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물러설 길이 없다, 비정규직법 개악에 결사항전으로 맞서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이 두 자본가정당이 어젯밤 비정규직 개악안을 국회 환노위에서 날치기 통과시켰다. 게다가 헌정사상 두 번째로 <질서유지권>까지 발동해 민노당의 저지를 무력화시켰다. 결국 의회 내에서의 저항으로는 자본가계급의 공세를 저지할 수 없다는 점이 입증되었다. 노동자 총파업을 내세운 강력한 투쟁을 통해서만 그들의 공세를 박살내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
● 가증스런 착취자들의 법
너무나 가증스럽게도 자본가단체인 경총은 <노동계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했다>며 반발하는 시늉을 했다. 조중동 같은 자본가언론은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통과됐다고 널리 보도했다. 이것은 표정관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에 통과된 비정규직법안은 완전히 현대판 노예제도다. 이 법에 따르면 자본가들은 어떤 <사유제한>도 없이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현행 <2년 뒤 고용의제>(당연히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 조항이 <2년 뒤 고용의무>로 개악됐다. <의무>란 이행하지 않아도, 자본가들에게는 푼돈 수준에 지나지 않는 벌금만 물면 되기 때문에 아무런 강제력도 없다. 자본가들은 이제 더욱 쉽게 2년마다 비정규직을 자르고 다시 쓸 수 있게 됐다.
<현대판 노예제의 절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근로자파견제를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마구 늘릴 수 있게 됐다. <제조업의 직접 생산 공정 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 기술, 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에 근로자를 파견할 수 있다고 모호하게 규정해 파견제를 마구잡이로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합법파견이든 불법파견이든 2년의 기간이 초과한 경우에만 고용의무를 적용하고, 불이행시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했기 때문에, 자본가들은 2년이 되기 전에 파견노동자를 거침없이 자를 수 있게 됐다. 2005년에 뜨겁게 전개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철폐투쟁을 경험한 자본가계급은 투쟁의 합법적 빌미조차도 주지 않기 위해 이번에 법을 정교하게 개악한 것이다.
비정규직법 개악안은 노동자들 대부분을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무한착취를 보장하며, 노동자 투쟁에 유리하게 이용될 수 있는 것이라면 아무리 사소한 법적 장치일지라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는 자본가들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번 개악은 결코 일회적이고 우연적인 만행이 아니다. 한국자본가들과 그 정부는 일본, 미국, 유럽, 중국 등 자본주의 강국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이윤율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더욱더 강도 높게 노동자들을 공격할 것이다. 그들은 올 6월에는 노사관계 로드맵도 통과시키고, 비정규직법과 로드맵을 발판으로 무한착취, 무한억압으로 질주하려 할 것이다. 그들의 도발에 맞서 단호한 투쟁으로 응징하는 것, 나아가서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노동해방으로 전진하는 것은 사활적인 과제다.
●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관료들의 수치스런 지원
자본가들은 그야말로 한줌밖에 안 되지만, 노동자들은 절대 다수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계급적으로 각성하고 단결해서 투쟁한다면 자본가들의 야만적 착취질서는 단 하루도 버틸 수 없다. 그런데 이 한줌 자본가들의 질서를 지탱해주는 버팀목들이 아주 많다. 가진 자들의 언론방송, 학교, 종교기관들이 그렇다. 그런데 이 자본주의 버팀목 가운데에는 노조관료들과 개량주의 정당의 관료들도 포함된다. 이들이 자본가정부에 맞선 대담한 투쟁을 한사코 회피했기에 자본가정부는 거칠 것 없이 비정규직법 개악안을 강행 통과시킬 수 있었다.
