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의 무기로서의 노동자민주주의
민주노조
이윤에 혈안이 된 자본가들의 끝없는 착취와 횡포에 맞서, 그리고 어용노조 관료들의 지긋지긋한 협잡과 사기에 맞서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물결 속에서 민주노조들은 탄생했다.
민주노조! 이 민주노조를 통해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진정한 주인이 되고, 가장 평범한 노동자들까지도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정당한 권리와 의무를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민주노조 깃발 아래 단결함으로써 우리는 더 이상 “시키면 시키는대로 묵묵히 일하고 주면 주는대로 받는” 노예가 아니게 되었다. 민주노조로 똘똘 뭉쳐 투쟁함으로써 우리는 그동안 노동자들을 짓눌러 왔던 억압의 굴레를 단칼에 날려버릴 수 있었다. 더 이상 관리자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게 되었고, 사장들을 향해 과감하게 우리의 요구를 외칠 수 있게 되었으며, 투쟁하는 노동자임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게 되었다.
민주노조란 말 그대로 노동자들 사이에 민주주의가 흘러넘치는 노동조합이다. 그러나 노동자민주주의란 단지 “민주”라는 깃발을 일으켜 세움으로써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조가 그 이름에 걸맞게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리고 민주주의가 형식적인 절차의 문제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을 강화하고 투쟁의 힘을 끌어올릴 수 있는 무기가 되기 위해서는 노동자민주주의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만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적인 활동 방식에 충분히 익숙해져야 한다.
노동자민주주의에서의 일탈
두 가지 상반되는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가령 지도부가 노동조합 운영에서의 민주주의를 위배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 해 7월 현자노조의 경우처럼 대중적인 논의를 거쳐 파업이 결의되었는데, 지도부가 충분한 근거와 논의도 없이 자의적으로 결정을 뒤집고 파업을 철회하는 경우가 그런 것이다. 이른바 “직권조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파업을 시작하는 것이 대중들의 결정과 결의에 의한 것인만큼, 파업을 마무리하는 것도 대중들의 결정과 결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직권조인은 조합원들을 노동조합의 주인 자리에서 하인 자리로 몰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 자리에는 조합원들과 항상 대화하고 운명을 함께 하고자 하는 위원장이 아니라,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자로서의 위원장이 올라설 것이다. 수많은 어용노조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런 노동조합 지도부는 노동자대중의 이해를 철저하게 대변하는, 현장의 대표자로서의 지도부가 아니다. 노동자들과 동떨어져 그 위에 군림하며 대중들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려는 관료집단이 된다.
평조합원들에게서도 약점은 발생할 수 있다. 공동의 논의를 거쳐 노동조합의 투쟁계획과 일정이 잡히면 그것을 집행하는 것은 지도부만이 아니라 모든 조합원들이 함께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때로는 지도부가 투쟁일정을 능숙하게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실수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때 조합원들로부터 거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올 수 있다. 지도부의 오류를 비판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정당한 권리다. 그래서 노동조합 내에서 비판과 논쟁이 있는 것은 그 자체로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런 비판과 논쟁을 어떤 방식으로 수행할 것인가다. 노동조합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공동의 힘으로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능동적인 자세, 함께 대안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책임있는 자세로 비판과 논쟁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맹목적인 비난으로 흘러갈 것이다. 노동조합의 투쟁의 힘을 더욱 강하게 하는 비판이 아니라 분열과 분란을 일으키고, 혼란만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이처럼 위로부터 그리고 아래로부터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노동자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 공유되어야 한다.
비판의 자유와 행동의 통일
노동자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비판의 자유와 행동의 통일이다.
