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주의 왜곡으로 개량주의를 은폐하는 진보신당
4월 총선을 앞두고 진보신당이 3월 2일 창당의 깃발을 올린다. 우리는 지난 호에서 민주노동당의 분당과 신당창당 움직임이 ‘개량주의의 복마전’이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이 복마전을 뛰쳐나온 진보신당은 과연 개량주의로부터 자유로운가?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종북주의 비판을 자신들의 중심적 모토로 하여 세력을 끌어 모았다. 탈당 뒤에는 ‘생활 속의 푸른 정치’,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진보신당의 정치적 기치는 사민주의와 녹색당의 기치를 합친 것이다.
노동자계급당으로서 보다 적색의 의미를 강화하고 환경파괴에 맞서 녹색의 기치를 동시에 강화한다는 진보신당의 기치는 두말한 나위 없이 깔끔해 보인다. 누구도 이 두 가지 시대적 명제에 반대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이 내건 기치에 단호하게 반대한다. 우리가 시대착오적이고 고리타분해서 그런가?
진보신당은 평등, 생태, 평화, 연대를 핵심기치로 하여 이주,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노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가치를 존중하고 연대한다고 말한다. 진보신당의 이러한 주장은 참으로 아름답고 훌륭해 보인다. 하지만 아름다운 말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숨겨져 있는 법이다. 진보신당은 기존의 노동자 중심성, 노동자계급해방이라는 협소한 가치보다는 다양하고 다원적인 가치를 중시한다고 한다. 진보신당이 말하는 다양성과 다원성은 무엇인가? 진보신당 내의 다원주의를 외치는 자들은 자본주의의 주요 모순을 노자간의 모순으로 여기지 않는다. 이들은 노동자계급 중심성을 노동자만의 이기주의로 본다.
“진보운동이 지향해야 하는 가치는 공존이어야 한다. 그래서 진보운동을 상징하는 색으로 무지개를 말한다. 이 무지개빛이 의미하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 진보운동은 노동자만이 승리하는 세상을 지향해서는 안 된다.”(박종무, “노동자의 탐욕도 줄여야 한다” [투고] 적색과 녹색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
“자본의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것도 그른 것이다. 노동자도 자본가도 결국은 인간의 다른 모습일 뿐이다.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은 노동만을 강조한다. 자본가는 결코 자본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노동해방과 인간해방은 상대방을 이김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니라 제 가치를 인정받고 공존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이루고자 했을 때 가능하다. 그것을 위해 자본과 노동이 공존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이 진보가 지향해야 할 바이다.”(같은 글)
물론 이 글은 진보신당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다. 진보신당은 다원적 입장을 추구하기 때문에 보다 노동자 중심성을 강조하며 이러한 입장에 비판적인 입장도 있다. 그런데 노동자 중심성을 강조하는 입장과 이를 비판하고 자본과 노동의 공존을 주장하는 세력들이 공존할 수 있다는 데에 진보신당의 다원적인, ‘민주적’인 가치의 핵심이 있다.
과연 진보신당 내의 이러한 다원적인 입장이 왜곡하는 맑스주의의 가치가 무엇이고, 진보신당이 은폐하려는 개량주의의 내용은 무엇인가?
노동자계급 중심성은 노동자 이기주의인가?
맑스는 공산주의당 선언에서 “오늘날 부르주아지에 대립하고 있는 모든 계급들 중에서 오직 프롤레타리아트만이 참으로 혁명적인 계급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소공업가, 소상인, 수공업자 및 농민 등 중간신분은 자본주의 내에서 자신이 몰락하지 않고 현재를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의 착취와 억압을 깨지 않으면 해방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계급은 수적으로도 압도적 다수를 형성하고 있다.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 생산에서도 가장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자신만의 해방만이 아니라 자본주의에서 억압받고, 착취 받는 전체 인민을 해방시킬 수 있는 지렛대가 된다.