민주노총 관료들은 자본가정부가 비정규직법 개악을 밀어붙여온 지난 2년 동안 자본가정부에 맞서 비타협적으로 싸워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공식 내지 밀실 협상테이블에서 협상하는 걸 즐겼다. 그들은 <비정규직법 개악안 철폐>를 단호하게 주장한 것이 아니라 <합의처리>를 주장했다. 이들은 자본가정부가 노동자들에게 법 개악이라는 강펀치를 날리려는 순간에도, 노동자대중을 조직해 위력적인 총파업으로 맞받아치려 하는 것이 아니라 교섭에 매달리다가 마지막에는 국회 앞에서 형식적이고 소극적으로 항의하는 데 그쳤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법 개악안을 저지하고, 이를 위해 노동자대중을 철저히 각성시키고 단결투쟁하도록 만드는 게 결코 아니었다. 그들은 노동자대중의 요구를 대변하는 척하면서 자본가정부로부터 믿음직한 협상 파트너로 인정받는 데 주목했다. 노동자를 다 죽이는 비정규직법 개악안을 <합의처리>하자고 한 것은 그들의 이런 이해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는 지난 12월 8일 기간제 사용 사유를 기존 4개에서 10개로 대폭 확대하는 양보안을 제시했다. 이것은 노동자들을 죽이려는 자본가정부의 공격에 날개를 달아주는 행위에 다름 아니었다.
최근에 민주노총, 민노당 관료들은 <불법파견 시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고용의제>와 <기간제 사유제한 도입 시기>를 맞바꾸려는 시도까지 했다. 지난 17일부터 민노당에서는 <사유제한 도입 시기 차등적용론>이 나오고 있었다. 민노당에서는 <지불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공공기관과 대기업부터 사유제한을 먼저 도입하고, 중소기업을 갈수록 시행시기를 늦춰 기업부담을 덜어주자>는 입장이 제출되었다. 이것은 민주노총, 민노당 관료들이 아주 열악한 조건에서 수탈당하고 있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팔아서 자신들의 <협상능력>을 자본가정부로부터 인정받고자 한 것으로서 그들이 한낱 거간꾼에 지나지 않음을 명명백백하게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민주노총, 민노당 관료들은 노동자운동 안에서 <트로이의 목마>처럼 스파이 노릇을 하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양치기 소년처럼 국회의 일정을 따라 끌려다니면서 투쟁을 회피해온 결과, 노동자들을 국회만 쳐다보는 수동적 관객으로 전락시켜 왔다. 그 결과 강력한 잠재력을 갖춘 노동자들이 무기력한 처지로 굴러 떨어져왔다. 만약 개악 기도를 박살낼 수 있는 동력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면, 그것은 이와 같은 지도자들의 배신적 행동들 때문이다. 따라서 어제 벌어진 자본가정부의 폭거는 그들만의 단독 범죄가 아니다. 그것은 자본가정부를 투쟁대상이 아니라 협상파트너로 보고 협상에 몰두해온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관료들, 그리고 그들과 쌍둥이 관계에 있는 단위사업장 노조관료들의 적극적·소극적, 공식적·비공식적, 직접적·우회적 지원의 결과로 일어난 필연적 사건이다.
● 최선을 다해 단호하게 투쟁을 확대하자!
공격했다가 물러서기를 반복한 자본가정부의 지능적인 교란작전과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관료들의 우유부단한 협상주의 때문에 현장노동자들의 투쟁동력이 많이 약해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자본가정부는 이 빈틈을 정확히 노려서 쳤다. 이 조건에서 광범위한 대중투쟁을 이끌어내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다.
하지만 노동자계급 안에는 무시 못할 잠재력이 있다. 나날이 더 악랄해지는 자본의 착취와 억압에 노동자들은 분노를 차곡차곡 쌓아 왔다. 노동자들과 더 끈끈하게 결합해, 그들의 분노를 올곧게 대변하고 정확하게 투쟁방향을 제시하며 비타협적으로 투쟁을 이끌 수 있는 선진노동자 투사들만 있다면 노동자계급은 자신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다. 최소한 자본가들에게 “노동자들이 아직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상층 관료들 다루듯이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점을 똑똑히 보여줌으로써 노동자의 권리를 최대한 사수할 수 있다.
