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이 2007년 새해 벽두를 힘차게 열어 제치고 있다. 이 투쟁에 대해 자본과 정권, 자본가 언론에서는 온갖 악선동을 하고 있다. 심지어 노동운동 내부의 기회주의자들조차 이 투쟁의 정당성을 의심하고 훼손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적 여론에 기대어 중재자, 중립자임을 자처하면서 현대자동차 노조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여론은 교육, 종교기관, 언론매체 등 이 사회를 지배하고 이 사회의 지배적인 사상을 만들어내는 지배계급의 노골적인 의지, 이해관계를 표현한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열렬하게 지지하면서 지배계급의 지배적인 사상(국민여론, 시민의 의지)에 맞서 이 투쟁의 본질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현대자본은 이번 성과금 미지급으로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이 투쟁의 본질은 무엇이고 전체 노동자에게 이 투쟁은 어떠한 의의를 지니고 있는가?
첫째, 정치투쟁을 차단하려는 의도다.
지금까지 정권과 자본은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임금인상투쟁을 집단 이기주의 투쟁, 배부른 투정 등으로 매도해 왔다. 그런데 현대자본은 이번에는 비정규직 법안 개악과 로드맵, 한미FTA 저지 등 노조의 정치 총파업 참여를 빌미로 성과금을 주지 않겠다고 우기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이래도 저래도 꼬투리를 잡아 비난하기는 마찬가지다. 자본과 정권은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을 자신만의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전체 노동자 계급의 문제에는 눈감고 생산에 협조하는 조합주의 노조로 길들이려 하고 있다.
둘째, 민주노조를 말살하고 협조주의 노조를 세우려고 하는 음모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성과금 투쟁을 둘러싸고 자본가 언론은 “이제 현대차 노조는 온건파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노조도 살고 회사도 산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현대자동차 내부의 신우익 세력인 신노동연합회는 성과금 투쟁 관련 파업을 반대한다고 외치고 있다. 현대자본은 “노조가 올해 무파업 선언 등 과거의 행적을 다시 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회사는 조합원들이 받지 못한 성과금을 올해 말이나 내년에 지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동안 자본가 언론은 “연례행사 같은 현대차 노조의 파업 지긋지긋하다”는 악선동을 계속해 왔다. 앞으로 파업을 하지 않고 노사상생에 바탕을 둔 협조주의 노조로 바뀐다면 밀린 성과금을 얼마든지 주겠다는 것이다. 올해 10조원 이상의 이익을 남긴 현대자본으로서는 노사가 합의한 성과금 150% 지급은 단순히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노조 죽이기를 위한 사생결단의 전쟁인 것이다.
셋째, 총자본의 고임금론 공격의 연장선에 있다.
자본과 정권은 정규직 노동자가 고임금을 받는 배부른 노동귀족이라는 악선동을 계속해 왔다. 노동조합들은 자본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임금 가이드라인을 실질적인 저항 없이 수용하면서 최근 5년 동안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은 계속 낮아졌다. 자본과 정권, 자본가 신문들은 이러한 사회적 배경을 등에 업고 벌떼처럼 달려들면서 성과금 지급 투쟁을 하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을 매도하고 있다. 자본은 올해에도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을 타켓으로 하여 노동자들의 성과금 지급 투쟁을 매도하여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시키고 이윤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넷째, 성과금 투쟁은 임금삭감에 맞서는 투쟁이다.
그 동안 임금인상 투쟁을 매도하던 자본은 이제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복지나 임금 요구가 아닌 성과금을 더 달라고 생떼를 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성과금 투쟁은 비록 자본의 생산성 논리에 의해 왜곡된 측면이 있지만 임금을 보전하기 위한 임금인상 투쟁의 한 부분이다.
자본은 기본급 인상 대신에 성과급을 확대해 왔다. 자본이 성과급을 확대하는 이유는, 총액임금을 줄이고 임금의 차등지급을 통해 노동자 간의 경쟁과 분열을 유도하고, 생산목표 달성을 위해 노동자 스스로 엄청난 노동강도 강화와 실질노동시간 연장을 수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 현대자동차 노조는 “사측의 생산목표는 민주노총 총파업을 전혀 하지 않아도 달성할 수 없는 조작된 수치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현장에서도 “애초에 생산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라고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12일 대의원대회에서 투표로 쟁대위 구성을 결정하자는 노조 내부 자본의 세력들을 쳐내고 만장일치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그러나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국민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이 투쟁을 전체 노동자의 투쟁으로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자본의 준동에 의해 고립된 현대자동차 투쟁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야 한다. 그리고 이참에 자본에 의해 왜곡된 노동자의 임금투쟁의 원칙을 제대로 세워내야 한다. 이 투쟁은 현대자동차노조만의 투쟁이 아니라 자본과 정권의 공세에 수세적으로 밀려온 노동운동 진영이 반격을 도모하는 한 판 투쟁이다. 전 노동자 계급은 이 투쟁에 적극적으로 같이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