노동조합이 모든 노동자대중의 단결을 추구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행동의 통일”이 필요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하나의 목소리로 하나의 움직임을 취해야만 우리의 힘은 최고로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노동조합에는 수많은 다양한 노동자들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모두의 생각이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다. 지금 투쟁을 해야 하는가 유보해야 하는가, 낮은 수위의 투쟁을 해야 하는가 높은 수위의 투쟁을 해야 하는가, 파업을 계속할 것인가 마무리할 것인가 등등 여러 문제들에서 조합원들은 각기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의견들은 물론 모두 존중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동지들 역시 노동조합의 한 주체이고, 자신의 주장을 펼칠 정당한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의견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그런 의견 차이를 방치해놓고 있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의견의 차이를 방치한다면 그 노동조합은 결코 단일한 힘으로 일사불란하게 싸워나갈 수 없을 것이다.
의견은 일치되어야 한다. 어떻게 일치시킬 것인가? 여기에서 “비판의 자유와 행동의 통일”이 제기된다.
자유로운 토론
어느 누구든 다른 동지들의 의견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면 그것을 비판하고 자기의 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어용노조들은 이런 기회조차 보장하지 않는다. 조합원들에게는 오직 지도부의 지침에 따라 행동하는 꼭두각시의 역할만이 주어진다. 노동조합 내에서 조합원의 위치가 단지 “거수기”의 역할로 전락한다면 그 노동조합은 더 이상 생명력 있는 노동조합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 어용노조들도 표면상으로는 “민주”를 내세울 것이다. 하지만 그 “민주”는 자본가들의 이익을 지키는 데에만 봉사하는 정치패거리들의 “민주”와 전혀 다르지 않다. 한국통신 계약직 동지들이 국회 안에서 “한통 계약직 문제 해결하라!”고 외치자마자 이 동지들은 무자비하게 폭행당하며 강제로 끌려나왔고, 이른바 “소란죄”라는 이유로 모두 구속되었다. 국회 안의 정치패거리들이 떠들어대는 헛소리를 “들을 자유”는 있지만, “발언할 자유”는 없는 것이다.
민주노조에서 구현되어야 할 노동자민주주의는 이런 자본가식 민주주의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어야 한다. 모든 조합원들이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발표하고, 다른 동지들의 의견과 비교하며 토론할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노동자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노동자민주주의란 서둘러 표결에 부치고 다수의 의견이 어떤 것인지 확인하는 “절차”의 문제라기보다는, 내용에 있어서의 실질적인 통일성과 공유를 뜻하기 때문이다. 비판의 권리가 배제된 행동의 통일이란 결국 대중의 눈을 가리고 입과 귀를 막으며 강제로 끌고 가는 것에 불과하다.
자본가에게 매수된 어용이 아닌 한 노동자들의 처지가 서로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서로 다른 대상과 투쟁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분하고 동지적인 방식으로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이루어진다면 서로 다른 의견들을 일치시켜 나가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충분히 가능하다.
행동의 통일
하지만 때로는, 최종적인 판단의 순간까지도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진행중인 투쟁이 중대한 고비에 직면했다든가, 고려해야만 하는 조건들이 너무나 복잡하게 뒤섞여 있는 경우에는 의견이 분분하기 마련이다. 이런 시기에도 원칙적으로 토론의 자유, 비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더 이상 토론에만 머무를 수 없으며 즉각 행동에 돌입해야만 하는 국면이 되면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이 때에는 여전히 비판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완전한 행동의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노조는 개별 조합원들의 각기 다른 이해관계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전체의 집단적 이해관계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결정의 순간, 행동의 순간에는 다수의 의견을 중심으로 단결하고 통일된 행동을 해야 한다. 소수의 의견이 일방적으로 무시되어서는 안되지만, 소수는 다수의 견해와 결정에 따를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 경우에 “다수파”와 “소수파”에게는 각각 다음과 같은 태도가 요구된다.
“다수파”의 의견이 전체의 입장으로 채택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의견이 반드시 가장 올바른 입장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므로 다수파는 소수파에게 발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단 그런 자유는 행동의 통일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통일된 행동을 거쳐 다수파의 입장이 올바른 것으로 증명된다면, 소수파는 다수파의 올바른 입장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단지 비난만을 일삼으며 꼬투리잡기 식으로 행동하는 반대파가 아니라면 그럴 것이다. 만약 다수파의 의견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다면, 다수는 다시 한번 소수의 주장을 경청하고 어떤 것이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는가를 찾아내기 위해 정직하게 토론해야 한다.
