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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2005-08-28 15:35:02 
 <현장> 독자파업 진행한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

[펌] 프로메테우스

"정규직노조 파업했으면 '들러리' 되지 않았겠어요?"
<현장> 독자파업 진행한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


최미라 기자



26일, 금속노조 기아자동차(화성) 비정규직 지회(지회장 김영성) 소속 600여명의 노동자들이 전 공장 생산라인을 멈추는 전면파업을 단행했다. 지난 7월 지회가 출범한 후 불과 한달여만의 일이다.

이날 파업은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전재환)의 '불법파견 노동자 정규직화, 원청 사용자 성실교섭 촉구를 위한 전국 금속노동자 6시간 정치파업' 지침에 따라 진행된 것.

그러나 기아자동차 정규직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두 시간 동안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것 외에 별도의 파업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규직 노조의 총회가 끝난 후에도 기아차 화성 공장이 전혀 가동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비정규직 지회의 파업 때문이었다.


△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지회 총파업 선포식. 무대 뒤 걸개그림은 지회 조합원이 직접 그린 것이다.
ⓒ 프로메테우스 최미라


새벽부터 이어진 회사와의 신경전, 대체인력 투입 시도 수차례 막아

기아차(화성) 비정규직 지회가 ‘정규직 노조와 함께’가 아닌 '독자파업'에 돌입한다는 소식을 듣고 파업 현장인 기아차 화성 공장에 도착한 것이 오전 12시 경. 조합원들은 이미 공장 순회와 약식 집회 등 오전 파업 프로그램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위해 뿔뿔이 흩어진 뒤였다.

어떻게든 공장을 가동하려는 사측과 이를 막으려는 노조와의 격렬한 마찰이 계속되고 있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현장의 분위기는 평온했다. 다만 여기저기 그늘아래 모여 직원 식당에 자리가 비기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의 머리와 손에 하나같이 붉은 머리띠와 주황색 손깃발이 들려있는 것이 '파업 중'이라는 사실을 환기해주었다.

"새벽에는 대체인력을 투입하려는 사측이랑 한판 붙기도 했어요. 원청 관리자들 60여명이 직접 대체인력으로 나섰는데 우리가 차 밑바닥에 아예 드러누워서 공장으로 들어가려는 걸 막았죠. 정규직 노조가 총회를 하고 있을 때는 사측이 '안전교육'을 하겠다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따로 모이지 못하도록 막기도 했어요. 긴장의 연속이에요"

직원 식당 부근에서 만난 비정규 지회 관계자로부터 오전의 상황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역시나 그저 평온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공장 바깥에는 약 100여명의 대체인력이 공장 투입을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회는 언제 이들이 공장안으로 들어올지 몰라 곳곳에 '선봉대'를 배치하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 노래패의 지시에 따라 율동을 따라하며 즐거워하고 있는 파업 참가자
ⓒ 프로메테우스 최미라


정규직 노조 파업했으면 우리는 들러리 밖에 더 됐겠나?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는 지난 7월 13일에 출범한 신생노조. 가입한 조합원은 약 900여명 정도이다. 기아차 정규직 노조(화성) 조합원이 약 11,000여명에 달하는 것에 비한다면 1/10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이렇게 작은 규모의, 그것도 신생 노조가 독자파업을 통해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시킨 것은 비정규직 노조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정규직 노조조차 전면적으로 따르지 못한 연맹의 지침을 '우리끼리라도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나선 배경이 궁금했다. '지회 독자로라도 파업에 돌입하자'고 결정했을 때 조합원들의 반발은 없었을까?

직원 식당 앞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기자의 질문에 "어쨌든 우리 문제니까요.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어요. 그리고 지회가 출범한 지는 얼마 안 되지만 그동안 각 업체별로 부당노동행위나,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빡세게 싸운 적도 많아요. 완전 초보는 아니라는 거죠." 라고 답했다.

물론 조합원의 반발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26일 파업을 앞두고 사측에서 배포한 것으로 보이는 '26일 파업은 불법파업이다. 파업에 참가하면 불이익이 따를 것'이라는 요지의 유인물이 공장에 뿌려졌을 때는 "파업을 해도 되는 거냐?"고 물어오는 조합원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정규직 노조가 내부 일정상 파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조합원들의 동요는 더욱 커졌다.

