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Category |
|
9·15 잠정합의에 대한 불법파견철폐투쟁단 성명서
굴욕적인 잠정합의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
2·3차 동일적용 외면! 근로기준법·노동관계법에 불과한 단체협약! 해고자 복직·면책 실종!
1.
“잠정합의, 뭐가 있다고 합의고···”
“사측이 승리한 잠정합의”
“노동조합은 위원장 개인 것이 아니라 조합원의 것이다”
<우리노조 자유게시판에서>
현장이 분노로 들끓고 있다. 위원장과 우리노조를 성토하는 조합원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15일 저녁, 우리 앞에 던져진 이른바 ‘06년도 임단협 잠정합의안’은 바로 굴욕과 절망, 그리고 탄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2.
양보하고 또 양보해서 지난 2월 16일 우리노조 대의원 만장일치로 확정한 06년 임금 요구안과 88개 조항의 단체협약 요구안 그리고 불법파견 특별교섭 6대 요구안 전체와 9·15 잠정합의안을 비교하지는 않겠다. 3자 교섭에 나서며 울산, 아산, 전주 비정규직 노조 3주체가 공동으로 마련한 요구안에 견주어도 잠정합의안의 내용은 참담하기가 이를 데 없다.
3.
‘▲ 시급 625원 인상 ▲ 제 수당 신설 및 통상급화 ▲ 성과급 300%, 일시금 200만원 ▲ 상여금 100% 추가 ▲ 임금·처우 2·3차 동일 적용’이 공동으로 마련한 임금 요구안이었다. 잠정합의안에 담겨 있는 임금과 성과급·일시금 관련 내용은 8월 23일 사측이 일방적으로 지급한 금액에서 단 1원도 진전된 게 없다. 불법·부당한 차별을 단계적으로라도 줄여가려했던 목표는 실종됐고, 파업으로 인한 임금손실분조차 단 1원도 보상받지 못했다. 잠정합의안의 올해 시급 인상액은 308원이다. 물가인상률 등을 감안하여 결정된 법정최저임금의 올해 시급 인상액은 380원이고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4.
하지만 임금협약과 관련해서 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임금·처우 2·3차 동일 적용’이 없다. 정규직 노조 위원장이 서명한 비정규직 처우개선 관련 확약서나 합의안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조, 바로 우리노조 위원장이 서명한 잠정합의안에 말이다. 해마다 비정규직 내에서조차 차별받으며 울어야 했던, 그래서 철탑에 오르고 성폭행 당하고 35일간의 목숨을 건 단식농성까지 벌여가며 싸워야 했던 2·3차 노동자들을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노조가 외면했다. 임금뿐만이 아니다. 단체협약 역시 2·3차는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러고도 정규직 노조가 우릴 버린다느니 이용만 해먹는다느니 비난할 수 있는가? 결국 우리노조 역시 2·3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이용만 해먹고 버린 게 아니고 뭔가?
5.
노조활동보장과 고용안정 관련 내용이 포함된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은, 8개조에 불과한 내용 전반이 근로기준법이나 노동관계법이 정하고 있는 내용을 넘어서지 못하거나 기존 관행을 문서화 한 것에 불과하다. 문구도 대단히 모호하여 제3조[조합활동을 위한 처우]와 제4조[조합활동을 위한 휴직자의 처우]의 경우 전임 시 임금지급은 어떻게 하겠다는 의미인지가 확인되지 않고, 제7조[교섭을 위한 협의] 역시도 해석의 차이에 따른 분쟁의 소지가 역력하다.
6.
‘단체협약의 내용이 부실한 건 인정하지만, 우리노조의 실체를 인정받은 결과로 적지 않은 성과’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과연 그런가? 형식은 현대차 원청과 원·하청 노조가 참가하는 3자 교섭을 취했지만, 교섭 내내 현대차 원청은 “원청이 사용자성을 인정했다”는 우리노조의 입장과 각종 홍보물들을 시비 걸며 교섭 결렬을 협박했다. 더 중요하고 심각한 건 잠정합의안에 원청의 서명은 없다는 사실이다. 원청의 서명도 없는 잠정합의안을 들고서 실체를 인정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하청업체 전체를 대표하는 자의 서명을 받은 것도 아니다. 원청과의 교섭과 합의는커녕 하청업체들과의 집단교섭조차 만들지 못했다. 그런데 무슨 ‘실체 인정’인가? 이런 ‘실체 인정’이라면 하청업체가 교섭에 응할 때부터 우리는 이미 확보하고 있었다.