소수파는 만약 다수파의 견해가 잘못된 것이라고 확신한다면 비판의 자유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반드시 행동의 통일을 지켜야 한다. 두 가지 요점이 있다. 첫째, (어용노조가 아니라) 하나의 민주노조 안에서 행동의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조직의 붕괴를 의미한다. 단결이 와해됨으로써 자본가에게 강한 타격을 가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오히려 그 틈을 타 자본가들의 공격이 거세질 것이다. 둘째, 충분한 비판과 토론이 이루어졌는데도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이제 “말로써 설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다수파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천을 통해 직접 경험하고 증명하는 것은 가장 확실하게 자기 의견의 올바름을 입증할 수 있는 수단이다. 만약 소수파의 의견이 정말로 옳은 것이었다면 그것은 실천 속에서 검증될 것이고, 강한 설득력으로 다른 동지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례(1)
파업 중인 사업장이 있었다. 노동조합의 완강한 투쟁만큼이나 자본가들도 완강하게 저항했고, 투쟁은 고착상태로 빠져들어갔다. 보다 위력적인 투쟁을 위해서는 우리의 힘을 증대시켜야만 했다. 이때 당면한 투쟁전술을 둘러싸고 두 가지 의견이 대립되었다. 한 가지는 지속적으로 현장을 치고들어가면서 실질적으로 이윤을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한 가지는 수도권과 전국을 망라한 순회투쟁을 통해 지지와 연대의 힘을 보다 강하게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의 조건에서 현장투쟁을 강조한 의견은 이런 것이었다. “자본가들이 실제로 압박을 받는 것은 그들의 돈벌이에 타격이 가해질 때 뿐이다. 만약 우리가 지금 순회투쟁을 하게 되면 자본가들이 받는 압박은 오히려 더 줄어들 것이다. 현장에 공백이 생기고, 본래의 투쟁현장에서 벗어남으로써 조합원들의 사기는 더욱 떨어질 것이다.” 반면 전국순회투쟁을 주장한 의견은 이런 것이었다. “순회투쟁으로 현장에 공백이 생기는 것은 맞다. 하지만 자본가들을 제대로 압박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힘이 보다 강해져야만 한다. 지금의 힘으로는 실질적인 타격을 가할 수 없다. 순회투쟁을 통해 우리 파업에 대한 확고한 지원세력을 보다 폭넓게 조직해야 한다. 그리고 조합원들이 주체가 되는 순회투쟁을 통해 각자가 보다 능동적으로 싸워나가는 훈련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더욱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앞의 의견이든 뒤의 의견이든 나름대로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다수는 후자의 의견을 찬성했다. 그리고 실제적인 집행과정을 통해 이런 판단이 옳았음이 증명되었다. 순회투쟁을 통해 조합원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경험을 넘어 조합원들이 보다 투쟁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실질적인 연대의 힘을 강화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 결과 파업 주체의 힘의 상승과 연대의 힘의 상승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위력적인 투쟁력으로 난관을 돌파할 수 있었다(물론 모든 사업장에 이런 결론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소수파가 비록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민주노조로서 행동을 통일시켰기 때문이다.
사례(2)
그런데 항상 이처럼 원만하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다른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투쟁전술 문제로 의견이 엇갈렸다. 다수파와 소수파로 나뉘었다. 소수파는 자신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묵살된다고 느꼈고, 행동 통일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이 동지들은 소수파의 권리를 잘못된 방식으로 사용했다. 자신의 주장이 왜 올바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따라서 어떤 방식의 투쟁전술이 채택되어야 하는지 충분하게 설명하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단지 다수가 찬성을 보내고 있던 지도부를 비판하는 데에만 열중했다. 심지어는 정직하지 못하게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 참주선동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명백한 근거와 대안을 결여한 비판이었기 때문에 그것은 맹목적인 비난으로 흘러가버렸다.