노동자계급 운동은 다수자 운동이고 대중운동이다. 이 운동이 다수자 운동이라고 해서 소수자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레닌은 노동자 계급 중심성을 말하면서도 노동자계급은 민주주의 투쟁의 전위투사라고 말했다. 레닌은 혁명 세력들이 공장뿐만 아니라 전체 인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 짜르 전제의 억압에 고통 받고 있는 전체 인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레닌과 볼셰비키당은 실제 소수 종교, 소수민족, 여성억압에 맞서 가장 앞장서서 투쟁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노동자 계급 중심성이다. 물론 현실의 노동자계급운동은 조합주의에 사로잡혀 비정규직, 이주노동자와의 연대를 외면하고 자신만의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노동자계급 중심성 바로 그 자체가 이런 편협한 이기주의, 배태주의를 낳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진정한 노동자 계급 중심성 사상이 무너진 자리에 이러한 반노동자적 사상과 반동적 행태가 들어서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노동자 계급 중심성을 부정하고 다원주의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 계급 중심성을 더욱 내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 다원주의를 외치는 자들은 맑스주의를 노자간의 계급모순만 보는 계급환원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계급모순만이 아닌 다양한 모순이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은 계급모순을 노골적으로 부정하지는 않지만 여기서도 다양한 모순을 강조함으로써 실제적으로는 계급모순을 부정하게 된다.
노동자계급 중심성을 강조하는 맑스주의와 이들이 강조하는 부문적, 다원적 가치인 이주,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와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다원주의자들은 이러한 다양한 운동을 부문운동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맑스주의는 부문운동을 전체 운동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맑스주의는 이주, 여성, 장애인, 성적 소수자의 문제가 자본주의의 노자간의 계급모순과 분리되지 않고 강력하게 결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문제, 여성 비정규직의 문제, 장애 노동자의 문제가 어찌 이윤추구에 눈먼 자본주의와 무관할 수 있는가? 성적 소수자들의 경우에도 자본은 오직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성적 관계인가 아닌가의 관점에 서서 그렇지 못한 성적 소수자를 불구화된 것으로, 자연에 어긋난 것으로 보고 억압하고 사회적 편견과 불이익을 조장한다.
엥겔스는 반뒤링론에서 공상적 사회주의자인 푸리에의 역사적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어떤 사회에 있어서 여성해방의 정도는 전반적 해방의 자연적 척도라는 명제를 최초로 선언한 사람이다”라고 극찬을 한다. 일찍이 맑스주의자들에게 여성해방의 가치는 노동자 계급해방에 있어서 가장 주요한 척도였다.
맑스주의는 여성, 이주, 장애, 성적 소수자의 문제가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착취 질서 속에서 억압이 더 강화된 결과라고 본다. 노동자 계급은 자본과 투쟁하면서 억압과 착취에 맞서 싸우면서 스스로 자본주의적 인식과 맞서 싸우면서 거듭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계급의식의 형성이다. 노동자 계급의 진정한 계급의식은 바로 레닌이 말한 바처럼, 자본에 맞서는 투쟁만 아니라 자본주의에서 억압받고 착취 받는 모든 인민, 소수자들의 이익을 위해 가장 앞장서서 싸울 때 비로소 형성된다. 물론 자본주의를 무너뜨리고 사회주의 사회가 되었다고 해서 여성, 이주, 장애인, 성적 소수자에 대한 모든 편견, 억압적 요소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운동진영 내에서도 여전히 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억압적 태도 등이 남아 있는 것처럼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자본주의가 조장한 억압적 질서와 편견이 우리의 머리와 행동 속에 뿌리 깊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주의는 자본의 이윤추구가 사라지기 때문에 억압과 편견을 만들어 내는 물질적 근거가 사라진다. 다만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남아 있는 자본주의적 인식, 자본주의적 행동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서 우리는 끈질기게 투쟁해야 한다.
사회주의는 이러한 진보적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 열려 있는 사회다.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문화혁명이 필요하다. 사회주의는 소수자, 억압자가 존중받는 물질적 조건과 더불어 사회, 문화, 심리적 조건을 만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차별과 억압, 편견을 낳는 물질적 조건이 온존하면서 단순히 의식만의 변화를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의식개혁 운동과 사회주의의 문화혁명이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진보신당만 아니라 좌파 진영 내에서도 좌좌연대를 강조하면서 부문주의 운동을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맑스주의는 부문운동과 긴밀하게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이 동일한 수준에서 결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부문과 부문의 산술적 합이 전체를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맑스주의는 총체성의 운동이다. 맑스주의는 부문과 부문의 단순한 결합이 아니라 계급모순을 중심으로 해서 부문운동을 견인해 나간다. 노동자계급이 중심이 되어 자본주의의 주요 모순인 계급모순을 해결하면 자본주의 모순구조의 핵심고리를 움켜쥔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녹색의 가치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인가?
