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노동조합 운동이 불붙고 곳곳에 노동조합이 결성되면서 대다수 사업장에서도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기까지 많은 어려움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노동자의 깡다구'로 똘똘 뭉쳐 임금도 올리고 단체협약도 만들고 더 이상 무시당하지 않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 모두 열심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노동자의 힘, 노동조합의 힘을 느끼면서 가슴 벅찬 경험들을 많이 했습니다. 이제 우리들 중에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다 인정한다고 해도 노동조합이 어떤 일을 해야하는가,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아직도 서로 다르고 활동에 열심인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노동조합의 활동이 힘들어지고 자본가들의 공격이 강해질 때면 조합활동에 대해서 패배적이거나 잘못된 생각이 알게 모르게 조합원 사이에 퍼지게 되고 노동조합의 단결을 가로막는 주요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혹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① 노동조합이라고 해서 항상 회사와 싸울 필요는 없는 것아닌가. 싸울 땐 싸우더라도 협조할 땐 협조해야 한다.(특히, 요즘같은 IMF시기에는)
"요즘 회사가 어렵다는 말이 엄살만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회사가 망하면 노동조합도 없어지는 것 아닌가. 우선 회사가 정상화 되야 요구도 떳떳하게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② 중요한 결정은 간부들이 하고 조합원들은 뒤에서 밀어주면 된다.
"간부는 괜히 뽑았나. 그런 결정은 간부들이 해야지 우리가 뭘 알아. 결정만 하면 우리가 밀어줄께"
③ 투쟁은 피하고 실리를 얻자.
"피 안보는 싸움하고 이기면 제일 좋은 것이지. 파업해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데… 될 수있으면 서로서로 입장을 이해하면서 타협하는 것이…"
④ 연대투쟁에 나섰다가는 우리노조만 깨진다.
"일단 내부가 튼튼해야 연대도 하는 것이고 연대투쟁에 앞장섰던 노조들이 집중공격을 받고 깨지는 걸 많이 봤는데 우리도 그렇게 될까 걱정된다."
⑤ 노동조합이 총파업·정치투쟁은 왜하나.
"솔직이 임금 많이 받고 잘살려고 노조활동 하는 것인데 요즘 노동조합은 점점 과격하고 총파업·정치투쟁에 너무 나서는 것 같다. 총파업·정치투쟁에 나설수록 실질적인 이익은 놓치고 탄압만 더 자초하는 것 아니냐"
3) 정리
이처럼 노동조합에 대해, 노동조합의 갈 길에 대해, 아직 우리는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교육에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과연 나 하나 빠져도 노조는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지,
열심히 일해 주면 그만큼 우리의 몫이 돌아올 것인지,
자본가와 투쟁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연대투쟁 없이 우리노조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정치에는 눈감고 임금인상만 하면 잘살 수 있을 것인지 말입니다.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는 것은 같이 권리 쟁취를 위해 같이 싸운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왜 필요한지, 어떻게 무슨 활동을 해야하는지, 생각을 올바르게 통일 시켜야만 튼튼히 단결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