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과 노동계가 각기 다른 이유로 술렁이고 있다. 우선 정치권의 문제를 보자.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파문이 정가의 쟁점이 되는 듯 하더니
곧이어 이해찬 전 총리의 골프파문이 전면화 되면서 결국 사퇴로까지 이어졌다.
다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 테니스’ 파문이 터지면서 공은 한나라당으로 넘겨졌다.
‘추문의 핑퐁정캄가 난무하는 동안 국민들은 짜증스러운 나날을 보내야 했다.
며칠 전부터는 금융브로커 ‘김재록 게이트’가 점차 실체를 드러내면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
이 ‘부패 범죄’에 연루된 정-관-재계 인사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상이 한국사회를 좌지우지하는 일부 권력층의 추악한 최근 풍경이다.
다음은 노동계의 풍경이다.
건설운송노조 덤프연대 간부들이 올 3월 들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일주일 동안 2명의 간부가 분신자결을 시도했다.
코오롱 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리해고 철회와 노조인정을 요구하며 유서를 쓴 후 자결을 시도했다.
자신들의 죽음을 담보로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노동자들이 하늘나라로 향했다.
그리고 지금도 변함없이 하늘을 향하고 있다.
GM대우 창원공장 노동자들은 50미터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고,
코오롱 노동조합 노동자들은 구미공장 15만 볼트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은 광주삼성전자 공장 50미터 송신탑에서 농성을 진행하다
특공대 투입으로 연행되었다. 이들은 무엇 때문에 하늘을 향하고 있을까?
부도덕하고 부패한 권력과 벼랑 끝에 선 노동자들의 풍격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특히 노동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며
향후에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출구 없는’ 화물노동자들의 총파업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죽음 담보한 생존권 보장 요구
철도노조의 재파업 예고, 행자부의 공무원노조 해체 움직임,
4월초 비정규직 법안의 국회통과 예정, 민주노총의 4월 총파업 예정,
이후 노사관계 로드맵을 둘러싼 갈등까지 놓고 보면 현재 한국사회의 노사관계는
전면적 대결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와 자본은 노동계에 백기 항복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사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슬프고 불안하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하늘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될 일은 하늘을 향하는 노동자들에게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땅도 살만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온갖 추악한 추문과 게이트에 휘말려 있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5월이 되면 정치권은 다시 가면을 쓰고 국민과 노동자들 앞에 표를 구걸할 것이다.
염치도 없이 말이다.
대통령은 사회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스로를 ‘좌파 신자유주의’라고 한다. ‘개념의 과잉시대’라고 하지만
이 ‘용감한’ 개념은 아무리 생각해도 모순적이다.
백번 양보해서 대통령이 처한 딜레마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치자.
그러나 사회경제적 정책은 신자유주의의 맹목적 추종을 벗어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는 구자유주의의 개정판이다.
사회적 연대가 절실하다
서구 역사에서 ‘구자유주의’가 수정된 핵심적인 이유는
그에 따른 사회적 재앙에 노동계급이 전면적인 저항을 한 후 ‘계급간 타협’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즉 역사적으로 실패한 정책기조인 것이다.
‘신자유주의’ 역시 필연적으로 노동계급의 저항을 초래한다.
따라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노동계의 저항도 역사적 맥락에서 보더라도
거의 필연적인 사회현상이다.
현재로서 정부와 정치권이 노동계의 저항에 대응하는 전략은 크게 보아 두 가지이다.
하나는 신자유주의 사회경제 정책을 강제하면서 이에 저항하는 노동계를 법적·물리적으로,
그리고 언론 등을 동원한 이데올로기적 공세로 제압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타협을 위해 새로운 사회경제정책으로 선회하는 것이다.
후자로 가지 않는 이상 노동계의 저항은 계속될 것이다.
전자의 선택은 갈등의 순간적 봉합만 있을 뿐 또 다른 저항의 출발점이 된다.
이미 역사가 증명해준 사실이다.
벼랑 끝으로 몰려 우리 사회에 손을 내미는 노동자들에게
신자유주의적 경쟁력 강화라는 이름으로 외면하는 것은 너무나 잔인한 일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그들을 외면한다면 우리 각자가 어려울 때 아무도 손을 잡아주지 않을 것이다.
하늘을 향하는 노동자들에게 사회적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