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으로 들어가는 고속도로 톨게이트나 국도,지방도등 들어갈수 있는곳은 모두다 경찰들이 검문검색을 위해 쫙 깔려 있어 집회장소로 가는것 조차 어려웠다. 운전하시는 기사분이 휴대폰으로 동료들에게 정보를 얻어 이리저리 둘러서 어렵사리 집회장소(망미사거리)에 도착했다.도착해보니, 사람들이 여기저기 모여 있었지만 몇명 되보이지 않았다. 약간은 실망스러웠지만 아직 집회를 시작할 시간이 조금 남아 있어 같이 갔던 경남지부 동지들과 도시락을 먹어면서 아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펙이란 유럽연합을 본따 아시아와 태평양을 끼고 있는 나라들이 참여하여 서로의 이익을 위해, 특히 무역개방 쌀을 비롯한 농산물,교육, 금융 심지어 지적 재산권까지 모든것을 개방하는 자유무역지구를 만들자라는 취지의 회의라는데 '실질적으로 강대국의 입김에 약소국들만 죽어나는 굴욕적인 불평등 회의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망미사거리에서 열린 1부 노동자집회에서 단순히 아펙 반대가 아니라 "아펙반대 부시반대"라고 열심히 구호를 외쳤다. 거의 일방적으로 미국의, 부시의 입김에 놀아나고 있다는 것을 미국을 제외한 아펙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나라들이 느끼는 공통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전날 각 언론들은 아펙반대집회에 5만이다 10만이 모일꺼다 억척들이 많았다. 거리행진을 하는데 정말 몇명 되보이지 않았던 군중들이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모르지만, 각양각색의 엄청난 군중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수영삼거리를 기점으로 사방에서 모여드는데 노동자,농민, 학생, 여성단체,외국인들 그리고 장애인등, 1키로미터가 넘는 긴행열을 만들고 있질 않은가? 정말 내눈을 의심할 정도의 대단한 군중이었다. 아직까지도 부산으로 들어 오지 못하고 고속도로 입구에 잡혀있는 버스가 70여대가 넘는다고 연락받았다는데 그럼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펙반대를 위한 집회에 집결한건지 아무튼 대단했다.
수영삼거리에서의 2부 집회에서는 시위군중들이 자발적인 선봉대를 꾸려 이들을 앞세우고 다음에 사물놀이 그다음엔 방송장비, 뒤를 이어 시위군중들이 차례차례 벡스코를 향해 시가행진을하는데 그관경이 참으로 볼만했다. 가슴뭉클하고 의기양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해운대로 들어가는 다리들은 모두다 컨테이너박스로 막혀있었다. 가로가 아닌 세로로 촘촘하게 막아놓은 컨테이너박스에다 박스끼리는 철사로 꽁꽁 동여메고 그위에서서 물대포를 쏠 태세를 갖추고 있는 전경들을 보고 또한번 놀랐다. 정말 개미 한마리 얼씬못하게 틀어막아 놓고 있었다. 사람들마다 이구동성으로 "야! 해운대가 이렇게 철옹성인지는 처음 알았다." "저렇게 무지막지하게 막아 놓았는데 어떻게 들어가, 날샜다." 라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리니..... 아무튼 시위군중들은 더이상 전진을 못하고 그자리에 앉아 집회를 시작했고 선봉대들은 컨테이너를 치우기위해 밧줄로 컨테이너박스 모서리를 묶어 군중들로 하여금 당기게 하였다. 줄을 끊으려는 전경들을 제지하고 물대포를 맞아가며 서로 힘을 합쳐 "영차 영차" 잡아 당겼다. 꿈적도 안할거라 여겼던 박스가 서서히 움직이질 않는가? 역시 노동자나 힘없는 사람들은 여럿이 단결할때만이 어떠한 어려움과 고난도 이겨낼수 있는 힘이 생긴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한번 느꼈다. 열심히 2시간을 넘게 치워지만 너무나도 완강히 저항하는 전경들 때문에 더이상 전진이 힘들었다. 할수 없어 마무리집회를 하고 해산했다.
선봉대에 앞장서서 열심히 투쟁하는 동지들 대부분이 학생들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현장의 활동가들이 어린 학생들과 어깨를 같이하고 함께 힘차게 투쟁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정말 용기가 필요로 할때는 활동가들이 많이 없구나!" 라는 생각에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아무튼 정말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열심히 투쟁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마시라. 잘될때도 있고 못될때도 있는것이 인지상정이라 기죽지 말고 열심히들 우리권리 찾읍시다. 동지들 단결투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