"동요하는 조합원이 적지 않았어요. 우리끼리만 할 수 있느냐고 물어오는 조합원들도 많았죠. 그런 조합원들에게 이번 기회에 우리 독자의 힘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우리 힘  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고 열심히 설득했습니다. 사실 집행부도 실제 파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완전히 장담하지는 못 했어요" 한 지회 간부의 설명이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들의 반응도 대부분 비슷했다. 불안하기는 했지만 언제까지 정규직 노조에 기대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한 조합원은 "차라리 우리끼리 독자파업을 할 수 있게된 게 더 잘된 일인지 모른다. 만약 정규직이 파업을 했으면 우리는 들러리밖에 더 섰겠나?"라고 냉소적으로 답하기도 했다. 정규직 노조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의미인지,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한다'는 나름의 원칙을 강조한 것인지 정확한 의미를 파악 하기는 쉽지 않았다.


△ 공장 내 민주광장을 가득메운 비정규 지회 조합원.
ⓒ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지회


"오늘은 비정규직 ‘대중파업’ 원년"

점심식사 후 공장 내 '민주광장'에서는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지회 총파업 선포식'이 개최됐다. 지회 몸짓패의 공연과 노래공연 등이 이어진 뒤 기아차 비정규직 김영성 지회장과 금속연맹 임두혁 수석 부위원장 등 연사들이 발언이 이어졌다.

특히 금속연맹 임두혁 수석 부위원장은 "금속연맹은 오는 10월에 2차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10월에는 오늘보다 더 큰 대오가 모여 우리의 강력한 힘을 보여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향후 투쟁 계획을 밝히며 조합원들을 격려해 갈채를 받았다. 그는 "내부 사정으로 오늘 정규직 노조가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전국 7만여 명의 금속 노동자들이 각 거점에서 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정규직 노조의 빈자리를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어진 결의문 낭독에서 기아차 비정규 지회는 "오늘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의 독자파업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일궈낸 '대중파업'이라는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더 이상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아쉬운 소리나하고 불평하는 반쪽짜리 노동자가 아니"라고 선언했다.

이어 "우리가 파업을 선언하고 조립라인을 돌때 정규직 노동자들은 뜨겁게 박수치며 당당한 노동자로 거듭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축하해 주었다"며 "정규직 동지들과 굳건하게 손잡고 반드시 05년 투쟁을 승리하자"고 결의했다.

총파업 선포식까지 모두 마친 시간은 오후 3시 경. 대회 후 지회 조합원들은 각 공장별로 모여 이날 파업에 대한 간단한 평가를 진행하는 것으로 새벽부터 이어졌던 긴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지친 기색보다는 “우리가 해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얼굴이 대부분이었다. 평가 역시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내용 일색이다.

한 여성 조합원은 "우리가 과연 라인을 멈출 수 있을까 우려하기도 했지만 만약 못한다면 이걸로 끝이라는 각오로 파업에 임했다. 이 힘으로 끝까지 투쟁하자"고 결의를 높였고, 또 다른 조합원은 "단독으로 한다고 했을 때는 불안하고 두려웠는데 막상 해내고 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고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한 조합원은 "정규직이 우리의 투쟁을 대신해 주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투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그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해 박수를 얻었다.

평가를 끝으로 대회를 마치려는 순간, 한 지회 간부가 몇몇 조합원을 이끌고 바쁘게 달려갔다. 무슨 일 때문이냐고 물으니 "지금 대체인력이 투입되려고 한다는 소식이다 가서 막아야한다"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린다.

6시간 정치파업은 끝났지만 이들의 ‘투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지회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는 지난 6월 노조 설립신고를 마치고 7월 13일 정식 출범한 '신생' 노조다. 8월 현재 전체 조합원은 873명. 출범 후 새롭게 가입하는 조합원이 많아져 현재는 1000여명에 육박하리라는 것이 노조측의 설명이다. 기아차 화성공장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약 2000여명. 약 50%의 조직률이다.

