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직은 없다더니..."현대 하이스코 확약서 또 다시 어겨
현대하이스코 2차 복직, 그러나 대부분이 경비업체로
이정미 기자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지회 조합원 25명이 2차 복직되었다.
1년 넘게 일터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며 근근히 생계를 이어오던 조합원들에게 복직보다 더 기쁜 일이 또 있을까. 복직을 하루 앞둔 1월 2일, 하이스코 공장앞에서 복직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1차 복직자 32명중 10명이 생산업무와 무관한 경비업무에 배속된 전례가 있었던 만큼 조합원들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감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간 회사가 ‘믿어달라’고 몇 번이나 강조한 만큼 이번에는 복직자 전원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더 컸다. 그저 일터로 돌아간다는 기쁨에 들떠 있었다. 다같이 ‘현장에 돌아가서 조합활동 잘 해보자’는 결의를 다지며 축하 인사를 나눴다.
그 날 저녁 9시 35분. 회사에서 문자메시지가 날라왔다.
“귀하는(주)진현의 2차 입사자로 결정되었습니다. 신입사원에 차질없이 참석바랍니다. 교육일정은 1월3일 오전 8시30분부터 3일간 순천청암대 평생교육원에서 실시합니다(주)진현”
‘진현’이라니... 이 회사는 현대하이스코내 경비업무를 담당하는 하청업체다.
‘이번에는 경비직이 없다.’던 회사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사측이 또다시 약속을 어긴 것이다.
합의서 체결후 계속 약속을 어기는 현대하이스코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지회는 2005년부터 2006년 5월까지 세 차례에 고공농성 끝에 전원 복직과 노조 활동 인정을 약속받았다. 그 결과 작년 7월 35명이 1차 복직되었다. 그 중 10명이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경비업체로 복직되었다. 노조는 ‘조업현장에 신속히 배치하겠다’는 사측의 말을 믿고 참고 기다렸지만 합의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하이스코 사측과 협력업체들은 비밀리에 신규채용을 해 지역사회의 비난을 샀다.
2차 복직 역시 마찬가지다. 애초 발표된 복직자 명단은 30명이었지만 이 중 5명이 복직을 포기하여 25명이 복직하게 되었다. 사측에서도 약속을 한 바 있고 노동부와 순천 시청도 ‘경비업체로 복직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합의서를 쓴 3주체가 약속한 만큼 노조측에서는 믿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복직자의 90%가 넘는 20명이 경비업체로 복직된 것이다.
조합원들은 “현장과 떨어져있는 경비 업체로 복직할 경우 조합활동을 할 수 없는데다 처우 조건이 낮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측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하이스코 사측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비단 복직뿐만이 아니다.
노조활동을 보장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사측은 노조 간부들의 회사 출입을 막고 있으며 조합원들의 노조 활동을 우회적으로 막고 있다.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지회는 3일 공장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합의서를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 날 기자회견에서 노조는 현대하이스코의 진심이 무엇인 지 밝힐 것과 약속을 어길 경우 ‘준열한 응징’을 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2차 복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조는 복직 포기자 5명 대신 ‘당장 결혼식을 올리고 가정을 꾸려야할 절박한 상황에 있는 조합원의 복직’을 요구하였으나 사측이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사건도 있었다.
합의서라는 문서가 생긴 것은 현대하이스코가 비정규직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하청회사를 강제 폐업시키며 해고자로 만들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사실을 사측은 모르고 있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