7.
해고자 복직, 파업기간 고소·고발, 손배·가압류, 징계 등에 대한 면책과 관련해선 잠정합의안에는 아무런 합의내용도 없다. 단지 ‘비공개를 전제로 한 이면 합의’를 통해 해고자 복직은 추후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논의하고, 면책 요구에 대해서는 ‘최소화’를 합의했는데, 원청의 서명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노조운동은 면책 관련 ‘최소화’ 합의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가슴으로 알고 있다. 모호한 ‘최소화’의 기준으로 인해 속수무책으로 희생당한 사례를 헤아릴 수가 없다. 행여 당장 피해가 없더라도 사측은 ‘최소화’를 무기로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옭아매기도 하는데, ‘취하 또는 철회’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현장에서 예기치 않게 터져 나오는 크고 작은 투쟁들을 차단하는 식이다. 양껏 싸우다 우리가 가진 힘이 부쳐 어쩔 수 없이 무릎 꿇고 당하는 탄압과 가진 힘 다 쏟아 붓지도 못하고 머뭇거리다 당하는 탄압의 차이는 이후 투쟁의 조직에서 상상할 수 없는 간극을 보인다.
정규직 노조와의 공개 합의서에 대한 파기도 서슴지 않는 판에, 서명조차 없는 우리노조와의 ‘이면 합의’를 무슨 수로 강제하며, 합의 파기 시 어떤 명분을 가지고 항의할 수 있을까?
8.
해고자 복직은 추후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해지는 이면 합의의 내용 역시 만약 사실이라고 한다면 무척 개탄스럽다. 올해 임·단협이 체결되면 우리노조의 쟁의권이 사라지는데 어떤 방법으로 현대차를 압박할 지 의아스러울 뿐이다. 파업과 투쟁이 병행되지 않는 교섭에서는 결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진리를, 도대체 얼마나 더 당해야 인정할 것인가?
9.
15일 오후 2시경 박현제 위원장은 천막농성장에서 쟁대위원들에게 그 시각까지의 교섭 내용을 설명하며 쟁대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리고 사측의 최종 제시안이 나와서 잠정 합의가 시도돼도 절대 서명해선 안되며, 긴급히 쟁대위 논의를 갖고 잠정합의안으로의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쟁대위원 전원은 노동조합 사무실 주변에서 비상 대기 중이었다. 하지만 위원장은 쟁대위 결정사항을 무시하고 잠정합의안에 서명을 했다. ‘민주’노조에서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이 유린됐다. 3자 교섭을 위한 무파업, 9·11 파업 유보 등 아래로부터의 의사결정이 생략되거나 묵살당한 경우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10.
절망과 탄식뿐인 잠정합의안을 우리노조 쟁대위는 격론 끝에 조합원의 찬반의 묻기로 했다. 우선 쟁대위는 조합원들에게 정확한 잠정합의 내용을 설명해야 한다. 합의내용에 자의적이고 과장된 추측과 해석을 보탠다든지 정규직 노조와의 연대를 언급하며 협박한다면 조합원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잠정합의안의 설명에서 과장이나 왜곡이 없다면 부결은 자명하다.
단 잠정합의의 형식이 울산공장의 경우 3개 하청업체 사장의 서명만 있을 뿐이므로, 노동관계법 상 찬반투표 역시 3개 업체만 실시하면 된다. 나머지 30개 업체의 쟁의권은 여전히 살아있다.
11.
우리는 우리노조가 3자 교섭의 결렬과 무산을 선언하고 이미 조합원과 약속한 대로 다음 주부터 총파업, 총력투쟁에 나서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3자 교섭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연대투쟁에 나서겠다고 여러 차례 입장을 밝힌 바 있으므로, 우리노조의 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지·엄호하고 연대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06년 9월 16일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 불법파견철폐투쟁단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