이 가기 전날, 그렇게 가지 전날
검은 봉지 가득 오렌지를 사들고 왔다.
기혁이는 '고생이 많다'는 말 이외 아무말도 없었다.
...
기혁이 가기 전날, 미디어팀 친구에게
빵 두개를 주었다고 한다.
기혁이는 '나를 잊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
기혁이 가던 날, 산추련 상근자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기혁이는 '내가 분신이라도 해야겠다'고 했단다.
지금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기혁이가 바로 기혁이의 유서다.
검은 봉지 가득 들어있던 오렌지
나를 잊지 말라며 건네던 빵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 목소리
그게 바로 기혁이의 유서이다
지금 글을 읽으면서 울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없는 내가 서글프서요
노동자라는 생각보단 백수라는게 어울리는
나에게 노동자의 길을 가기를 주의의 많은 형님,동생
동료들이 본의아닌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왜냐면,나 스스로가 해야함을 느껴가고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이 현실이 힘들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울산에서 또 한명의 아까운 젊은이가
목을 매엿습니다.강도에게 사람이 죽어도 일면뉴스에
나오는데 뉴스화면 지나가는 밑에글로 한줄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비정규직노동자?아무도 관심이 없는걸까요?
그렇진않을거라 믿고 싶습니다 .
이제 시작이겠지요.
눈물이 나옵니다.하염없는 눈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