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통제권을 누가 가질 것인가?
5월 11일 오전에 벌어진 대의원 폭행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일이 아니다. 관리자 개인의 난폭함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다. 이러한 폭행은 조립부가 아니라 차체부, 도장부, 가공부에서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일이다. 이번 폭행은 창원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창’이다.
회사의 폭력은 예견되었던 일이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창원공장은 이미 무법천지였다. 노무팀은 회사의 선봉대로서 필요한 경우 조합원과 활동가들을 공격해 왔고, 2005년 9월 이후 용역깡패가 회사의 충실한 경비견 노릇을 해왔다. 2006년 고공농성에서는 직,공장 이하 관리자들까지 직접 팔을 걷어 부치고 비정규직 탄압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물리적 행위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했지만, 그 이면에는 정규직들에 대한 철저한 통제와 연결되어 있었다. 식사시간 통제, 감시카메라 설치 등 회사는 공장을 이윤을 뽑아내는 강제노역소로 만들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 다만 정규직에 대한 직접적인 폭력을 행사할 시기가 문제일 뿐이었다.
작업장의 통제권을 둘러싼 싸움
조립2과에서 발생한 폭행은 단순한 폭행사건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작업장의 통제권을 누가 가질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싸움이 폭행으로 표현된 것이다. 이는 폭행의 발생과정을 살펴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 조립2과 트림 3직에서 5명의 결원이 발생했다. 대체인력으로 라인을 가동시켰지만, 숙련도의 문제로 라인이 정상적으로 운행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책은 생산량 확보에 혈안이 되어 강제로 라인을 돌리려 했고, 대의원 동지는 무리한 작업으로 발생할 문제를 우려하여 이를 막으려 했다. 과책은 이윤을 위한 생산이 최우선이었고, 노동자의 작업준비, 불량발생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에 항의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곧 바로 폭행으로 이어졌다. 핵심은 간단하다. 과책은 현장의 작업통제권을 회사, 관리자가 독점하려 했고, 대의원은 부당한 통제를 저지하려 한 것이다.
현장 통제권은 노동자가 확보해야 한다.
현장의 상황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장 잘 안다. 마티즈를 만드는데 필요한 적정인원과 적절한 노동 강도도 노동자들이 가장 잘 판단한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는 이윤획득이 목적이다. 노동자의 건강이나 작업환경은 항상 뒷전이다. 이런 조건에서 현장 통제권이 회사와 관리자에게 넘어간다면 현장의 노동조건은 심각하게 악화될 것이다. 회사에게 더 중요한 것은 생산물량이기 때문에 강제적 잔업이 등장하고, 월차 사용도 어려워질 것이다. 관리자들의 욕설, 폭행도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노동자의 단결력이 없는 다른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창원공장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현장의 통제권을 노동자들이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장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만이 현장 통제권을 틀어쥐는 힘이다.
현장의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회사는 먼저 바른말 하고, 회사에 맞서 싸우는 대의원, 활동가들의 기를 죽이려 한다. 폭행, 고소고발, 징계위 회부, 해고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탄압을 한다. 이런 탄압에 굴복하지 않고 싸우는 대의원, 활동가들은 현장 조합원, 노동자들이 지켜내야 한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당당히 얘기하는 것이 징계로 이어진다면 이후 누가 회사와 맞서려 하겠는가? 김상한 대의원에 대한 징계위 회부는 결코 용납되어선 안 된다.
이 문제에 비정규직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미 정규직 노동자들보다 더 강한 통제를 받고 있다. 맞서 싸우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폭행사태가 생기지 않는 것뿐이다. 단기직의 경우 관리자들은 재계약 문제로 쉽게 통제되고 있다. 장기직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자들의 통제가 이뤄질 경우, 비정규직의 처지는 현재보다 더 악화될 것이다. 숨쉬기 힘든 억압적인 현장을 막기 위해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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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 사람도 잘못?
회사는 최무한 과책도 징계를 하겠지만 김상한 대의원에 대해서도 징계위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잘못한 사람이 그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데, 피해를 입은 사람도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니, 참, 해괴망칙한 논리다. 아마도 회사는 김상한 대의원이 얼굴로 과책의 주먹을 심하게 때렸다고 생각하나보다.
사장이 되려면 기억력이 나빠야 한다!
5월 4일 불법파견 혐의로 닉 라일리 전 사장과 도급업체 사장들이 재판을 받았다. 이들은 한결같이 불법파견이 아니라 합법적인 하청이라고 우겼다. 검사가 물었다. “노동부 조사와 검찰 조사 때는 직장이 근태관리 등 파견의 형태를 띤다고 하지 않았냐? 왜 말을 바꾸냐?” 사장이 우물쭈물하다가 하는 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직장의 작업지시를 안 받아도 된다!
검사가 묻는다. “직장이 작업지시 하는가?” 하청 사장 왈 “비정규직은 하는 일은 단순반복작업이라 작업 지시 별 필요없다.” 검사가 묻는다. “원청과 같이 아침조회 하는가?” 하청 사장 왈 “ 조회가 드물다. 쉬다가 종치면 바로 현장에 투입된다.”
사장이 받은 상장이 뜻하는 것!
5월 11일 서울에서 열린 ‘제4회 자동차의 날’ 기념식에서 자동차 수출에 기여한 공로로 GM대우 이영국 사장이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이영국 사장은 부평공장 생산직 1725명을 정리해고 할 당시 생산부문의 노사담당으로 있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통제와 탄압을 지휘한 당사자이다. 그는 노동 강도 강화, 잡수 증가로 수출물량을 잘 뽑아내어 이번 상을 획득했다. 우리 노동자들은 이 상을 “노동자 착취 대상”이라고 불러야 맞지 않는가?
사무노조 1사 1조직 조직통합을 결의!
1사 1조직이라는 금속노조의 원칙에 따라 금속노조 GM대우차 사무지부가 생산직 노조와 통합할 것을 결정했다. 사무직, 생산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 없이 한 공장에는 하나의 조직으로 단결해야 한다는 노동자단결의 정신을 세워낼 토대가 마련되었다. 비정규직 지회도 이후 이 문제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형식적인 조직 통합만으로 전체 노동자의 단결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관리자들의 통제와 탄압에 맞서 서로의 투쟁을 지지하고 함께 실천하는 모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본가들이 만들어 놓은 분열을 넘어 전체 노동자가 하나로 단결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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