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출근투쟁을 하는가!
"계약이 만료되었는데, 당연히 나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라고 물어오는 분이 있었습니다.
GM대우에서 3 · 6개월 계약직으로 1년 넘게 일해온 분들은 대부분 알고계시지만, 이제 막 입사한 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3개월 계약만료를 인정할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속한 업체 코세스텍은, 입사면접 당시 "우선, 3개월 계약 이후에 근무실적을 보고 계약을 연장하거나 정직원으로 채용한다." 라고 하였는데,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근무실적이 나쁘다면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수도 있고, 정직원은 더욱이 채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근무실적이 나쁘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코세스텍은 현재까지 단 한번도 저의 근무실적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었습니다. 사장하고 악수를 안했다느니, 무단조퇴를 했다느니 하는 어처구니 없는 얘기들을 제외하면, 그나마 가장 상식적인 대답이 고작 "어쨌든 계약이 만료되었기 때문" 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코세스텍에 요구합니다. 정직원 채용은 커녕, 계약을 연장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형편없어야 할 저의 근무실적을 공개하기 바랍니다. 결근, 지각은 물론이고, 화장실 가는 것 까지 참아가며 일했습니다.
근무실적을 공개할 수 없다면, 지금 당장 계약연장 거부를 철회하십시오.
2. 계약과 관련해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백번 양보해서, 코세스텍이 정직원은 뽑지 않고 3개월 계약직 사원만 채용한다고 합시다. 그렇다고 해도, 계약을 연장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기준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렇게 해야, 계속 일하고 싶은 사람은 그 기준에 맞추어 마음 편히 일을 할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코세스텍은 물론, 어떤 업체도 그런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용돈벌이 아르바이트 하는 것도 아니고, 정기적인 지출이 있고 수입이 있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아무런 기준도 없이 회사 마음대로 결정한다면, 어느 누가 마음 편히 일 할 수 있겠습니까. 계약연장을 위해서 하루에도 몇번씩 관리자들 눈치를 봐야하는데, 우리가 무슨 죄 졌습니까?
계약연장에 대해서, 정직원 채용에 대해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3. 6개월 계약제도를 없애고, 일하고자 하는 계약직은 즉각 안정적으로 고용해야 합니다.
최근에 실태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조립 2과 한 조에서 비정규직 사원은 105명이었습니다. 그 중 1년 계약직(흔히, 도급사원이라 부르는)은 24명, 저와 같은 3개월 계약직 사원(실제로는 3개월 자동연장해서 6개월을 일합니다.)은 81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3개월 계약직 사원의 40% 가량인 29명이, 6개월 이상 1년 넘게 일하고 있는 분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29명의 계약직 사원분들은 6개월 이상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직원은 커녕 1년 계약직도 아닙니다. 계약이 연장된 것도 아닙니다. 퇴직금도 못 받고 6개월 마다 이력서를 다시 내고 재입사를 하고있는 것입니다.
생각해봅시다. 누구를 위해서 이력서를 다시 냅니까? 당연히 우리를 위해서는 아닙니다. 6개월마다 같은 이력서를 심사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입니다. 누구를 위해서입니까? 회사가 직원들을 길들이기 쉽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아무리 비상식적이고 황당한 이유인들, 계약만료를 이유로 다시 채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니까요. 재입사해서 6개월 이상 심지어 2년 넘게 일하고 있는 40%에 달하는 3개월 계약직 사원들이, 업체 관리자들의 비위를 맞추려 무던히 마음고생 하셨으리라는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계약직 사원들의 40%가 ‘재입사’ 라는 비정상적이고 불안정한 방식으로 계속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계약직 사원들은 6개월마다 고통 받았고, GM대우와 업체들은 3개월 근로계약서 한 장을 흔들며 계약직 사원들을 유린했습니다. GM대우와 업체들은 허울뿐인 6개월 계약제도를 즉각 없애야 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고통 받아온 일하고자 하는 3개월 계약직 사원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해야 합니다.
4. 하루에 단 10분만, 어떻게 하면 우리 비정규직들이 하나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합시다.
오늘로서 출근투쟁 9일째입니다. 이제 시작이기에 한명 밖에 없는 것 뿐입니다. 온갖 차별과 적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주야간 고되게 일하시면서, 마음고생까지 하고 있는 계약직 사원 여러분들게, 희망의 불씨가 되고 싶습니다.
여러분, 결코 ‘불쌍하게 차별 받는’ 비정규직이 되지 맙시다.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지 맙시다. 우리는 잘나가는 GM대우 생산라인의 절반을 돌리고 있는 떳떳한 노동자들이고, 아직 우리 힘을 발휘하지 못한 잠자는 거인일 뿐입니다. 하루에 단 10분만, 어떻게 하면 우리 비정규직들이 하나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합시다. 동료들과 얘기합시다. 좋은 점 나쁜 점 할 것 없이, 유인물에 대한 소감, 앞으로 다루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문자메세지나 이메일로 알려주십시오. 그 순간, 높게만 보이던 6개월 계약제도의 벽은 조금씩 허물어질 것입니다. 꿋꿋하게 출근투쟁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격려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5. 지원과 연대에 감사드립니다.
문자메세지와 이메일로 격려해주시고 실태조사에 힘써주시는 이름 모를 계약직 사원들, 직접 찾아와 음료수 건네며 격려해주시는 정규직 형님들, 오랜 천막농성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결을 위해 고군분투하시는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및 간부 동지들, 끝으로 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조립1과 샤시2직 형님 동생들의 지원과 연대에 감사드립니다.
6. 알려드립니다.
작은 돈을 모아 “6개월 계약제도 철폐를 위해 노력하는 GM대우 노동자 일동” 이라는 명의로 플랭카드를 제작하려고 합니다. 참여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름과 연락처를 문자메세지로 보내주십시오.
오성범 (011-9945-8905) 이메일(will84@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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