지난 7월 출범후 지회가 가장 먼저 추진한 일은 23개 하청업체와 '단체협상'을 체결하는 것이었다. 지난달 27일 조합원 97%의 찬성으로 단협 요구안을 통과시킨 후 이를 각 업체에 발송하고 7월 29일을 1차 교섭일자로 통보했으나 업체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이후에도 6차례에 걸쳐 교섭일정을 통보했으나 업체측의 불참으로 번번히 무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지회는 지난 23~2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 총투표인원 814명중 찬성 737명, 90.5%의 찬성률로 가결시킨 바있다. 이에 앞서 8월 12일에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냈고, 지난 8월 22일자로 조정기간이 만료돼 합법적인 '쟁의권'을 획득한 상태다.




인터뷰 기아자동차(화성) 비정규직 지회 김영성 지회장

- 지회 설립 2개월여만에 조합원 총파업을 성사시켰다. 지금 기분이 어떤가?

그동안 머리로는 오늘과 같은 날을 무수히 그려왔는 데 우리의 힘을 오늘 눈으로 확인했다. 가슴이 벅차다.

  
△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지회 김영성 지회장
ⓒ 프로메테우스 기아차 지회

지난 2년 반 동안의 노력의 결실이다. 현장투쟁단으로서 그리고 노동조합을 통해서 현장에서 무수히 벌어지는 근로기준법 위반, 부당한 대우에 맞서 투쟁할 동지들을 조직하는 데 2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파업이 가능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오늘 함께한 조합원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 비정규직 지회의 힘만으로 전 공장 생산라인을 세우는 실질적인 파업을 성사시켰다. 조합원의 감회도 남다를 것 같다.

정규직 노동조합에게 있어 지금까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특히 사내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은 '사회적 책무'의 대상, 시혜의 대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시선 속에서 실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관성적으로 (정규직 노조에) 의존하려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을 계기로 우리 스스로의 힘과 단결력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역사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 오늘 파업은 당초에는 금속연맹 차원의 정치파업으로 계획된 것이었다. 그러나 기아차 정규직 노조는 함께하지 못했다. 비정규 지회만이 독자적으로, 그것도 전 공장의 라인을 멈추는 전면파업을 결행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지회 조합원들이 많이 부담을 가졌을 것 같은데.

오늘 파업도 그렇고... 일상적으로도 마찬가지인데, 정규직 노조와의 관계는 잘 되면 큰 힘이 되지만 잘 풀지 못한다면 넘어야할 '높은 산'이 된다고 본다. 오늘 금속연맹 차원의 6시간 정치파업 지침에 대해 이전부터 수차례 연맹과 정규직 노조에 확인을 했고, 우리는 이 지침을 수행하기 위해 그동안 조합원들을 조직하고 설득해왔다. 그런데 도중에 정규직 노조에서 내부 일정 등을 이유로 계획을 변경한다고 했을 때는 당혹스럽고 난감했던 것이 사실이다. 비정규지회가 설립된 후 첫 파업이기도 했고...

정규직 노조에 기대고 싶은 마음과 어떻게든 우리 독자로 파업을 해야한다는 결의가 동시에 있었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최종적으로는 지금 그냥 넘겨버리면 앞으로 어떤 투쟁도 보장할 수 없을 거라는 판단을 했다. 노조를 설립할 때부터 우리의 독자성, 독자적인 투쟁이 담보될 때에라야 정규직과의 실천적인 연대도 가능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구호가 아닌 투쟁 속에서 연대를 만들어가겠다는 생각으로 오늘 파업에 돌입했다.

- 오늘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파업에 동참했을 텐데,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

지금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소수가 관계 기관을 점거하거나, 고공농성을 벌이거나 하는 식의 선도적인 투쟁으로 사회적 이슈를 만드는 것이 중심이었다. 이러한 투쟁을 토대로 이제 완성차 공장에서 비정규직이 독자로 전 공장의 라인을 세울 만큼의 대중적 조직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러나 비정규직이 대중적 토대를 획득하는 만큼 자본의 탄압도 더욱 거세 질 것이다. 한 단사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전선을 세웠을 때에야 자본의 공세에 대응할 수 있다.

특히 정부의 비정규 개악법안, 노사관계 로드맵에 대한 대응을 노사 협조적인 태도로, 사회적 합의로 풀려는 경향을 현장 투쟁 힘으로 견인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투쟁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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