진보신당이 핵심적인 기치로 내걸고 있는 녹색의 가치는 무엇이고 어떻게 녹색의 가치를 실현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자본주의의 환경 파괴로 인해 녹색의 가치는 어느 때보다도 더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다. 인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온으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아마존에서의 산림파괴, 중국의 과열생산, 이른바 난개발이라는 우리 사회의 개발바람 등이 전체 인류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황사는 봄만 되면 점점 더 짙게 끼고 있고 대기오염과 유해물질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최근 태안에서의 유조선 기름 유출 사건은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점점 더 심각하게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인류가 대대손손 살아가야 할 지구는 심각한 환경파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서 바로 환경을 강조하는 녹색의 가치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전 지구적 환경의 파괴가 자본주의와 무관하단 말인가? 지구 온난화는 자동차산업 등에서 화석연료의 과다사용을 통한 이산화탄소의 발생으로 생긴다는데 모두 공감하고 있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생태의 파괴는 거의 대부분 자본주의적 생산과 관련이 있다. 자본은 생산자원을 독점하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있고, 개발지를 확대하고 있다. 자본은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를 막기 위한 규제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고도로 생산력이 발전해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발전한 생산력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속에서 파괴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현재 자본주의에서 나타나고 있는 환경파괴는 자본이 광란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대부분이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그칠 줄 모르는 이윤추구의 탐욕에서 발생한 자연파괴를 의식적, 계획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녹색의 가치를 존중하는 생태론자들 중에는 맑스주의의 영향을 받은 세력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맑스주의가 생산력의 발전을 강조하면서 자연을 통제하고 정복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맑스주의는 인간이 노동을 통해 자연을 의식적으로 개입하여 변화시키고 통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자연을 제대로 인식하고 통제하는 능력이 높아질수록 그 사회는 발전한다고 한다. 그러나 동시에 맑스주의는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 자연의 영향을 받고 살아가며 자연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이 자연을 변화시키고 통제한다는 것은 오직 인류를 위한 필요성에서다.
“엥겔스가 올바로 쓰고 있듯이 ‘우리는 결코 정복자가 타민족을 지배하듯이 자연을 지배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자연의 방관자가 아니며 ‘피와 살과 두뇌를 지닌 우리는 자연에 속하며 자연의 한 가운데에 있고, … 우리의 자연에 대한 전 지배는 다른 모든 동물들과 달리 우리가 자연 법칙들을 인식하고 그것을 올바로 이용하고자 한다는 데 있다.”(코프닌, 마르크스주의 인식론)
초기 인류가 자연의 거대한 힘에 완전히 굴복하여 자연을 경외와 신앙의 대상으로 물신화한 것에 비해서 자본주의는 그 어떤 사회보다도 자연에 대한 인식이 높고 많은 통제와 개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자연에 대한 인식능력의 발전과 통제와 개입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이윤추구를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때문에 자연을 파괴하는 무계획적, 무의식적 개발과 생산을 자행한다. 자연은 이러한 자본주의에 대해 환경재앙으로 처절한 복수를 한다. 자본주의는 고도로 발전된 생산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만들어낸 자연재해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주의적 생산의 결과로 말미암은 자연재해를 이유로 자연에 대한 통제와 개입, 인식의 확대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서 자연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자본주의적인 방식이 아니라 의식적, 계획적으로 자연을 인식하고 지배력을 넓혀가야 한다. 합리적, 과학적 인식으로 자연을 전체 인류를 위한 방식으로 지배하고 통제해 나가면 나갈수록 그것은 우리에게 낯설고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인간을 위한 자연이 될 것이고, 인간은 자연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회가 생산수단을 전유하면 현재의 생산의 인위적인 제약뿐만 아니라 오늘날 존재하는 생산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부수물이며, 공황에서 그 정점에 도달하는 생산력과 생산물의 낭비와 황폐화도 폐지된다. 더욱이 그 전유는 오늘날 지배계급과 그들의 정치적 대표자들이 저지르고 있는 무분별한 낭비를 제거함으로써 전체를 위하여 거대한 양의 생산수단과 생산물을 해방시킨다.”(엥겔스, 반뒤링론)
