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궁 습격’ 사건이 발생하자 사법부는 호들갑을 떨며 대책 마련을 서둘렀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 사건이 ‘법치주의와 국민 전체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면서, ‘공정한 법 집행’이 위협받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과연 사법부가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을까? 최근의 여론조사 발표에 의하면, 법원 판결이 공정하지 못해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 60%가 넘었다. 누구나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말한다. 이처럼 “사법부에 대한 공격=국민 다수에 대한 공격”이란 공식을 국민들은 부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명백한 객관적 근거를 갖고 있다.
가령 무려 5,000억 원을 횡령, 배임해 기소된 현대차 정몽구 회장에 대해 재판부는 거듭 ‘엄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행법에 따르더라도 무기징역을 내려야 할 정몽구 회장에게 고작 3년 실형을 선고했다. 게다가 ‘방어권을 보장’해 준다며 법정 구속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돌려보냈다. 정 회장이 결국 집행유예를 받을 것으로 모두가 예상하고 있다. 또한 심지어 노동부마저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던, 현대차 내 하청노동자 문제에 대해서조차 검찰은 ‘합법’이란 면죄부를 부여했다.
최근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41조 원에 이르는 이중장부와 사기대출, 금품로비 등이 죄목이다)을 포함한 150여 명의 자본가 범죄자들에 대한 특별사면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경제인을 배려’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7년간 조세포탈, 뇌물수수, 횡령 등의 범죄행각이 드러난 131명의 정치인과 자본가들 중 제대로 처벌받은 자는 19명뿐이었다. 2005년 전체 형사사건 구속률은 87%인 반면, 고위층 범죄자 구속률은 34%에 그쳤다. 그나마 그들 대부분은 보석, 특별사면·복권, 형·구속집행정지,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반대로, 파업을 적극적으로 이끈 노동자들에 대한 사법부의 대응은 아주 단호하다. 노동자에게 ‘방어권 보장’ 따위는 허락되지 않는다. 작년 포항 건설노동자들이 포스코에서 농성을 벌이자, 무려 58명을 전격 구속시켰다. 지금도 감옥에는 수많은 가난한 노동자들이 가진 자들에 맞서 투쟁했다는 이유로 갇혀 있다. 철도, 지하철 등의 공공부문을 비롯해 수많은 노동자 파업이 사법부로부터 불법판정을 받아, 엄청난 해고자들이 양산되고 있다.
자본가에게는 솜방망이, 노동자에게는 강철 몽둥이! 이것이 저들의 ‘공정하고 엄격한 법 집행’의 실체다.
한 택시노동자의 죽음
- 누가 그를 죽였는가?
새해 벽두부터 우리는 한 택시노동자의 분신 소식을 듣게 되었다. 택시회사인 인천 우창기업 사장은 월 17만 원의 임금삭감과 법정최저임금 수준도 안 되는 야간수당 책정을 밀어붙였고, 이에 저항하던 노동자 3명을 가차 없이 잘라버렸다. 노조가 있었지만, 노조 위원장은 사장과 한패가 되어 임금삭감안에 도장을 찍어주었다. 여기서 일하던 전응재 열사는 목숨을 던져 이에 항거했다.
지난 26년간 20명이 넘는 택시노동자들이 과중한 사납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택했다. 주야로 12시간씩 일을 해도 한 달 월급이 100만 원 조금 넘을 뿐이기 때문에, 기본생계조차 감당하기 어렵다. 택시노동자들은 자신의 삶이 ‘인생막장’이라고 느낀다. 이대로라면 또 다른 죽음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우창기업 노동자들은 악독한 사장 못지않게, 노조 위원장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고 떠벌이며 노동자의 권리를 팔아넘긴 어용 위원장은 지금까지도 조금도 뉘우치지 않고 있다. 사장들의 배를 채워주고 그 대가로 떡고물을 받아먹기 위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회사 살리기’의 실체임을 이번 사건은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