그 결과는? 투쟁대열 내의 분란과 위화감이 조성되었다. 무엇보다 통일된 행동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집행력이 현저하게 약화되면서, 자본가에 대항한 투쟁의 힘이 위축되어갔다.
이 점에서 “비판이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라는 중요한 문제가 제기된다.
서로간의 비판이란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의 표현이다. 올바른 길을 찾는다는 것은 또한 가장 현명한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즉 비판이란 단순히 자기와 다른 의견을 공격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대안이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지 판단하고 결정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올바르고 힘이 있는 비판은 “나는 그 의견에 반대한다!”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대안은 이것이다!” 하고 밝히는 것이다. 대안이 없는 비판은 결과적으로 단순한 불평불만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권리와 책임
이 경우, 어떤 동지들은 종종 이렇게 반문하기도 한다. “대안이 없다면 비판도 할 수 없단 말인가?”
물론 제출된 의견에 찬성할 수는 없지만 대안을 제출할 수도 없는 상황이 발생할 때도 있다. 그리고 “대안이 없으면 발언하지 마시오.” 하며 발언권을 제한할 수도 없다. 여기에서 필요한 자세는 이런 것이다. 제출된 대안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것, 그것이 대안이 아니라고 여겨진다면 또다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지도부와 마찬가지의 책임감이 요구된다. 책임감이 없는 사람은 대안에 대해 심사숙고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단지 “이것은 나의 생각과 달라! 찬성할 수 없어!” 하고 반대를 표명하는 데 머무르게 된다. 그런 반대는 우리 모두의 힘을 강하게 성장시키는 반대가 아니라, 혼란과 분열만을 일으키는 반대가 된다.
만약 “그것은 지도부가 알아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가 광범위하게 나오기 시작한다면 그 투쟁은 희망이 없는 투쟁이다. 왜냐하면 그런 투쟁은 노동자들을 투쟁의 주체로, 자기 운명의 주인공으로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 투쟁이기 때문이다. 아직 대안을 찾지 못한 채 비판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만약 충분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면, 투쟁에 참가한 대중들 전체의 조건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면, 소수의 주장만을 내세우고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라면, 그 결과 행동의 통일을 파괴하는 것이라면, 그런 비판은 결코 올바른 비판이 아니다.
지도부와 대중이 함께 만드는 노동자민주주의
이런 사례가 있다. 이 노동조합은 오랜 투쟁의 경험이나, 충분한 지도력을 갖춘 지도부 및 간부진을 갖고 있지 못했다. 이 사업장에서 파업을 결의하게 되었다. 노조 지도부는 투쟁을 이끌어가는 데에서 여러 가지 실책들을 일으켰다. 그러자 조합원들은 “제대로 싸우지 못한다”, “능력이 없다”며 지도부를 성토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지도부”라면 그 이름에 걸맞는 지도력을 발휘할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이런 불만을 갖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만약 이 지도부가 어용이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충분한 투쟁 경험을 통해 지도력을 훈련해오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면 다른 방식으로 비판을 제시해야 한다.
즉 불만을 터뜨리고 다그치는 데 머물러서는 안된다. 그런 방식으로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지도부의 투쟁방식이나 계획에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면, 그것을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 것인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조합원들은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지도부의 능력은 단지 “위로부터”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도부의 입장에 대해 “아래로부터”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 제기, 검토, 제안, 조언 등은 지도부의 전투감각을 보다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게 만들어줄 것이다.
요컨대 노동자민주주의란 권리만큼이나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그럴 때에만 “다수결”이라는 형식은 말 그대로 형식적이고 생기없는 방식이 아니라 행동의 통일을 위한 필수적인 방식으로서 생명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투쟁의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는 것, 그리고 모든 일정을 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단지 지도부만의, 또는 평조합원만의 역할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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