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투쟁에 도움은 못 줄망정 비정규직 확산을 용인한 대표적인 사례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6대 위원장인 정갑득씨다. 현자 6대 정갑득 집행부는 2000년 6월 단체협약을 맺으면서 ‘완전고용보장합의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 합의서는 현장에서 비정규직을 97년 8월 이전 비율 이내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말이 제한이지 현대자동차에서 비정규직노동자가 가장 많았던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합의를 해주는 것이었다. 97년 말에 경제공황을 겪으면서 실상 현대자동차에서는 만명이 넘는 비정규직노동자가 해고된 바 있다. 그 후로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면서 많은 노동자를 필요로 했던 현대차 자본에서는 언제든지 해고하기 쉬운 비정규직노동자로 채우려 했고 이에 정갑득 집행부는 정규직노동자의 완전고용을 운운하며 결과적으로 자본의 입장을 충실하게 반영했다.
더구나 “회사는 여유인력이 예측되는 경우 하청화, 외주화, 인프라 계획을 공장내 (사업장) 작업으로 최우선 추진하여 일자리 유지 및 작업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이 합의서에 들어감으로써 사실상 고용불안 발생시 비정규직노동자를 우선적으로 해고하라는 요구가 들어가 있다. 나중에 이 단체협약과 관련해서 많은 비판이 일어나자 “확대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16.9% 수준에서라도 제한시키려고 했던 것이다”는 변명을 하였다.
정갑득 위원장은 “내목에 칼이 들어와도 이 합의는 지켜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노동자인 조합원의 고용안정을 위한 ‘쿠션’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현장 정서를 운운하며 정규직조합원의 이해만 대변하면서 비정규직노동자에게 칼을 들이미는 행위는 분명 자본에 길들여진 반노동계급적이다 못해 반동적이기까지 하다.
같은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노동자를 정규직 고용안정을 위한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것이 ‘노동자는 하나다’는 노동계급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갑득 위원장은 정규직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얻어내려 했던 것이다. 당연히 사내하청노동자들을 97년 8월 이전 수준 이내로 제한한다는 조항은 자본측에 비정규직노동자의 확산을 위한 명분을 주었고 결과적으로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숫자는 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정갑득씨는 자기가 속한 현장조직 신문이나 불파투쟁 투쟁 중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16.9% 제한’ 합의에 반성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위선적인 것은 정갑득씨의 실제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레이버 투데이의 기사를 한 번 인용한다. “이미 정갑득 후보가 전직 위원장으로서 16.9% 문제를 사과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게 진심어린 사과였는지는 여전히 의심스럽다. 그랬다면 당시 한창 벌어지고 있던 5공장 파업 때 뭘 하든 했어야 했다. 그랬던 그가, 지금 와서 그 문제를 다시 변명하기 시작한다면 우린 반대성명을 내든, (정갑득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독자후보를 내든 다른 방향으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현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확산에 합의한 정갑득씨, 이 문제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받지 않고 여전히 당당히 노동운동의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다. 2005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의 ‘노동자후보’로 출마하기도 하였다. 국회의원 뺏지가 눈앞에 아른거리자, 비정규직 노조 사무실에 기웃거리며, ‘노동자 단결’을 입에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정규직 양산에 길을 터놓고서도, 떳떳하게 비정규직 문제에 발언하고 ‘노동자 단결’ 운운하는 것은 이제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정갑득씨에게 노동자후보라는 것은 노동자 계급에게는 모독이다. 정규직 비정규직이 하나로 단결하기 위해서 정갑득씨 같은 사람들은 운동을 떠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