물론 선진노동자 투사들은 민주노총 관료들이 <총파업>을 선언했다고 해서 거대한 대중파업이 일어날 것이라는 환상을 가져서는 절대 안 된다. 실질적인 총파업은 위로부터 선언한다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노동자대중이 철저히 각성하고, 굳게 단결해 승리를 확신하며 거침없이 투쟁하려 할 때만 가능하다. 관료적 지도자들의 배신을 저지하고 투쟁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대중의 의지와 의식, 대중과 선진노동자 투사들 사이의 확고한 신뢰가 관건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진정한 의미의 총파업이 벌어지기는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선진노동자 투사들은 지금 당장의 투쟁이 커다란 가시적 성과를 얻지 못한다 할지라도 노동자계급을 각성시키고 단결시켜 미래를 대비한다는 관점에서 최선을 다해 투쟁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선포한 오늘 총파업, 3/1 집회, 3/2 총파업이라는 일정을 최대한 활용해 노동자들에 대한 선전선동을 백배로 강화하고, 노동자대중과 적극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최대한 많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하게 해야 하며, 파업의 과정에서 현장 분임토론, 현장집회, 거리 지역집회에 참여하도록 조직해야 한다. 한마디로 형식적 파업을 실질적 파업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지역집회와 행진을 할 때에는 자본가정부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며, 비타협적으로 투쟁해 노동자들의 분노를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일정을 못 박고 전개하는 파업은 요구 관철 시까지 전개하는 무기한 파업에 비해 자본가들에게 미치는 타격이 10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3/2일 파업을 넘어서서 노동법 개악안 철회 시까지 전개하는 무기한 파업을 요구하고, 최대한 밀어붙여야 한다. 노동법 개악에 맞선 투쟁의 자리, 바로 거기가 그 직접적 결과와 무관하게 다음의 반격의 시작점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해야 한다. 수많은 투쟁의 역사가 보여주었듯이 관료들은 가급적 투쟁을 하지 않으려 하고, 최대한 빨리 투쟁을 끝내려 한다. 따라서 선진노동자 투사들은 노동자대중의 힘을 굳게 조직해서 관료들을 끊임없이 아래로부터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 관료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한시도 지체 없이 대중 앞에 공개하여 관료들의 동요와 배신을 최대한 저지하고, 관료들이 배신의 루비콘 강을 건널 때 가능한 한 대중이 들고 일어나 관료들을 제끼고 새롭게 투쟁대열을 정비해 투쟁을 계속 밀고 나갈 수 있도록 분투해야 한다.
● 궤도노동자 총파업과 노동법개악 반대투쟁을 하나로 결집하자!
오늘 밤과 내일 새벽부터 철도노동자들과 서울지하철노동자들 등이 총파업에 돌입한다. 자본가정부와 보수언론이 이 총파업에 대해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이에 맞서 이 총파업을 단호하게 사수하고 지지하면서 비정규직법 개악에 맞선 투쟁과 결합시키는 것이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철도, 서울지하철 총파업이 무너지면 비정규직법 개악에 맞선 총파업은 더욱 더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철도, 서울지하철 총파업을 비타협적으로 사수하면서 비정규직법 개악에 맞선 민주노총 차원의 무기한 전면총파업의 일부로 결합시켜 두 가지 투쟁전선을 하나로 융합시켜야 한다. 여기서 금속과 공공이라는 중심적 두 축이 하나로 만나야 하고, 생존권 사수투쟁과 비정규직제도 철폐투쟁이 하나로 결합해야 한다. 동시에 현자, 기아, 철도 모두에서 정규직, 비정규직의 공동파업투쟁을 최대한 아래로부터 밀어붙이면서, 노동자계급 연대의 전선을 대담하게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그래서 파업의 불길을 비정규직 투쟁사업장들과 중소사업장들까지 거침없이 확대하면서, 총파업의 불길 앞에 자본과 정부가 벌벌 떨게 만들어야 한다.
자본가정부는 <노동자를 죽이지 않고서는 피 튀기는 세계경제전쟁에서 살아날 길이 없다>며 필사적으로 공격해오고 있다. 노동자계급이 여기에서 그대로 물러나면 그 뒤는 천 길 낭떠러지일 뿐이다.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온힘을 다해 반격해야 한다! <결코 당신들의 생각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자본가 양반들!> 착취 강화에 맞서 우리 노동자들은 투쟁을 향해 뚜벅뚜벅 결집하기 시작하고 있으며, 기회주의 관료들의 통제를 뚫고 전진하는 길을 찾아가고 있다. 이번 노동법개악 반대투쟁은 그 길을 향한 소중한 출발점이 될 것이고, 또한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2006년 2월 28일
노동해방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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