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과 울분을 넘어 마침내 저항이 시작됐다. 노동자 농민을 죽이는 정부에 대한 반격의 횃불이 타올랐다. 12월 민중투쟁의 서막을 알리는 투쟁의 노래가 12월의 첫날 전국에서 울려퍼졌다.
12월 1일 서울 국회 앞.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를 십자가에 못박는 비정규직 확산법안 강행처리에 분노한 5천명의 노동자들이 국회로 진격했다. 물대포를 쏘고 방패를 휘두르는 폭력경찰에 맞서 성난 노동자들이 대나무를 높이 들었다. “살인정권 폭력정권 노무현정권 퇴진하라” 노동자들의 격한 구호가 국회를 뒤흔들었다.
같은 시각 광화문은 농민들의 횃불이 타올랐다. 참여정부 인권경찰에 맞아 죽은 전용철 열사를 살려내라며 전국에서 올라온 5천명의 농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청와대로 진격했다. 경찰버스로 도로를 틀어막고 물대포를 퍼붓는 경찰에 맞서 농민들은 손에손에 횃불을 들었다. “살인정권 퇴진하고 전용철을 살려내라” 농민들의 처절한 절규가 밤늦도록 청와대에 울려퍼졌다.
서울만이 아니었다. 경남 창원에서는 노동자 2천명과 농민 5백명이 쌀협상 무효와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며 격렬하게 싸웠다. 창원시내를 각각 행진한 노동자와 농민들은 열린우리당에서 만나 11월 23일 온 몸에 기름을 붓고 분신을 기도한 농민을 생각하며 격렬하게 싸웠다. 민주노총은 이날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13개 도시에서 2만명의 노동자들이 분노에 찬 가두투쟁을 벌였다. 현대와 기아차가 파업에 불참했지만 금속노조 2만 5천명을 비롯해 6만명이 파업투쟁을 전개했다. 이날 비정규직 노동자 21명은 국회 앞 기습시위를 벌여 전원이 연행됐고 덤프노동자들은 전국 15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무실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살인정권 폭력정권 노무현정권 퇴진하라
노동자의 피눈물을 닦아주고, 농민의 아픔을 어루만지겠다던 노무현은 죽었다. 그는 재벌의 탐욕스런 배를 채우기 위해 노동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었고, 미국에게는 공물을 바치기 위해 농민들의 곳간을 거덜냈다. 이에 저항하는 자들에게는 전두환 노태우를 능가하는 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11월 15일 단 하루동안 600명의 농민을 폭행했고 113명을 병원으로 보냈다. 바로 그날, 전용철 농민은 경찰의 방패에 맞아 쓰러졌고, 뇌출혈로 돌아가셨다. 심지어 노무현 정부는 군사독재정권이 했던 것과 똑같이 그의 죽음을 은폐하기에 이르렀다.
배달호, 이현중, 이해남, 김주익, 곽재규, 이용석, 김춘봉, 박일수, 김태환, 류기혁… 노무현 정권 3년 동안 열 명의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을 매거나 온 몸에 기름을 끼얹고 분신 자결했다. 약을 먹고, 한강에서 떨어지고, 전철에 몸을 날리며 말 없이 죽어간 노동자들은 이름 세 글자조차 남기지 못했다.
이경해·정용품·오추옥·전용철… 노무현 정권 3년 동안 농업말살정책에 항거하며 농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경해 농민은 영어로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멀리 외국에서 할복 자결했고, 경남 창원에서 온 몸에 불을 지른 진성규 농민은 지금도 병원에서 생사를 넘나들고 있다. 유서 한 글자 남기지 않고 말없이 죽어간 농민이 얼마인지 통계조차 알 수 없다.
이제 12월 항쟁이 시작됐다. 12월 1∼2일 민주노총 총파업과 12월 4일 전국민중대회를 시작으로 전국에서 노동자 농민들의 결사항전이 벌어진다. 민주노총 전재환 위원장은 “더욱 거센 저항 투쟁으로 노동해방을 위해 진군해나가자”고 역설했고 29일을 단식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용기를 잃지 말고 힘이 있는 데까지 살아서 싸우자”고 목놓아 외쳤다.
노동자 농민을 죽이고 재벌과 미국을 배불리는 노무현 정권의 무자비한 신자유주의 살인만행에 맞서 국회 앞에 선 노동자들과 청와대 앞에 선 농민들이 아름다운 항쟁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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