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법안에 대한 노사교섭이 아무런 진전도 없이 끝날 것임을 우리는 그간의 경험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난 APEC 반대 집회에서 민노당 단병호의원조차 지금의 비정규교섭이 형식적인 것이기에 현장에서의 총력투쟁이 절실함을 호소한 바 있다. 비정규직의 전반적 확대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는 비정규직법안에 대해 자본과 어떠한 타협이 있을 수 있겠는가?
심지어 지금의 노사교섭은 자본과 정권에게 비정규법안 개악에 정당성만을 부여해 줄 것이다. 개별단사 교섭만큼의 강제력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지금의 비정규교섭! 그것은 자본과 정권에게 유리할 뿐이다. 그리고 그 수순은 “비정규법안에 관해 노사의 자율 교섭을 통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양측의 입장 고수로 인해 정부가 중재안을 낼 수밖에 없다”라며 정부 입법안을 관철시키는 방향으로 갈 공산이 크다. 정권은 “비정규노동자의 보호를 위해서 시급히 비정규보호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는 말 또한 잊지 않을 것이다. 단사의 노사합의조차 자신들 마음대로 어기는 판에 단사교섭만도 못한 비정규노사교섭에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혹자는 교섭을 통해 비정규법안의 통과를 지연시키고 투쟁동력을 모을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히려 정권과 자본이 시간을 벌고 있다. 노사정위교섭조차 자본과 정권의 의도대로 일방적으로 진행되어왔기에 노사정위 탈퇴를 선언했던 기억을 상기한다면 지금은 노사교섭 철회를 재차 강조하고 투쟁을 조직할 때이다. 그나마 지금까지 비정규법안의 통과를 막아온 것은 비정규법안 강행에 맞선 기간의 대중투쟁이 아니었던가. 지금, 저들의 교섭 전술에 말려 들어갈 것이 아니라 교섭에서 뛰쳐나와 투쟁의 거리로 나오는 것만이 비정규직개악법안 통과를 막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일정박기식, 조직동원식 총파업이 아닌 결사투쟁이다!
비대위 지도부의 총파업 조직화를 위한 현장 순회가 한창이다. 그 순회가 총파업 조직화에 있어 비대위가 할 일을 다했다는 면피용이 아니려면 지금과 같은 식으로는 부족하다. 지역투쟁과 결합되지 않은 현장순회, 대사업장 중심의 현장순회가 진정 12월 1일 총파업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총파업을 앞두고 많은 산별연맹과 투쟁의 파급력이 높은 금속대사업장 지도부에서는 총파업이 불가능하다며 파업찬반투표조차 조직하지 않고 있다. 이는 비정규법안의 통과가 어쩔 수 없다는 패배주의와 투쟁회피주의가 지도부 내에 뿌리 깊이 박혀있기 때문이다. 비대위 역시 그것에 자유롭지 않다. 물론 현장 조합원들 역시 패배주의와 실리주의에 깊이 빠져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은 민주노총 지도부의 거듭된 투쟁회피와 현자 집행부, 기아 집행부처럼 대사업장노조의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외면에서 기인한 것이다. 하기에 대사업장을 돌며 찬성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를 독려하는 정도의 현장 순회로는 조직동원식, 일정박기식의 총파업을 넘어설 수 없다. 총파업 지도부가 비정규직 투쟁에 적극 결합하며 실제로 투쟁의지를 보여줄 때만이 실질적인 총파업이 조직될 수가 있다. 현장순회가 실제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곳에 집중되고 그 투쟁을 지지, 엄호하는 집회를 조직하는 식으로 진행되어 실제 투쟁이 확산되도록 전개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비정규직 투쟁사업장, 장투사업장이 각 지역에서 투쟁의 살아있는 거점이 되도록 하는 것이 투쟁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 투쟁이 방치되고 투쟁사업장이 고립되는 상황 속에서 조직되는 총파업, 이는 한낱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다.
이미 여의도에 투쟁하는 단위가 많이 모여들고 있다. 또한 12월 1일, 결전의 날을 상정해놓고 있다. 전장에 모여든 우리 동지들이 또 다시 패배의 나락으로 빠질 것인가, 아니면 이번엔 기필코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을 것인가는 며칠 안남은 기간, 투쟁을 얼마나 확산시켜 내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투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