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불법파견이라도 파견기간 2년이 지났다면 사용사업주(원청)가 직접고용 요구를 거부한 것만으로도 부당해고라는 판단을 내려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내린 결정과 같은 맥락으로 현대자동차, GM대우, 하이닉스 등 불법파견 사업장의 경우도 부당해고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단은 또한 그동안 노동부가 불법파견 직접고용과 관련, 현행 파견법의 한계 상 행정지도밖에 할 수 없다고 밝혀 온 것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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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은 최근 서울강남노동사무소가 인터콘티넨탈호텔 부당해고 진정 사건에 대해 ‘불법파견이라도 파견기간 2년이 지났다면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 요구를 거부했을 경우 부당해고’라는 노동위원회 결정을 존중,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강남노동사무소 관계자는 “자체 조사를 한 결과, 서울지노위 판단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며 “지난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를 했지만 검찰이 어떤 판단을 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단병호 의원실은 논란이 되고 있는 불법파견 부당해고 건에 대해 15일 노동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상수 장관을 상대로 명확한 입장을 묻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건을 집중 조사 중인 단병호 의원실 강문대 보좌관(변호사)은 “강남노동사무소의 판단은 노동부가 불법파견노동자를 원청이 직접 고용하지 않을 경우 부당해고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현대차, GM대우, 경마진흥회 등 다른 불법파견 사업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지노위 판정은 무엇인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7월 사용사업주 인터콘티넨탈호텔을 상대로 서울지역중소기업일반노조(위원장 김형수)와 불법도급업체 순원기업 소속 노동자 2명이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대해 “호텔의 불법파견 근로자 직접 채용 거부는 부당한 해고”라고 판정했다.
서울지노위는 명령문에서 “실질적으로 2년 이상 파견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을 고용해야 할 의무(파견법 제6조 3항)를 인지하고도 적법한 효력이 주어진 노동사무소 시정처분(불법파견)이 적법하지 않고 사법적 판단을 받을 때까지 직접 고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 호텔은 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고용거부가 아니라 법적으로 의제돼 성립한 고용관계를 소극적인 고용거부라는 고의적 부작위를 통해 회피한 것으로 사실상 직접 해고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지노위는 또한 “파견법이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고 인력수급을 원활하게 함을 목적(제1조)으로 하고 있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고용의제 조항을 만들었고 불법파견이라는 이유로 그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탈법을 방치하는 것”이라는 점을 못 박고 있다.
당시 지노위의 결정은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불법파견 고용의제’ 적용과 함께 파견기간이 2년이 지났다면 사용사업주(원청)가 직접고용 요구를 거부한 것만으로도 ‘사실상 부당해고’로 해석한 것으로 상당히 진전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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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노동부
노동부로서는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 강남노동사무소의 판단은 불법파견 처벌을 놓고 지금까지 노동부가 주장한 “처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내용과 다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불법파견을 놓고 현재 최대 쟁점은 고용의제 적용 여부다. 노동부는 지침 등을 통해 불법파견도 고용의제 조항(파견법 제6조 3항)이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현대자동차 등 불법파견 사업장에서 2년 이상 일한 노동자는 원청인 현대차에 고용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
하지만 노동부는 자신들의 지침과 달리 현행 파견법 상 불법파견 고용의제에 대한 명시적인 법 규정이 없어 정부가 고용의제를 강제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주장한다. 결국 노동위원회와 법원으로 가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불법파견 고용의제와 관련, 각기 엇갈린 판단을 하고 있는 상태다. 노동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파견법 개정안에 불법파견에 대한 고용의무 조항을 명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해 법이 통과되면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현재의 파견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파견근로자의 실질적 권리를 보호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누차 밝혀 왔다.
그러나 이번 노동사무소의 판단을 놓고 볼 때 얼마든지 부당해고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파견법과 근로기준법을 함께 적용할 경우 얼마든지 파견노동자의 ‘권익 보호’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해고 등의 제한)을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의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강문대 보좌관(변호사)은 “불법파견 직접고용에 대해 노동부는 사실상 강력한 무기가 있는데도 행사를 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그동안 개정안에 과태료 운운했던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강 보좌관은 "근로감독관 직무규정에 따르면 5인 이상 해고 사건에 대해 구속 의견이 가능하다”며 “노동부에 부당해고 진정 여부를 떠나 감독관들이 현재 불법파견 사업장에 대해 사용사업주 구속 의견을 검찰에 넘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단병호 의원실은 불법파견 직접고용 문제가 쟁점화 될 때부터 국정감사 등을 통해 노동부에 지속적으로 ‘부당해고 규정 적용’을 요구했으나 노동부로부터 현행법 상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지난해 서울지노위 판정이 나오고 인터콘티넨탈호텔 노동부 진정 건에 주목했으며 6개월만에 이같은 결론이 나온 것이다.
<상자기사①> 인터콘티넨탈호텔 사건이란
강남지방노동사무소는 지난 2004년 10월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인터콘티넨탈호텔을 상대로 제기한 파견법 위반 진정사건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호텔에서 객실 및 공용장소 청소업무를 하는 불법도급업체 순원기업 소속 노동자 2명은 같은 해 11월, 12월 호텔에 직접고용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해 원청인 호텔을 상대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 인정받았다.
이들 노동자들은 지노위 판정 이후 지난해 9월 강남노동사무소에 부당해고 진정을 넣어 약 6개월만에 결과가 나온 것이다.
<상자기사②> 파견법 고용의제 다시 쟁점 될 듯
강남노동사무소의 이번 판단은 국회에 계류 중인 비정규법안을 심의하는데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동사무소에서 인터콘티넨탈호텔 사건에 부당해고 규정을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은 ‘고용의제’ 조항이 파견법에 명시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고용의제는 ‘고용된 것으로 본다’는 의미로 이미 노사 계약관계가 성립된 만큼, 부당해고 등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정부 파견법 개정안처럼 ‘고용의무’로 변경될 경우 사용자가 이행하지 않았을 때 과태료는 부과될 수 있지만 부당해고 규정을 적용, 처벌할 수는 없다.
단병호 의원실 강문대 보좌관은 “고용의무가 되는 순간 이러한 논란은 앞으로 발생할 수조차 없다”며 “파견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권익을 위해서는 파견법에 고용의제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