자본주의는 결코 자연친화적인 체제가 될 수 없다. 맹목적이고 무정부적인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바꾸지 않고 결코 환경파괴나 오염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발전한 자본주에서 조차도 낯설고 두려운 존재였던 자연은 이제 인간에 의해 합리적으로 이용될 것이고, 때로는 자연을 파괴하는 산업에 대해서는 사회적 규제와 통제도 실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류의 모든 과학기술상의 발전을 대체에너지, 친환경적 제품 개발과 같이 지구를 더 깨끗하고 자연친화적인 방식으로 이용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결국 부문주의에서 말하는 모든 문제는 근본적인 자본주의의 물질적 토대를 바꾸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과제들이다. 다원주의자들은 이에 대해 또 다시 맑스주의는 모든 것을 물질적 생산의 문제인 경제결정론으로 돌린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다원주의자들은 맑스주의를 경제결정론으로 비판하면서 물질적 조건, 경제적 토대가 바뀌면 사상, 의식, 법률 등 상부구조가 저절로 바뀌는 것으로 왜곡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토대 위에 상부구조가 위치한다는 맑스주의의 유물론적 역사인식은 이렇게 단순하고 편협한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말년의 엥겔스는 이러한 왜곡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청년들이 때때로 경제적 측면에 두어야 할 것 이상으로 무게를 두는 것에 대해서 부문적으로 맑스와 나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적수들을 논박할 때 그들이 부인한 주요 원칙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또 상호 작용에 참가하는 기타 계기들을 설명하는 데 응분의 지면을 할애할 시간과 장소와 기회를 항상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역사적 시기를 서술할 때는, 즉 실제적 적용이 문제가 될 때는 사정이 다르며 거기서는 어떠한 오류도 허용될 수 없습니다.”(엥겔스, 엥겔스가 쾨니히스베르크의 요제프 블로흐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엥겔스는 유물론적 역사인식에 대한 왜곡을 바로잡으면서도 여전히 중심은 경제적 토대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물론적 역사 파악에 따르면, 역사에서 종국적인 결정적 계기는 현실적 생활의 생산과 재생산입니다. 맑스도 나도 결코 이 이상의 것을 주장한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명제를 경제적 계기가 유일한 결정적 계기라고 왜곡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 명제를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추상적이고 허무맹랑한 공문구로 바꾸어 버리는 것입니다. … 이 모든 계기들은 상호 작용을 하며, 이 상호작용 속에서 결국 경제적 운동은 무한히 많은 우연들(즉, 그 내적 상호 연관이 너무 멀거나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상호 연관이 없다고 간주하고 지나쳐 버릴 가능성이 있는 사물들과 사건들)”을 통해서 필연적인 것으로서 자신을 관철해 갑니다.”(같은 글)
맑스주의에 있어서 유물론적 역사인식은 경제적 토대와 상부구조는 서로 영향을 끼치면서도 여전히 주요한 계기는 생활과 생산, 재생산을 둘러싼 물질적 조건, 경제적 토대가 가장 규정적인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는데 있다. 결국 모든 문제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어떻게 바꿀지 권력의 문제, 혁명의 문제와 연결된다.
진보신당의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의 기치는 맑스주의에 대한 파렴치한 왜곡을 통해 자신들의 개량주의를 철저하게 은폐한다. 자본주의에서 녹색의 가치는 근본적으로 적색의 가치를 통해서만 해결가능하다. 색약자들은 적색과 녹색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고 한다. 개량주의자들은 의도적으로 이 두 색을 뒤섞어 놓으려고 한다. 적색은 녹색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지만 적색 없는 녹색은 무기력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자본주의 모순을 은폐하는데 복무한다. 결국 진보신당은 민주노동당의 개량주의에 더해서 반북 개량주의를 특색으로 하는 또 다른 개량주의이다.
<노/정/협>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